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로 시작된 MBTI, 채용시장에도 등장했다
재미로 시작된 MBTI, 채용시장에도 등장했다
  • 오승현 기자
  • 승인 2022.04.18 17: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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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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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잘하는 MBTI, 일 못하는 MBTI?
MBTI, 꼬리표 되는 순간 문제

[한국연예스포츠신문] 오승현 기자 = 사람의 성격의 경향성을 16가지 유형으로 나누는 성격유형검사인 MBTI가 한동안 열풍이었다. 이곳저곳에서 MBTI 특징, 나랑 잘 맞는 MBTI는? 등의 이야기들로 떠들썩하다. 현대인이라면 자의로, 또는 타의로 한 번씩은 해 봤을 MBTI 테스트는 하나의 공감문화, 오락문화가 되었다. 그런데 지난달, 이 MBTI가 채용시장에 등장했다. 수협은행이 최근 공개 채용시즌에 지원자들에게 요구한 자기소개서 질문으로 ‘본인의 MBTI가 지원한 직무에 어떤 도움이 될지 서술하시오’를 선정한 것이다. 자기소개서뿐만이 아니다. 다수의 기업들이 채용 서류 심사 시 MBTI를 필수로 검사하게 요구하기도 하고, 자신의 MBTI 결과지를 함께 제출할 것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재미로 유행했던 MBTI 열풍이 채용시장을 물들였다.

 

일 잘하는 MBTI? 성격유형 속여서 취업준비 해야 하나

한 익명 커뮤니티에서는 ‘알바까지 MBTI가 결정하는 세상’이라며 이력서 필수 질문 사항에 MBTI를 기입해야 하는 질문이 있었다는 글이 올라오며 이슈가 되었다. 해당 글에 올라온 아르바이트 모집 안내공고에는 특정 MBTI 두 개를 지목하며 ‘위 분들은 신청해주지 않으셨으면 한다, 엠비티아이가 E(외향성)로 시작하는 분들만 많이 지원해 주시기 바란다’고 적혀있어 논란은 가중되었다. 해당 게시글의 댓글에는 "알바 면접을 봤던 모든 곳에서 MBTI를 물어봤다", "오늘도 면접을 봤던 카페 사장님이 MBTI 물어보더라. 사장님이 선호하는 MBTI를 알아내서 바꿔 답하고 싶었다" 등의 공감 댓글, "위에 특정된 해당 MBTI는 무슨 죄인지. MBTI 하나로 사람을 판단하고 거르는 것 같아 기분이 나쁘다" 등의 부정적인 댓글이 폭발적으로 달렸다. 아르바이트뿐만이 아니다. 이제는 대기업도 채용시장에 MBTI를 등장시켰다. 은행, 엔터테인먼트사, 유명 방송국 내 유튜브 팀까지 분야도 다양하다. 채용시장에도 ‘MBTI 붐’이 나타난 것이다. 채용 플랫폼 검색한 결과, 회사의 규모, 분야 구분을 하지 않고 채용 공고를 최신순으로 50건을 조사했을 때, 4개의 회사 중 1회사 정도가 MBTI 결과를 함께 제출할 것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학생들, 사회 초년생들에게 유행했던 인터넷 밈(문화로 유행하는 모든 것들을 일컫는 용어)이었던 MBTI가 점차 사회적으로 확대되며 MBTI에 열광했던 젊은 층의 발목을 잡는 경우가 종종 생기고 있다. 인력 채용 플랫폼인 알바몬과 잡코리아는 이에 대해 대학생, 직장인, 구직자를 대상으로 MBTI에 대해 설문을 실행했다. 그 결과 ‘MBTI 결과는 대체로 신뢰하지만 취업 시 MBTI를 제출하는 것은 반대한다’는 의견이 높다고 밝혀졌다. 채용시장에 MBTI 개입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편견’(전체 응답자 중 81%, 복수응답 가능)이었다. 취업준비생인 임 모 씨(24)는 “회사 면접 시 MBTI 검사지를 요구 받았다”라며 “여러 회사에 지원할 때 각 회사가 원하는 인재상을 상상하며 검사를 하는데, 내 성격과 상관 없는 MBTI가 나올 때마다 허무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솔직한 MBTI를 밝히면 서류에서 탈락할 것 같기에 매 지원때마다 제출용 MBTI를 만든다고도 덧붙였다.

