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실종사건', 도대체 왜?
'꿀벌실종사건', 도대체 왜?
  • 이준영 기자
  • 승인 2022.05.17 11: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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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 지속 폐사, 생태계 전체 위협
지구온난화부터 살충제까지 여러 원인 지목
꿀벌 지키기 위한 방법은?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한국연예스포츠신문] 이준영 기자 = 우리가 살면서 꿀벌의 도움을 받는 일이 있을까? 대부분 '달콤한 꿀을 먹을 수 있다' 한 가지가 떠오를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꿀벌은 우리 식생활 전체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생태계의 근간이 되는 꽃의 수분, 채소와 과일 생장에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이 꿀벌이 사라지고 있다. 그린피스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2006년 이후 미국의 꿀벌 개체 수가 40% 감소했고, 유럽에서도 1985년에 비해 25% 줄어들었다. 영국은 2010년 이후 45%나 꿀벌 개체 수가 줄어들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현재 2022년 1월 제주특별자치도부터 시작해 전라남도, 경상남도, 충청북도, 고양시에서도 꿀벌 군집붕괴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도대체 꿀벌이 왜 사라지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그로 인한 영향은 어떤 것이 있을까?

 

꿀벌의 개체 감소, 그 영향은?

꿀벌이 지속해서 폐사한다면 우리에게는 어떤 피해가 있을까. 

첫 번째로 '벌꿀'이 사라진다. 꿀벌을 통한 양봉의 역사는 상당히 오래됐다. 약 8,000년 전 그려진 것으로 추정되는 스페인의 한 동굴벽화에서도 인간이 벌꿀을 채집하는 모습이 남아있다. 우리는 이 꿀을 일반적으로 단맛을 내기 위한 재료로 사용한다. 그러나 벌꿀의 기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혈관 속 노폐물을 제거하고, 장 속 미생물 번식을 억제해 소화 기능에도 도움을 준다. 두통과 인후염을 완화시키는 효과도 있어 감기약에 사용되기도 하고, 노화 방지 등에도 효과가 있어 미용 제품에도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벌꿀의 사라짐은, 우리의 '맛'부터 건강, 미용까지 영향을 준다는 뜻이다.

두 번째로 많은 채소와 과일이 자라지 않아 식품 대란이 벌어질 것이다. 꿀벌이 꿀을 채취하러 돌아다니는 활동은 꽃의 번식 이른바 '수분' 활동으로 이어진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세계 100대 작물 중 71%가 꿀벌을 매개로 수분한다. 이는 꿀벌이 없어지면, 농작물의 생장에 타격이 이어진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는 식자재 가격 폭등으로 이어질 것이다.  실제로 스코틀랜드에서는 2012년 겨울 군집이 3분의 1 이상 괴멸하여 음식값이 일제히 올랐다.

세 번째로 낙농업이 위태로워진다. 꿀벌의 수분을 통해 나온 작물을 젖소도 섭취하고 있다. 젖소는 매일 약 45kg의 먹이를 섭취하는데 대부분 꿀벌의 수분을 통해 자라나는 건초와 알파파가 사용되고 있다. 젖소의 먹이가 부족하면 그만큼 우유, 버터, 치즈 등을 얻을 수 없게 된다. '먹이'의 부족은 젖소에만 해당되는 일은 아니다. 건초 등을 먹는 동물들에게 모두 해당되는 일이고, 이는 곧 '육류'를 섭취하는 인간에게도 직결되는 문제이다. 

결국 '꿀벌'의 실종은 생태계 전체, 우리의 '식생활' 전체에 영향을 주는 인류 생존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알베르트 아인슈타인(1879~1955)은 "꿀벌이 멸종하면 인류도 4년 안에 사라진다"라며 꿀벌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꿀벌은 왜 죽고, 사라지는 것일까?

그렇다면, 이렇게 중요한 꿀벌이 도대체 왜 사라지는 것일까. 첫 번째 원인은 지구온난화이다. 이번 군집붕괴현상에 대해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지난해 9~10월 전국적으로 기온이 떨어져 추운 날씨를 보이면서 11월부터 벌들이 월동에 들어갔다”라며 “하지만 11~12월 중순 기온이 평년보다 높아지고, 봄꽃이 개화하면서 벌들이 벌통 밖으로 나갔다”라고 설명했다. 봄꽃의 이른 개화는 꿀벌에게 매우 치명적이다. 꽃의 개화 시기와 곤충의 활동 주기가 맞지 않게 되면서 꽃은 꽃가루가 잘 옮겨지지 않아 번식할 수 없고, 벌은 꽃가루를 찾아 멀리 나왔는데 먹은 것이 없어 돌아가지 못해 폐사할 수 있다. 이런 현상이 반복된다면 군집 내부에도 기온이 낮아지며 남아있는 벌들마저 죽게 될 것이다.

