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자살 아닌 비속살해, 측은지심 아닌 분노로 대해야
동반자살 아닌 비속살해, 측은지심 아닌 분노로 대해야
  • 김도영 기자
  • 승인 2022.07.09 19:2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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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유나 양 비속살해 가능성... 과연 진실은?
비속살해는 부모 권력을 이용한 명백한 "자녀 살해"
개인만의 문제가 아냐... 사회안전망 구축과 법적 토대 마련이 시급

[한국연예스포츠신문 = 김도영 기자]

최근 ‘자녀 살해 후 자살’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며 이와 관련한 적극적 조치들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 문제는 보통 경제적 어려움, 부모의 우울증이 주요 원인으로 꼽히며 “내가 없으면 이 아이가 혼자 어떻게 살겠어.”, “혼자 남겨지는 것보다는 함께 죽는 것이 나아.”라는 부모의 극단적인 생각으로부터 비롯된다. 과거 우리 사회는 해당 문제에 대해 동반자살로 미화하며 “오죽했으면 그랬겠냐”라는 온정적 시선을 보내는 경우가 대다수였지만 이제는 명백한 살인으로 규정하며 동반자살이 아닌 ‘비속살해’로 표현하는 추세이다. 현재 해당 문제에 대해 다양한 주체들에 의한 충분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질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최근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비속살해 사건에 대해 집중 조명했다.

출처 = 게티 이미지뱅크

제주 한 달 살기 하러 떠났던 조유나 양... 끝내 주검으로

2022년 5월 19일부터 6월 15일까지 제주 한 달 살기 체험을 하겠다며 집을 나선 뒤 실종됐던 조유나 양(10) 가족이 끝내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경찰은 6월 28일 오후 송곡항 앞바다에서 조 양 가족의 차량을 발견했고, 바로 다음 날 낮 12시 20분 조 양 가족의 아우디 A6를 인양해서 살펴본 결과 조 양 가족으로 추정되는 3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실종된 지 한 달여 만이다.

출처: 경찰청 실종아동찾기센터
출처: 경찰청 실종아동찾기센터

이 사건은 체험학습이 끝난 6월 16일 이후에도 조 양이 학교에 나오지 않자 이를 이상하게 여긴 학교 측의 신고로 알려졌다. 실종 신고를 받고 경찰은 지난 24일 공개수사에 착수했지만 조 양 가족은 제주도가 아닌 전남 완도에 위치한 한 펜션에 머무른 것으로 확인됐다. 외출을 거의 하지 않은 채 펜션에만 머무르다가 5월 30일 오후 11시쯤 팔을 축 늘어뜨린 조 양을 등에 업고 펜션을 빠져나가는 조 양 부모의 모습이 CCTV에 포착된 것이다. 그 후 5월 31일 오전 1시쯤 송곡항 인근에서 조 양과 조 양의 어머니의 휴대전화가 꺼지고 오전 4시쯤 조 양의 아버지의 휴대전화가 꺼진 것을 마지막으로 행적이 끊겼다.

정확한 사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인양 당시 조 양 가족이 타고 있던 승용차의 변속 기어가 주차 모드인 ‘P’에 놓여있었다는 점을 토대로 경찰은 모든 가능성을 열고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극단적 선택을 하기 위해 자동차를 운전해서 바다로 뛰어들었다면 주행 모드인 ‘D’에 있는 게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 양 가족이 평소 생활고를 겪고 있었다는 점, 실종 직전까지도 ‘익사 고통’, ‘극단적 선택’, ‘수면제’, ‘방파제 차량 추락’ 등을 포털 사이트에 검색했다는 점을 비추어 보았을 때 정황상 ‘자녀 살해 후 자살’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조 양 부모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으며 2020년부터 2년간 우울증 치료를 받아왔고, 외부와도 연락을 거의 하지 않으며 사회적으로 고립된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존속살해와 다른 비속살해... 가중처벌 조항 “아직"

