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장르가 된 e스포츠, 정식 스포츠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하나의 장르가 된 e스포츠, 정식 스포츠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 김보민 기자
  • 승인 2022.05.11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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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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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연예스포츠신문] 김보민 기자 = 지난해 여름, 350만 명의 국내 인원이 동시에 시청한 영상이 있다. 유명한 스트리머의 방송? 유명 가수의 콘서트 라이브? 해당 영상은 다름 아닌 e스포츠 대회, ‘2021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SUMMER’의 결승전 라이브였다. 최고 동시 시청자 수 350만 명, 평균 동시 시청자 수 168만 명을 기록한 라이브는 게임의 인기를 입증했다. 식을 줄 모르는 게임의 인기에 힘입어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는 공식 메달 종목으로 e스포츠가 추가되었다. 지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메달 집계에서 제외된 시범 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첫 시도다. 하지만 이렇게 국내외로 많은 인기를 얻고, 끝없이 성장하는 e스포츠가 스포츠 대회에 등장하는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작지 않다. 새로운 장르가 된 e스포츠, 왜 아직 정식 스포츠화가 되지 못했을까?

 

e스포츠의 스포츠화, 논의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e스포츠는 스포츠로 간주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근본적인 의문이 생긴다. e스포츠가 스포츠화되지 않아도 즐기는 사람들이 많은데, 왜 사람들은 ‘스포츠’ 채택에 의미를 둘까. 가장 큰 이유는 국내외 입지다. ‘스포츠’로 인정받는 종목들이 주로 올림픽의 정신을 계승하기 때문에 다양한 세계 스포츠 행사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는 경우가 많으며, 비스포츠 종목에 비해 국가의 대우도 좋은 편이다.

이러한 여론에 힘입어 지난 2021년, 대한체육회는 한국e스포츠협회를 대한체육회 이사회에 준회원으로 가입을 승인했다. 한국e스포츠협회는 대한체육회 정회원 조건인 ‘시도체육회 12곳 가입’을 위해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대한체육회의 인정은 게임이 유흥 취급만 받던 과거에 비해서는 큰 발전이지만, 아직은 다양한 이유로 완벽한 정식 스포츠로 인정받기 어렵다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특히, 정식 체육 종목화를 인정하는 국제 경기 연맹 총연합회에 e스포츠는 등재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크게 작용한다.

그렇다면 ‘스포츠’가 대체 무엇이길래 e스포츠와 차이점이 있는 걸까. e스포츠는 electronic sports의 약자로,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에 의하면 게임물을 매개로 하여 사람과 사람 간의 기록, 또는 승부를 겨루는 경기 및 부대 활동을 의미한다. 반면, 스포츠는 경쟁과 유희성을 가진 신체 운동 경기를 총칭한다. ‘건강 증진’, ‘관계 형성’, ‘경쟁’ 등을 실현하고 있는 신체 활동을 의미하기 때문에 단순히 앉은 상태로 플레이하는 e스포츠와는 명백히 차이가 있다.

하지만 이러한 스포츠에 대한 기준은 모호하다. 신체 활동이 없는 바둑, 체스도 국제 경기 연맹 총연합회에게 두뇌 스포츠의 일종으로 인정받았다. 반면 포커 같은 경우는 아직 도박과 유흥의 이미지가 강한 탓에 국제매치포커연맹이 있지만, 스포츠로 채택되지 않았다. 명백한 기준이 설립되지 않았기 때문에 논의의 바람은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만큼 e스포츠 자체도 기존 스포츠 이념과 부합하는 점과 어긋나는 부분이 양립하고 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이러한 e스포츠 논의에서 어떤 의견을 제시하고 있을까?

 

/출처: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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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스포츠는 스포츠가 맞다

먼저 우리는 e스포츠의 규모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1년 e스포츠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e스포츠 시장 규모는 1조 204억 원에 육박한다. 국내 e스포츠 게임단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프로 선수도 400명을 돌파했다. 웬만한 운동 종목보다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셈이다. 아울러 2020년 e스포츠 지원기관은 해당 종목에 178.2억의 예산을 지원했으며, 이는 2019년 대비 53.6%나 상승하였다. e스포츠 산업이 끝없는 성장을 이룩하고, 경제의 발전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하나의 증빙인 것이다.

두 번째로, e스포츠를 단순히 게임 산업과 비교해서는 안 된다. 대한체육회에 의하면 e스포츠는 ‘중계의 관전, 그리고 이와 관계되는 커뮤니티 활동 등의 사이버 문화’가 포함된다. 단순히 경쟁하는 게임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일종으로서 관객과 소통하고 즐길 기회가 마련된다. 승패가 걸린 경기를 보러 관객이 모이고, 같은 팀을 응원하는 사람끼리 동류감을 형성하며, 결과에 승복하면서도 다음 우승을 기다리는 이 모든 장면은 일반 스포츠와 다를 바 없다. 