취업을 준비하는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일 잘하는 MBTI' 유형도 암묵적으로 정해져 있다. 특히 취업카페에서는 각각 외향성, 내향성을 나타내는 E와 I 유형 중 '내향성인 I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불리하다, MBTI에 I가 들어가는 사람에겐 단점에 대한 질문을 많이하더라'는 소문이 도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계획형'임을 나타내는 J 유형이 꼼꼼하고 업무 수행능력이 뛰어나다는 인식이 있어 구인구직 플랫폼에는 노골적으로 E00J 유형의 많은 지원을 기다린다는 아르바이트 모집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렇게 오늘날의 채용시장은 MBTI로 인해 사회에 암묵적으로 '일 잘하는 성격유형, 일하기에 알맞은 인재상'이 표준화 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움직임은 결코 좋지 않다.

 

출처: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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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TI, 꼬리표가 되면 문제

MBTI 신봉자, 과몰입러 등장에 이어 채용시장에까지 활발히 쓰이고 있는 MBTI, 인터넷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검사를 해본 많은 네티즌들은 이 검사가 정확하다고 믿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강학중 가정경영연구소장은 “80억에 가까운 인구를 16가지의 유형으로 분류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라며 "MBTI는 신뢰도, 타당도에 문제가 많아 비판을 받아온 검사”라고 말했다. 강 소장은 덧붙여 누구나 해당되는 일반적인 검사 결과를 놓고 자신의 성격이라고 믿어 버리는 ‘바넘 효과’를 언급했다.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사실까지도 자신에게 해당되는 의견이면 믿어 버린다는 것이다. 이는 많은 사회 초년생이 MBTI를 맹신하고, 기업이 과도하게 MBTI를 이용하게 되면 선입견에 갇힐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현상이 지속되면 사회초년생은 ‘난 원래 이러는 사람이야’라며 스스로를 평가하고 결단 내린 후 포기해 버릴 수도 있다.

소개팅을 할 때 특정 MBTI는 자신과는 안 맞는다며 사람보단 MBTI 유형을 먼저 보거나, 아르바이트를 고용해야 하는 고용주가 되었을 때 그 사람의 능력보다는 자신이 원하는 MBTI 유형의 지원자만 고용하는 것은 MBTI를 향한 어긋난 신념이다. 특히 사회적으로 청년들의 가장 큰 관심사이자 이들의 미래를 좌지우지하는 ‘채용시장’에 MBTI가 도입됐을 때, 그 문제는 더욱 커진다. 채용시장에 기피되는 MBTI 유형이 굳어진다면 ‘특정 유형이 어떤 일을 못하더라’하는 전제가 깔리고 이는 자신의 능력, 노력과는 별개로 꼬리표로 굳어질 수 있다. 이는 특정 MBTI를 향한 차별 정당성을 부여한다.

또한 MBTI가 회사 내부에서 원하는 인재상과 멀다는 것이 MBTI 네 글자를 통해 확실히 보이게 된다면 해당 지원자의 스펙이나 업무 능력, 경험이 적합하더라도 인사 담당자의 심리적 거부감이 적용되어 채용 결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질적 평가'가 중요한 면접이나 자기소개서에서 유일하게 지원자로부터 확답을 받는 것은 MBTI 유형이다. 인사 담당자에게 눈으로 보이는 '네 글자 MBTI 유형'이 심리적으로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시험 점수 등 객관적인 수치로 판단을 할 수 없는 '채용'에서 MBTI 꼬리표와 이로 인한 낙인효과는 다른 분야에서보다 더 큰 문제점이 될 수 있다. 

실제 채용시장 모습은 MBTI 도입으로 인해 많은 변화를 맞이했다. 많은 채용 플랫폼, 취업준비 카페에 ‘MBTI’ 키워드만 검색해 봐도 ‘일 잘하는 MBTI, 취직이 잘 되는 MBTI, 회사가 기피하는 MBTI 유형’ 등의 글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또한, ‘MBTI 꾸며서 검사하는 법, 0000(특정 MBTI 유형)의 특징’ 등을 알려주는 조언 글도 숱하게 등장했다. 자소서와 면접 질문 피드백으로 활발해야 할 취업 준비 게시판이 어느덧 MBTI로 가득했다. MBTI 키워드가 들어간 상당한 게시글 수와 댓글 개수로 젊은 취업 준비생들이 MBTI에 대한 부담감과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정말 앞으로는 일 잘하는 MBTI 유형의 지원자만 채용이 되는 시대가 오는 것일까?