지난 3월에는 경기 시흥 신천동 집에서 중증 발달장애인 20대 딸 B씨를 질식시켜 살해하고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50대 엄마 A(54)씨가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딸 B씨를 질식사로 숨지게 한 후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지만 결국 이루지 못하고 경찰에 자수한 것이다. A씨는 20년 전 남편과 이혼한 후 중증 발달장애인 B씨와 함께 살아오며 생활고를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A씨는 현재 갑상선암 말기를 투병 중이며 평소 우울증을 앓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극단적 선택을 결심하고 자신이 없으면 딸 B씨가 혼자서는 살아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해 이와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2020년 12월에는 남편과 이혼한 후 홀로 3년간 7살 아들을 양육하던 C씨가 생활고와 우울증으로 아들과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지만 실패하고 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C씨는 “다른 가족들의 사랑을 받지 못하는 아이가 나처럼 우울한 삶을 살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두 사건 모두 범행을 저지른 이유에 대해 ‘자녀를 위해서’라고 말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목숨에 관한 문제에 대해서는 정작 자녀의 의사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모순이 존재한다. 실제로 A씨의 딸 B씨는 2018년부터 혼자 장애인 시설에 출근하여 월 100만 원을 벌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으며 또래 친구 중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자녀를 별개의 인격체로 인정하지 않고 부모의 소유물이라는 그릇된 인식이 자녀들을 죽음 속으로 내몬 것이다. 이는 자녀를 보호하고 사랑할 의무가 있는 부모가 자녀의 목숨을 거두는 천륜을 거스르는 행위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아직 부모가 자녀를 살해하는 비속살해의 경우 가중처벌 조항이 존재하지 않는 실정이다. 존속살해와 달리 일반 살인죄로 성립되는 것이다. 이에 위 사례의 경우 A씨와 C씨는 일반 살인죄로 적용되어 각각 징역 6년,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출처 = 게티 이미지뱅크

존속살해의 경우 일반 살인죄에 비해 더 무겁게 처벌하고 있다. 일반 살인죄는 사형·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을 적용받는 데에 비해 존속살해는 사형·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을 적용받고 있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 법이 자식이 부모를 살해한다는 패륜성에 더욱 엄중한 책임을 묻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하게 깔려있는 유교 사상이 우리나라 법에도 그대로 반영되어 있는 것이다. 이는 존속살해와 비속살해 모두 천륜을 거스르는 끔찍한 행위임에도 불구하고 자식이 부모를 살해하는 존속살해에만 가중처벌 조항을 두는 이유이다. 그러나 비속살해 사건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시대가 많이 변한 만큼 비속살해에 대한 법적 토대가 재빨리 만들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장애인, 아동 인권에 대한 인식이 점점 높아지고는 있지만 정작 가장 가까운 부모에 의한 살해에 대해서는 별다른 법적 토대가 없기 때문이다. 
 

개인의 잘못만은 아냐 “사회안전망 구축이 우선”

비속살해는 자녀가 가장 사랑하고 신뢰하는 부모에 의해 영문도 모른 채 살해당하는 끔찍한 범죄로, 측은지심이나 “오죽했으면”이라는 가해자 입장의 온정적 시선으로 바라보아서는 안 된다. 그러나 이를 부모의 개인적인 잘못으로만 치부한다면 이들이 고통받아야 했던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 비속살해를 예방하기 위한 국가 주도의 적극적인 조치들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무고한 아이들의 죽음이 또다시 반복될 것이다. 생활고를 견디지 못해 죽음을 선택했던 가족, 내가 없으면 이 아이가 혼자서는 살아가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 장애인 딸을 20년간 홀로 키워냈던 엄마, 이 모든 것은 우리 사회의 복지제도가 그동안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이들을 얼마나 철저히 외면해왔는가를 보여준다. 물론, 어떤 살인이든 정당화될 수 없고 비속살해는 끔찍한 범죄임에 분명하지만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사회안전망이 촘촘히 구축되지 않는다면 이 사회의 비극이 똑같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출처 = 게티 이미지뱅크
출처 = 게티 이미지뱅크

우리는 국가 주도의 사회안전망 구축을 끊임없이 요구하고 죽음이 아닌 다른 해결 방법이 있음을 끊임없이 외쳐야 한다. 사회적 약자의 죽음이 어쩔 수 없는 측은한 일로 여겨져서는 안 되며 부모 권력을 이용한 자녀 살인이 그저 슬픈 일이 되어서는 안 된다. 조 양 부모가 생활고와 우울증을 함께 겪으며 힘든 상황에 처해 있었다는 점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지만 조 양은 제주도에 한 달 살기 체험을 하러 간다는 생각에 한껏 들뜬 마음으로 전남 완도에 갔을지 모른다. 바다로 뛰어들기 전까지도 죽음은 조 양의 선택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이 사회의 비극을 그저 동반자살로 미화해서는 안 될 것이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 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 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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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은 2022-07-09 20:13:13
잘 읽었습니다. 전에는 측은지심에 동반자살로 바라봤는데 이제는 비속살해로 바라봐야겠네요…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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