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색 힐링, '반려식물' 인기
초록색 힐링, '반려식물' 인기
  • 오승현 기자
  • 승인 2022.06.08 10: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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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불문, 반려동물 붐에서 반려식물 붐으로

반려식물 위한 다양한 변화와 발전

반려식물을 통해 치유받는 사람들

출처: 게티이미지 뱅크
출처: 게티이미지 뱅크

[한국연예스포츠신문] 오승현 기자 =  “매일 신경 써줘야 하는 반려식물과 함께 산다는 생각에 이상하게 덜 외로워지고 책임감도 생겼어요.” 허브 화분 하나를 키우기 시작했다가 어느덧 반려식물이 6개로 늘어난 20대 자취생 신서현씨의 말이다.

“오늘도 이 아이들이 잘 커줘서 감사해요.” 애지중지 키운 반려견을 먼저 떠나보내고 다시는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겠다고 다짐했다는 60대 김윤숙씨는 반려식물을 통해 힐링을 하기 시작했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바로 식물을 단순히 키우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정서적 안정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흔히 관상용, 식용으로 키우던 식물의 앞에 '반려'라는 말이 붙기 시작했다. 반려동물은 흔한 말이었어도 반려식물은 낯설게 느껴지기도 한다. '반려식물'의 등장으로 식물을 반려의 존재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무엇이 이들을 초록색 삶으로 이끌었을까? 이들은 왜 식물과 함께하고자 할까?

 

키우기에 부담 없고 마음 주기도 쉬운 '반려존재'

반려식물과 함께 생활하는 사람들은 식물을 키우며 느낀 점들이 많다고 말한다. “나 하나 챙기고 살기 힘들었던 자취 생활에 반려식물이 생기니 내 자식 같기도 하고 내가 일상에서 여유를 찾지 못하면 이 친구들이 시들 것이라는 생각에 내 자신도 잘 챙기게 되었다”는 20대 신씨는 오늘도 식물이 하루하루 자라는 모습을 보며 정서적으로 행복감을 느낀다. 60대 김씨 또한 마찬가지이다. “자식도 다 키우고 반려동물은 다시 키울 엄두가 안나 맘 붙일 곳이 없었는데 식물을 키우게 되자 생각보다 애착이 가더라”라며 “식물 키우는 게 까다롭다는 편견과 달리 가꿔주고 가끔 말 걸어주고 물 주는 일만 잘 하면 잘 큰다”고 뿌듯함을 드러냈다.

반려식물은 단순히 재배하고, 식용으로 키우는 식물의 존재를 넘어섰다. 한때 식물에 관심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소소하게 유행했던 비싼 화초를 키워 포기나누기(크게 자란 식물의 한 뿌리를 나눠 여러 화분에 나눠 담는 것)로 돈 벌기처럼 제테크 개념은 더더욱 아니다. 이들의 역할은 '심리적 효과'이다. 바쁜 삶에 찌든 자취생활에 집주인 눈치보랴, 생활비 아끼랴 정신 없는 20대들에게 구하기도 쉽고 키우기에 부담 없는 반려식물들은 심리적 행복감을 느끼게 해준다. 동물을 키우기엔 심적으로 어려움을 느끼지만 적적함은 더 싫은 중장년층에게도 반려식물은 마음을 붙일 수 있는 존재로 방 한켠에 조용히 자리잡고 있다. 580명을 대상으로 한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의 반려식물 관련 조사에 따르면 반려식물을 키우는 응답자들은 식물로 느낀 변화에 대해 '집안 분위기가 밝아졌다(44.0%)', '일상 속 소소한 기쁨을 준다(43.8%)', '힐링이 되는 느낌이다(38.4%)' 등의 심리적 효과를 답했다.  

이렇듯 오늘날, 다양한 사람들이 식물과 함께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이 지난해 2021년 반려식물 인식에 대해 조사한 결과, 거의 모든 연령의 응답자가 반려식물에 관심이 생겼다고 답한 가운데 20-30대에서 61.1%, 60대에서는 46.3%가 코로나19 이후 반려식물에 대한 관심이 현저하게 증가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롯데백화점은 홈 가드닝 관련 매출이 코로나19 이후 매년 2배씩 증가한다고 발표했다. 종로 꽃시장, 강남 화훼상가는 반려식물을 구매하기 위한 소비자들로 매일 북적인다. 뿐만 아니다. MBC 인기 예능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한 가수 샤이니 멤버 키는 본인의 텃밭을 가꾸고 본인의 반려식물을 신중히 고르는가 하면, 유튜브에는 ‘키우기 쉬운 식물, 반려식물과의 동거 브이로그’ 등 식물과 함께하는 삶을 다룬 콘텐츠가 널려있다. 오늘날 미디어에서 반려식물 콘텐츠를 점점 더 쉽게 찾을 수 있는 것은 반려식물에 대한 수요와 관심이 증가했음을 보여준다. '식물 키우는 것은 귀찮고 까다로운 일이다’라는 편견은 이제 없다. 나에게 맞는 식물 찾기, 키우기 쉬운 식물 찾기, 나에게 힐링을 가져다줄 반려식물 찾기 등 식물과 함께하는 삶이 자연스럽게 하나의 트랜드로 자리잡았다.