 

출처: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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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TI는 업무 능력과는 상관이 없다

자신의 MBTI가 일 못하는 유형으로 낙인 찍힐까봐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는 없다. 채용시장에 MBTI가 자주 등장하는 만큼 MBTI 관련 전문가와 심리학자, 일부 채용 전문업계가 MBTI와 업무 역량의 연결고리가 없음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다소 생소한 채용시장의 변화에 대해 다양한 시각을 조사해 보았다.

채용시장에 몸담고 있는 한 제약회사의 인사팀장인 강모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강모씨는 “회의 때 부하직원이 ‘우리 회사도 신입사원을 뽑을 때 MBTI를 참고해 보자, I가 들어간 유형은 팀플레이가 힘들고, J가 들어간 유형이 꼼꼼해 확실히 일을 잘한다더라’는 의견 등 MBTI와 관련한 아이디어를 종종 낸다”라며 “실제로도 MBTI 이야기는 많은 회사 내부에서 이야기됐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인사팀 자체적으로 MBTI를 공유해봤는데 나를 비롯한 우리 팀 절반이 넘게 I유형이었고, J유형 반, P 유형 반이었다. 우리가 신입사원이었으면 팀의 절반이 면접도 못 보고 탈락했을 것”이라며 “업무 능력과 MBTI와 관련된 편견들은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고도 덧붙였다. 강씨는 “자소서로도 사람을 판단하기 힘들고 3차 면접까지 봐도 신입사원 채용은 평가라기보다는 모험에 가까운데, 단 네 글자인 MBTI로 사람을 우선 거르는 것은 인재를 놓칠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도 표현했다.

전문가들은 ‘온라인 상에 유행하는 간략형 검사지의 부정확성, 후속 설명은 오히려 타인을 이해하는 데 편견과 오해를 갖기 쉽다’고 주장한다. MBTI 검사로 알려진 인터넷 검사는 표면적인 것이며, 실제 MBTI 검사는 문항도 많고 전문가와 상담하며 결정되는 것이기에 정확한 MBTI가 아니라는 것이다. 한국 MBTI 연구소 김재형 연구부장은 “정식으로 검사한 MBTI라고 한들 정식 MBTI 결과와 업무 능력은 전혀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업무 능력에 중요한 것은 역량인데 ‘성격 유형’을 통해 역량을 살펴본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어떤 일을 해낼 수 있는 힘인 ‘역량’과 그 사람의 ‘성격 유형’을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MBTI는 역량이 아닌 타고난 경향성을 나타내는 것일 뿐더러 한 사람의 경향성은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발휘될 지는 개개인마다 다르다. 개인의 성격 경향성이 발휘되는 방향은 아무도 모르기에 특정 상황을 겪기 전에 판단해버리면 안되며, 성격으로 인한 업무 역량의 반영은 예측이 가능한 분야가 아니라는 것이다.

 

타인을 통해, 상호작용을 통해 자아정체성을 확립하려는 심리는 인간의 본능이다. 코로나 19로 인해 소통과 만남의 감소로 사람들은 MBTI를 통해 자아정체성을 확립하려고 했다. 이렇게 열풍이 시작된 MBTI, 문화적 오락거리로 소비하는 것은 심리적으로 건강한 현상이었다. 하지만 신뢰도나 타당성이 인정되지 않은 만큼 과도한 맹신이나 기업의 채용시장 도입으로 인한 지원자 유형 일반화는 경계해야한다. 건강한 MBTI 문화를 위해서는 MBTI를 평가 요소로 생각하는 것은 비판하고 주시해야 한다. 채용시장에 MBTI가 건강한 방향으로 쓰이려면 MBTI가 단점을 찾아내기 위한 요소가 아닌, 장점을 부각시키는 요소로만 사용을 할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MBTI를 나 자신을 성찰하고 다양한 타인을 이해하려는 수단으로만 이용해야 편견과 일반화가 생성되지 않는 건강한 자아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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