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한 달, 우크라이나 중립지대 되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한 달, 우크라이나 중립지대 되나?
  • 정예은 기자
  • 승인 2022.04.01 12: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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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게 우크라이나는 최후의 보루, 21세기 신냉전의 민낯

우크라이나 평화협상 단장 "NATO와 유사한 안보체제 원해"

[한국연예스포츠신문 = 정예은 기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벌어진 양국 간의 전쟁이 1달을 넘어가고 있다. 사태는 지난 2월 24일 우크라이나 내에서 특별 군사작전을 수행할 것이라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긴급 연설과 함께 시작됐다. 연설 직후 푸틴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미사일로 공습하고 지상군을 투입했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면전이 시작됐다. 푸틴이 긴급 연설에서 사용한 특별 군사작전이란 용어 때문에 이번 사태가 침공에 의한 전쟁이 아닌 자국 내에서 일어나는 소란을 진압하기 위한 행위로써의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민간인에게도 총구를 겨누며 여러 제재를 받게 된 러시아의 침공 이유는 무엇일까. 수차례 진행되고 있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협상에는 진척이 있을까.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를 압축했다.

 

러시아는 왜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표면적인 원인은 우크라이나의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을 방지하는 데에 있다. 우크라이나가 NATO 세력의 확장지로 활용되는 것을 저지해 이른바 탈나치화하겠다는 점이다. 그러나 실상은 NATO의 주축인 미국과의 패권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전략적 전쟁이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신냉전 시대에서 미국과 패권경쟁 중인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NATO 가입 시도를 비서방 국가들의 위기로 인식했고, 그 결과 전쟁에 돌입했다는 것이다.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출처:게티이미지뱅크

러시아에게 우크라이나는 군사적, 지리적, 지정학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지역이다. 척박한 러시아 땅과는 달리 매우 비옥한 토양층을 가진 우크라이나는 북미 프레리, 남미 팜파스와 함께 세계 3대 곡창지대로 꼽히는 곳이다. 실제 2020년 밀 수확량을 보면, 우크라이나는 전 세계 생산량의 8%를 차지할 정도다. 게다가 우크라이나 남쪽의 크림반도는 겨울에도 얼지 않는 항구가 있어 전략적 요충지로 꼽힐 뿐 아니라 흑해를 통한 세계 시장 진출에 매우 유리한 이점을 가진 지역이다. 우크라이나는 소비에트 연방공화국의 붕괴 이후 독립한 지역 중 거의 유일하게 NATO에 가입하지 않은 지역 중 하나이기도 하다. 헝가리, 루마니아, 폴란드 등의 국가들은 이미 NATO의 회원국이 됐기 때문에 러시아가 국경이 맞닿아있는 우크라이나의 NATO 가입에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러시아는 끊임없이 우크라이나를 되찾으려는 시도를 해왔는데, 2014년 크림반도 합병 사건이 대표적이다.

 

전쟁은 어떻게 시작됐을까.

러시아의 영토 위협이 가시화되면서 우크라이나는 NATO에 가입해 러시아를 견제하고 서방 사회의 지원을 받고자 했다. 그러나 NATO와 국경을 마주하는 것만은 피해야 했던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본격적으로 NATO 가입을 시도하자 202110월 우크라이나 국경에 대규모 병력을 배치시켰다.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군사충돌 가능성이 고조되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021127일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추진했지만 큰 성과는 거두지 못했다. 이후 러시아는 미국에 NATO의 동진을 중단하고 핵무기 배치도 미국 내에 한정해야 한다는 내용의 협정문을 보낸 뒤 러시아와 NATO 가입국 간의 회담이 이어졌다. 러시아는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와의 협상 테이블이 마련됐지만, 우크라이나의 NATO 가입을 둔 입장 차이는 좁혀지지 않았다. 서방 국가와 가졌던 3차례의 협상에 진전이 없자 러시아는 117일 동맹국인 벨라루스와의 연합 군사훈련을 위해 병력과 장비를 파견했고, 같은 달 25일에는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마주한 크림반도에서 실탄 사격훈련을 시작하며 무력 충돌 가능성이 대두됐다.

(게티이미지뱅크 : 471690497)

러시아의 군사적 도발에 조 바이든은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27일 정상회담을 갖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때 강력한 경제제재를 부과한다는 데 합의했다. 서방 국가들의 지원에 힘입은 우크라이나의 NATO 가입 의사는 꺾이지 않았고, 러시아는 210일부터 벨라루스와 우크라이나의 접경지역에서 열흘 일정의 연합훈련을 개시했다. 그러나 이번엔 우크라이나도 해당 훈련에 대응한 맞불 훈련에 돌입하면서 전쟁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이에 한국 외교부는 213일부터 우크라이나 전 지역에 대해 여행경보 4단계(여행금지)를 발령했다. 긴장이 감도는 상황에서 221일 푸틴은 돈바스 지역의 도네츠크인민공화국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의 독립을 승인하는 칙령에 서명하고, 이 지역에 평화유지군을 파견했다. 우크라이나와 국경이 맞닿아 있는 지역들을 군사적으로 압박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미국 등 서방은 러시아의 행위를 침공으로 규정하고 러시아 국책은행과 방위산업 지원 특수은행 등의 거래를 막고, 해외 자산을 동결하는 등 경제적 제재를 발동했다.