비영리 국제 e스포츠 단체인 국제e스포츠연맹 또한 2008년 한국의 주도로 8개국과 함께 신설되었다. 8개국으로 시작한 국제e스포츠연맹은 2022년 4월 기준 총 123개국이 가입하며 e스포츠의 위상을 증명하였다. 이들은 e스포츠의 글로벌 국제표준화와 국제경기연맹총연합회 가입으로 대표되는 국제 정식 체육 종목화를 목표로 한다. 그만큼 e스포츠의 위상이 국제적으로 높아지고, 많은 국가에서 일반적으로 즐기는 스포츠 종목이 되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리그 오브 레전드 대회를 자주 관람하는 20대 여성 A 씨는 “e스포츠를 통해 응원하는 팀이 같은 친구와 동질감을 느끼기도 하고, 경기를 보며 저렇게 잘해 보고 싶다는 꿈을 키우기도 한다”라며 “규칙에 따라 단체끼리 겨루는 모든 경기는 스포츠라고 인정해도 될 것 같다. 괜히 이름에 sports가 들어가는 게 아닐 것이다”라며 e스포츠가 스포츠의 일종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왜 이런 여론에도 불구하고 e스포츠는 정식 체육 종목이 되지 못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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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나타난 e스포츠의 한계

가장 큰 이유는 게임의 사유성이다. 국제적인 규격과 룰이 있는 대부분의 일반 스포츠 경기들은 경기의 흥행에 특정 기업이 이득을 보는 일이 드물다. 하지만 게임은 사기업의 제작 형태다.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 대회가 흥할수록 게임 회사인 ‘라이엇 게임즈’가 수익을 얻는다. 경기에 흥미를 가지고, 유입되는 사람들은 사기업의 게임을 구매할수록 이득이 되는 건 e스포츠연맹이 아닌, 게임 회사인 것이다. 현재 진행되는 오버워치 월드컵 같은 경우 오버워치의 게임사인 ‘블리자드’가 독점적으로 자체 리그를 개최한다. 김성회 게임 개발자는 한 영상을 통해 “대회 종목으로 채택된 게임이 누리게 될 천문학적 금액의 마케팅 효과는 사기업이 얻게 된다”라며 “이 부분이 e스포츠의 제도권 탑승의 큰 약점이 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게임 자체의 폭력성도 하나의 장벽이 된다. 일반 스포츠와 다르게 게임에서 승리하려면 상대 캐릭터를 죽여야 한다. 이러한 폭력성 탓에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서바이벌 게임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종목에서 대인 사격이 금지되었다고 알려졌다. 이유가 명확히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기본적으로 아시안게임 등의 국제 경기는 국가 간 친선을 도모하는 행사이기 때문에 이를 저해할 수 있는 ‘서로를 죽이는 행위’는 제거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총기류를 사용하는 배틀그라운드뿐 아니라 대부분의 경쟁 게임은 서로를 공격하여 체력을 0으로 만드는 것이 목적이다. 단순히 승리로만 끝나지 않는 경쟁이 스포츠 정신에 크게 위배될 수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게임 종목 선정에도 많은 잡음이 생긴다. 누구나 공, 배트 등 간단한 준비물만 있다면 쉽게 참여할 수 있는 다른 스포츠와 달리 e스포츠는 명백한 국가별 격차가 존재한다. 단순히 선천적인 체형과 실력의 문제가 아니다. 개발 국가의 제한, 인터넷 보급률, 장비 등 많은 요소가 e스포츠 대회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실제로 현재 e스포츠 대회에는 미국, 유럽, 중국, 일본 등 선진국 위주로 메이저 리그가 꾸려진다. 마이너 리그를 따로 진행하지만, 어쩔 수 없는 격차를 메꿀 수 없다. 또한, 지역별로 허용되는 게임의 한계 문제도 존재한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는 중국 한정으로 서비스가 되는 ‘몽상국 2’가 종목으로 채택되었다. 국내에서도 국내 미출시를 사유로 선수단을 파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결국, 아직 마땅한 기준이 없는 e스포츠의 종목 제한으로 인해 특정 국가만 크게 이득을 보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e스포츠는 아직 한계가 있기에 스포츠로 인정할 다양한 이유가 있음에도 정식 스포츠화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외 e스포츠연맹은 여전히 ‘e스포츠’라는 새로운 장르를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스포츠로 인정받는 것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모든 비디오 게임을 e스포츠로 간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필요충분조건을 고려하여 기준을 잡고, 많은 논의를 거쳐 하나의 기준을 정립한다면 e스포츠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올림픽 경기에서도 e스포츠를 볼 수 있는 날이 머지않았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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