두 번째 원인으로는 기생충이다. 우리에게는 꿀벌응애라 불리는 기생충은 크기가 1mm 지만 세계적으로 양봉산업에 심각한 피해를 주고 있다. 우리나라도 꿀벌응애를 피하지 못해 꿀벌에 만성적으로 기생 중이며, 양봉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을 실패로 이끄는 가장 큰 원인이기도 하다. 농촌진흥청은 꿀벌응애를 “꿀벌의 유충, 번데기, 성충 등에 기생하면서 체액을 빨아먹는데, 기생 당한 꿀벌은 체중이 감소하고, 심하면 불구가 돼 정상적인 활동을 할 수 없게 된다. 또한, 급성마비와 기형날개를 유발하는 각종 바이러스를 옮긴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세 번째 원인은 살충제 사용이다. 농가에서는 꽃 성장에 방해되는 진드기를 제거하기 위해 사용되는 네오니코티노이드 성분의 살충제를 사용하고 있다. 해외에 있는 다양한 연구기관에서 살충제와 양봉용 벌의 죽음의 연관성을 입증하기 위해 많은 연구를 진행하였고 그 결과 “지난 몇 년 동안 군집붕계현상의 원인으로 지목되어온 네오니코티노이드 살충제가 전 세계적으로 광범위하게 퍼져있으며, 네오니코티노이드 살충제에 오염된 꽃꿀을 식량으로 저장하는 꿀벌 군집의 붕괴와 연관이 있음을 연구 결과를 통해 증명했다”라며 “네오니코티노이드 살충제가 꿀벌의 중추신경계에 작용하여 행동을 변화시키고 온몸을 마비시킨다”라고 해당 살충제와 양봉용 벌의 죽음과의 연관성을 입증했다.

그 외에도 독일 및 스위스 연구결과에 따르면 “꿀벌은 꿀과 꽃가루 채취가 끝나면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고, 벌집으로 돌아오기 위해 새나 돌고래처럼 지구에서 발생하는 자기장을 이용하는데,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각종 무선 장비들의 사용으로 나오는 전자기파에 노출돼 꿀벌들이 집을 제대로 찾지 못한다”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등 꿀벌 집단 폐사의 원인들이 가설을 통해 나오고 있으며, 다양한 연구기관에서는 가설을 입증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꿀벌을 지키기 위한 노력들

꿀벌이 지구 전체에 큰 영향을 주는 만큼 국내외에서 꿀벌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먼저, 세계 각국에서는 '네오니코티노이드 성분 살충제'에 주목하고 있다. 각종 연구를 통해 네오니코티노이드 함유 살충제와 꿀벌 폐사에 대한 연관성이 입증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2년 EU집행위원회의 요청으로 진행된 네오니코티노이드 계통 클로티아니딘, 이마다클로프리드, 티아클로프리드 성분과 벌의 성장 등의 연관성 조사가 대표적이다. 이 조사를 통해 네코니코티노이드계 성분이 1990년대 초부터 전세계적으로 진행된 꿀벌 폐사의 주된 요인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후 EU를 시작으로 세계 각국에서 해당 성분이 포함된 살충제 등의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대처하는 중이다. 안동시의회에서는 4월 꿀벌 산업 활성화 중장기 대책 수립을 촉구하는 건의문을 만장일치로 채택하였다. 건의문에는 양봉업 피해 농가 지원을 위해 이상기후에 대응할 선진 사육기술 및 질병 방제를 위한 연구, 제발 방지를 위한 국가 차원의 품종개량 및 연구, 양봉업 피해 농가를 대상으로 꿀벌 지원·육성사업을 추진하는 요구사항이 담겨있다. 경상북도에서는 꿀벌실종 피해 농가에 예비비 66억 원 등 총사업비로 110억 원을 긴급 투입하여 양봉 농가의 벌 입식비와 면역증강제 등 기자재 지원, 농어촌진흥기금 50억 원(융자)을 긴급 투입하는 등 적극적으로 꿀벌실종 피해 지원책을 마련했다.

꿀벌을 위해 우리가 실생활에서 할 수 있는 일도 있다, 먼저 텀블러 및 다회용품 사용이다. 익히 알려진 것처럼, 각종 일회용품의 사용과 폐기는 환경에 큰 악영향을 준다. 특히 플라스틱 등은 소각 시 다량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해 지구온난화를 앞당기는 만큼 다회용품 사용이 반드시 필요하다. 

다음은 우리가 사용하는 이메일을 비우는 것이다. 이메일과 지구온난화가 무슨 연관성이 있을까. 우리 대부분이 인지하지 못하고 있지만, 이메일 한 통을 발송하는 데에도 4g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첨부파일이 포함된 메일은 수십 배이다. 이산화탄소 배출의 가장 큰 이유는, 메일 전송에 '데이터 센터'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메일을 보내면, 센터에서 데이터를 저장하고 전송한다. 메일의 안정적 처리, 전송 등을 위해 이 센터는 24시간 365일 가동되며 적정한 온도와 습도로 유지된다.

이러한 구조에서, 우리가 보내거나 보관하는 메일량의 증가는 어떤 결과를 초래할까. 메일량의 증가는 센터에서 처리해야 하는 양의 증가로 이어진다. 그리고 이는 다시 센터 설비의 적정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기 위한 전력과 에너지 소비로 연결된다. 우리가 무심코 보내는 메일 한 통이 에너지 소비, 이산화탄소 배출로 이어지는 것이다. 작은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범위를 전세계인으로 넓혀 생각하면 지구온난화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엄청난 일이다. 

 

꿀벌은 우리 산업과 많은 연관이 있다. 물론 지금 당장 그  피해를 느끼지는 못할 수 있다. 그러나 이를 무시한다면 피해는 배로 늘어서 반드시 우리에게 돌아올 것이다. 꿀벌의 멸종은 이제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이번 사태로 인해 우리나라에서 폐사한 꿀벌은 약 78억 마리다. 조금은 불편할지라도 아주 작은 행동부터 하나씩 실천하며 꿀벌과 상생하기 위해 노력해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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