반려식물에 대한 관심이 모든 세대에게서 증가한 가운데 젊은 층에게 각광을 받는 이유에 대해서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코로나 19로 인해 건강에 대한 관심과 소통에 대한 욕구가 함께 증가했는데 그 두가지를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 수단이 반려식물”이라고 언급했다. 덧붙여 “반려식물이 인테리어 효과까지 있어 자신만의 공간을 중시하는 젊은 층의 성향과 잘 맞다”고도 말했다. 다른 전문가들은 반려식물의 전체적인 수요 증가에 대해 “반려식물은 좁은 공간에서 배치와 이동이 자유롭기에 사람들이 관상용, 식용, 정서 교감용으로 접근하기 좋은 존재”라고 언급했다. 월세로 원룸에 사는 MZ세대부터, 적적하지만 반려동물을 키우기에는 체력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조건이 어려운 노년층까지 일상을 채워주기에 부담 없는 존재가 반려식물이라는 것이다. 또한 “반려식물에 관한 콘텐츠가 늘어난 가운데 노년층 또한 유튜브와 인터넷에 접근이 쉬워져 식물에 관한 정보를 얻고 실천하기 편리해졌다”며 적적한 독거노인 가구와 코로나19로 집에만 있는 시간이 늘어난 퇴직 노년층 인구가 자연스럽게 매일 관리해주고 관심을 가지고 가꿔줘야 하는 반려식물 수요층이 됐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이렇게 다양한 이유로 다양한 사람에게 나타난 ‘반려식물’은 ‘반려’가 붙은 만큼 생활 속 동반자, 일상 속 힐링으로 자리잡았다. 이들은 반려식물에게 걸맞는 환경을 위해 애정을 담아 다양하게 변화하고 있다.

 

실내 열악한 환경에서도 식물을 잘 자라게 해주는 홈가드닝 제품 / 제공: LG 전자 (LG 틔움 미니)
실내에서도 식물을 잘 자라게 해주는 홈가드닝 제품 / 출처: LG 전자

반려식물을 위한 병원도 등장, 다양한 변화

지난해 순천시 에서는 도움이나 치료가 필요한 반려식물을 도와주는 ‘반려식물 앰뷸런스’가 인기를 끌었다. 이는 식물 전문가와 시민정원추진단이 직접 방문해 컨설팅과 간단한 응급조치를 하는 서비스이다. 순천 시민 누구나 행정복지센터나 순천시 자치혁신과로 이 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다. 식물 상태 진단과 관리방법을 상담하고, 분갈이나 가지치기, 식물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시민들은 상가와 자택, 아파트 단지 내 식물 컨설팅을 신청하고 식물 치료를 받는 등 해당 서비스에 열광했다. 순천시 관계자는 “시민 누구나 일상에서 식물을 키우고 정원을 스스로 가꿔 나가는 활동이 지속해서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의왕시도 지난 2일부터 ‘찾아가는 반려식물병원’ 운영한다. 해당 행사는 시내 아파트단지 10개소를 대상으로 6월 2일부터 6월 16일까지 운영한다. 관내 도시농업 전문 인력이 아파트단지를 직접 찾아가 집안에서 키우는 화분 관리법, 분갈이, 병해충 방지 등 식물 관리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상담을 진행한다. 오세철 도시 농업과장은 “언택트 트렌드에 맞춰 홈파밍이 새로운 여가생활로 떠오르고 있는 만큼 ‘찾아가는 반려식물 병원’을 통해 식물재배에 관한 유용한 정보를 습득해 소중한 반려식물을 건강하게 키우고 이를 통해 일상의 행복감이 더욱 높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반려동물 병원만 생긴 것이 아니다. 반려식물을 키우고 싶지만 식물 키우는 것에 자신이 없거나 소질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생긴 변화도 있다. LG전자는 반려식물에 대한 소비자의 수요를 반영해 지난 3월 소비자들이 더 쉽게 식물 생활에 입문하도록 ‘LG 틔운미니’를 출시했다. 작은 크기의 기계에 햇빛을 대신할 LED 조명, 흙을 대신할 씨앗키트가 있어 열악한 실내 환경에서도 쉽게 식물의 싹을 틔우고 키울 수 있다. 식물에게 필요한 물의 양은 씨앗 키트 내에 표시로 쉽게 알 수 있는가 하면, 식물에게 물이 부족할 경우 LED 등이 깜빡거리며 이 사실을 알려주기도 한다. 또 LG어플인 ‘LG 씽큐’와 연동하면 스마트폰으로도 식물의 상태를 알 수 있다. 식물이 잘 자라는 시간을 확인해주고 조명을 알아서 조절하기까지 한다. 바쁜 생활 때문에 식물에 관심을 주기 힘든 사람들을 위한 변화인 것이다. 이는 3월에 조기 완판되며 많은 소비자들의 열광을 이끌어냈다. 틔운미니 관계자는 “먹을 수 있는 식물에 초점을 뒀던 기존 재배 제품들과 다르게 반려식물 신가전을 구상했다”며 반려식물에 대한 고객의 니즈를 파악했기에 제품이 성공한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렇듯 반려식물을 향한 애정과 열망은 여기저기서 드러난다. 반려식물에 대한 애정 어린 인식의변화와 수요가 다양한 행사를 만들고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생소할 수 있는 변화 덕분에 반려식물에 대한 인식은 점점 널리 퍼지고 있으며 반려식물의 파급력은 보다 다양한 사람들에게 닿고 있다. 하지만 반려식물을 위한 인간의 변화만 일어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반려식물 또한 인간을 치유하며 작지만 큰 역할을 하고 있었다.