 

전 세계가 STOP_PUTIN을 외치는 이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쟁이 시작된 뒤 온라인에서는 ‘#STOP_PUTIN’ 해시태그 캠페인이 진행됐다. 반인도주의적인 전쟁에 반대하고 우크라이나 민간인을 향한 러시아의 폭격을 멈추기 위함이었다. 전쟁 초기에 우크라이나를 함락할 수 있을 것이라는 러시아의 예상과는 달리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공세를 잘 버텨낸 데다 젤렌스키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놀라운 단결력을 보여주면서 전쟁이 장기화됐다. ‘우크라이나의 영광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국민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고, 양질의 정보를 제공한 젤렌스키 대통령 덕에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가족과 조국을 지키기 위해 총을 들고 거리로 나왔다. UN, EU 등 국제기구에서도 젤렌스키 대통령의 부드러운 리더십을 조명하고 전쟁 중단을 위해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를 강화했다. 이런 가운데 반전이 필요했던 러시아는 민간인을 대상으로 폭격 공세를 퍼부었다.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침공 5일차가 되던 31,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제2도시인 하리코프의 민간이 주거 지역에 대대적인 폭격을 가했다. 우크라이나군은 텔레그램을 통해 러시아 공수부대가 하르키우(하르키프) 현지 병원을 공격했고, 이날 발생한 교전으로 최소 10명이 사망하고 20명 이상이 부상을 당했다고 전했다. 수도인 키이우(키예프)TV방송 수신탑에도 미사일 공격이 이어졌다. 이 공격 때문에 인근에 있던 홀로코스트 추모센터가 파괴됐고, 5명이 숨지고 5명이 부상을 입었다. UN의 발표에 따르면 약 50만 명이었던 우크라이나 난민은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폭격이 심화된 35일 이후 66만 명으로 급증했다.

 

전범국이 책임져야 할, 전쟁의 후폭풍

러시아의 침공이 장기화되면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 곡물 수출을 중단했다. 두 국가는 세계 시장에 공급되는 식량 중 약 1/3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곡물 수입을 의존하고 있던 국가들은 피해의 직격탄을 맞게 됐다. 곡물 가격의 상승으로 전체적인 밥상 물가가 상승하는 애그플레이션과 식량 부족으로 인한 기근에 대한 우려 역시 적지 않다.

출처: 부산항만공사
출처: 부산항만공사

 

이런 가운데 러시아를 향한 경제제재가 강화되면서 한국 역시 영향권에서 벗어나기는 힘들어졌다. 부산항의 러시아 컨테이너 물동량은 2021년 기준 약 83TEU로 중국, 미국, 일본의 뒤를 이어 네 번째로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그런데 현재 러시아를 대상으로 한 경제제재로 기존 15개였던 러시아 정기노선은 10개만이 가동되고 있다. 현장 관계자들은 잠정 중단이지만 사태가 언제 해결될지 미지수인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한다. 게다가 한국의 러시아산 수산물 수입금액은 연간 15천억에 이르는 규모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 국내 원양 수산물 수입에도 차질이 생길 것으로 예측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평화협상 진전 물살, 전쟁 끝나나

다행히 두 국가 간의 전쟁이 어느 정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은 듯하다. 앞선 4차례의 협상에서는 별다른 진전이 없었지만 29일 진행된 5차 협상에서는 평화협정이 급물살을 탔다. 터키 이스탄불의 돌마바흐체 궁전에서 약 4시간 동안 진행된 5차 협상에서 우크라이나는 안보가 보장된다면 핀란드화를 받아들이겠다고 선언했다. 우크라이나의 핀란드화는 지난 1월 러시아가 유럽 국가와 연쇄적인 회담을 가질 때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이 제안했던 것으로 2차 세계대전 이후 NATO에 가입하지 않고 외교적 중립지대를 유지한 핀란드처럼 우크라이나도 중립지대로 만들자는 계획이다.

출처: 젤렌스키 대통령 트위터
출처: 젤렌스키 대통령 트위터

 

5차 협상 이전까지 우크라이나는 중립국화를 반대했지만 이번 회담에서는 중립국 지위를 채택하는 데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최종적으로 밝혔다. 회담에 참가한 미하일로 포돌랴크 대통령 보좌관은 터키, 이스라엘, 폴란드, 캐나다 등을 안보 보장국으로 보고 있다중립국 지위를 채택하면 우크라이나 내 외국 군사기지는 유치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며 러시아의 핵심 요구 사안을 받아들이는 입장을 취했다. 협상단장을 맡은 우크라이나 여당 대표 다비드 하라하미야는 “NATO와 유사한 안보체제를 마련해 안보 보장국이 법적으로 우크라이나를 보호할 의무가 있는 체제를 바란다NATO 조약 5조를 언급했다. 이 조약은 NATO의 설립 근거 조항이자, 한 회원국이 공격을 받으면 다른 회원국이 자동 개입해 공동으로 방어한다는 군사동맹을 의미하는 조약이다. 중립국 지위를 택하는 것으로 NATO 가입을 포기하는 듯한 의사를 밝힌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역시 이날 회담을 건설적이었다고 평가했다. 러시아는 비군사 동맹인 EU에 우크라이나가 가입의사를 밝혔을 때는 반대하지 않는다는 내용에도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두 국가의 전쟁이 평화협정 물살을 타면서 어느 정도 소강될 조짐이 보이고 있다. 이번 전쟁은 일어나서는 안 됐던 참혹한 신냉전 시대의 민낯이었지만, 소통의 힘을 보여준 젤렌스키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단결력을 확인할 수 있던 계기이기도 했다. 협상 테이블에 앉으려고 하지 않던 러시아를 평화협상의 테이블로 끌어내고 패권국의 무력은 정답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전 세계에 각인시켰다. 러시아 군의 포격과 총격에 쓰러진 수많은 우크라이나 국민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진정한 평화가 우크라이나에 깃들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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