 

서울시 교육청이 학생들에게 지원하는 반려식물 / 제공: 서울시교육청
서울시교육청이 학생들에게 지원하는 반려식물 / 출처: 서울시교육청

인간, 반려식물을 통해 치유받다

앞서 만나본 신씨와 김씨에게 반려식물이란 ‘일상 속 적적함을 채워주고 행복감을 느끼게 하는 존재’, ‘책임감을 기르고 식물 뿐 아닌 나 자신 또한 가꾸게 하는 존재’였다. 이렇게 반려식물은 인간에게 줄 수 있는 정서적 교감과 우울감 극복을 위한 수단으로 다양한 곳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그 범위 또한 점점 넓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전주시 농업기술센터는 돌봄 대상 노인 500명에게 코로나 19 장기화에 따른 우울감 해소 목적으로 반려식물을 보급했다고 밝혔다. 돌봄 대상 노인들에게 간 반려식물은 전주시 양묘장에서 육묘한 5가지의 화초가 활용되었다. 돌봄 대상 노인들은 반려식물을 받자 “잘 기르겠다, 꽃을 보니 즐겁다”며 활짝 웃었다. 이에 박용자 소장은 “어르신들이 반려식물을 통한 정서적 안정과 삶의 활력을 이어나가길 바란다. 앞으로도 어르신에게 호응을 얻는 반려식물 확대 보급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다. 지난 30일 안양시는 복지시설을 대상으로 반려식물 지원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서적 안정과 우울감 해소 도모를 위해 복지시설을 이용하는 노년층, 장애인 500명을 대상으로 홈페이지에서 식물을 신청하고 복지시설을 찾아가면 반려식물과 식물 전문가의 재배 교육을 제공한다. 이렇게 소외계층, 심리적 치료와 지원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반려식물은 좋은 수단으로 자리했다.

서울교육청 또한 ‘찾아가는 플라워트럭’을 운영한다. 지난 달인 5월, 서울시교육청은 학생 자살 예방과 생명 존중 문화확산을 위해 학생 정서 안정 수단으로 반려식물을 나눠주는 사업을 진행했다. 서울시 내 33곳의 학교에 EBS와 서울시교육청이 제작한 생명존중 교육 동영상인 ‘같이 걸을까’ QR코드와 함께 반려식물이 배부되었다. 관계자는 “학생들이 심리적 안정감을 회복하는 동시에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울 기회가 되길 바란다”며 “코로나 이후 변화하는 교육환경에 맞춰 학생들의 심리지원에 필요한 사업들을 적극 추진할 예정”이라며 상반기 내에 플라워트럭 사업 대상 학교를 확대 계획도 밝혔다.

깊게 생각하지 않았던 ‘식물’이라는 생명의 미래가 막상 나의 손에 달리게 되면 정서적으로 연결이 되고 생명을 소중히 여기게 되는 심리변화가 일어난다. 반려식물은 인간과 연결되는 정서적 역할을 통해 사회 여기저기서 다양한 사람들을 도와주기 시작했다. 인간은 감정을 둘 곳을 원한다. 1인 가구가 늘어나고, 은퇴 후 여가 시간이 길어진 현대사회 속 사람들은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는 방법은 늘어났지만 자신의 정서적인 안정을 찾는 법은 아직도 모두가 미숙하기에 찾아가는 중이다. 식물은 그저 식용으로, 제테크를 위해서, 단순 관상용으로만 키우는 것이 아닌 ‘반려’적인 존재로 키우게 되었다는 것, 식물처럼 일상 속 작은 존재를 교감 대상으로 인식한다는 것은 빠른 세상의 발전 속 정서적인 교감과 행복감을 느끼고 싶은 사람들이 마음 붙일 곳을 찾고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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