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렇게까지 하는 거야?” 선을 넘어도 한참 넘은 이혼 예능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거야?” 선을 넘어도 한참 넘은 이혼 예능
  • 김도영 기자
  • 승인 2022.07.30 10: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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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이 대세다? 해결보다는 갈등에 초점 맞추는 이혼 예능
과한 솔직함은 독, 진정성 운운할 때가 아냐
제작진은 일 벌여놓고 모르쇠... 출연진에 대한 보호 절실

[한국연예스포츠신문 = 김도영 기자]

최근 개인의 사생활을 소재로 한 ‘리얼리티’가 솔직함을 중시하는 MZ세대로부터 큰 호응을 얻으며 미디어 콘텐츠의 새로운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다. 초창기 리얼리티가 연예인들의 친근하고 솔직한 모습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에게 가까이 다가갔던 반면 요즘 리얼리티는 연예인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의 사생활을 여과 없이 드러낸다. 이는 동병상련의 마음과 함께 많은 이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기도, 때로는 과한 솔직함에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도 한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미디어 수용자들의 니즈를 고려하여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것은 분명 필요한 일이겠지만, 요즘 방영되고 있는 리얼리티를 보면 솔직함의 적정선을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특히 OTT의 경우 수요는 많지만 이를 규제하는 법이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아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장면들을 여과 없이 내보내며 윤리적인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실정이다.

출처 = 각 방송사 제공
출처 = 각 방송사 제공

‘우이혼2’, ‘결혼과 이혼 사이’, 진정성 내세웠지만... 실상은?

TV조선 예능 ‘우리 이혼했어요 2’는 지난 시즌 1을 이어 이혼한 연예인, 셀럽 부부가 프로그램에 나와 한 집에서 생활하는 모습을 그린다. 이혼율이 점점 높아지며 예전과 달리 이혼이 더 이상 숨겨야 하는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는 가운데, ‘우리 이혼했어요 2’는 보는 이로 하여금 이혼을 아주 가깝고 밀접한 개념으로 가져와 이혼 후에도 부부가 새로운 관계를 정립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우리 이혼했어요 2’의 이국용 PD는 “‘우이혼2’는 단순히 이혼만을 얘기하는 프로그램이 아닌 이혼한 부부들의 앞으로 ‘삶’에 대한 고민을 나누고 싶은 프로그램이다. 부부로 사는 동안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누지 못해 쌓일 수밖에 없었던 오해와 아픈 감정들, 자녀를 위해, 자신의 미래를 위해 꼭 한 번은 풀어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이처럼 ‘우리 이혼했어요 2’의 본래 의도대로 이혼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제시하고 편견을 없애는 것은 분명 좋은 시도이다. 그러나 ‘우리 이혼했어요 2’의 현주소는 부부의 과거 상처들을 끄집어내며 서로를 비난하고 공격하는 장면들을 담기에 급급해 보인다.

출처 = TV조선 ‘우리 이혼했어요 2’ 방송화면 캡처
출처 = TV조선 ‘우리 이혼했어요 2’ 방송화면 캡처

‘우리 이혼했어요 2’ 1화에서는 이혼 후 처음 만난 지연수, 일라이 부부가 깊어질 대로 깊어진 감정의 골을 드러내며 서로에 대한 분노를 터뜨렸다. 지연수는 일라이에게 “나는 네 가족한테 ATM기였어. 감정 쓰레기통이었고 난 너한테 변기통이었어. 너네 집에 AI 로봇이었고 하녀였어. 돈 안 주고 써도 되는 하녀. 네가 할 말이 있어?”라고 말하며 이혼 전 고부갈등이 심각했음을 짐작게 했다. 이에 일라이 역시 “우리 부모 욕하지 마. 나 이제 누가 우리 부모 욕하는 거 못 참아. 우리 이제 남남이니까 난 이제 내 엄마 편 들 거야.”라고 말하며 날선 모습을 보였다. 아직 서로에 대한 감정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난날의 갈등을 되풀이하는 꼴이 돼버린 것이다. 부부간의 지극히 사적인 일들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는 장면들은 지켜보는 시청자들에게 상당한 피로감을 안기며 자신의 사생활도 다른 누군가에게 똑같이 알려질 수 있다는 불안감을 야기했다.

출처 = TVING ‘결혼과 이혼 사이’ 방송화면 캡처
출처 = TVING ‘결혼과 이혼 사이’ 방송화면 캡처

TVING 오리지널 예능 ‘결혼과 이혼 사이’도 마찬가지이다. ‘결혼과 이혼 사이’는 각기 다른 이유로 이혼을 고민하는 부부들의 현실적인 결혼 생활을 담아낸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파격적인 티저 영상은 방영 전부터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고, 방송인뿐만 아니라 일반인 출연진들도 등장한다는 점에서 시청자들의 공감 요소를 더했다. 그러나 아내를 하대하며 폭언과 욕설을 일삼는 남편, 밥 먹는 아이 앞에서 서로를 경멸하며 싸우는 부부, 분노조절장애가 있는 남편이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며 폭력적으로 행동하는 장면은 현실적인 결혼 생활이라기보다는 자극적인 요소에 초점을 맞추며 오로지 분노로만 가득 찬 갈등 상황을 담아낸 듯 보였다. 프로그램 속 이들의 모습은 방송보다는 의료진이나 상담사의 도움이 시급한 상태였다. 

분노조절장애, 우울증 등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에서 서로를 자극하고 경멸하는 것은 시청자들을 불편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당사자들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작진은 ‘이혼한 부부들의 앞으로 ‘삶’에 대한 고민을 나누는 프로그램’, ‘진솔하고 객관적인 프로그램’이라며 이들의 불행과 아픔을 그저 진솔하고 공감할 만한 이야기로 치부한다. 진정성이라는 명목 아래 이들의 심각한 상황을 방관하고 이슈몰이를 하려는 것이 아닌가는 생각이 들게 하는 대목이다.
 

해명과 수습 모두 셀프로... 출연진은 악플로 몸살 中

100% 리얼리티를 표방하고 있는 ‘우리 이혼했어요 2’와 ‘결혼과 이혼 사이’는 제작진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대부분 출연진들의 이야기로만 흘러간다. 프로그램의 진정성을 위한다고는 하지만, 이미 감정이 상할 대로 상해 있는 부부를 어떠한 해결책이나 중재자 없이 카메라 앞에 두고 방치하는 것은 그저 그들의 불행을 방송의 소재로 이용하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는 의문을 들게 한다. 패널로 나오는 출연진들의 구성만 봐도 그렇다. 문제의 해결을 위한다면 국민 멘토 오은영 박사를 내세우는 ‘오은영 리포트 - 결혼 지옥’,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 새끼’처럼 전문가를 섭외해서 실질적인 해결책을 모색하는 그림이 나와야 하지만, ‘우리 이혼했어요 2’와 ‘결혼과 이혼 사이’는 그저 연예인 패널 여러 명이 나와 영상을 보고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의견을 얹거나 재미를 더하는 오락적인 역할만을 할 뿐이다.

자극적인 상황과 갈등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출연진들의 피해도 상당하다. ‘우리 이혼했어요 2’ 1화가 방영된 후 일라이는 하루 만에 네티즌들의 공격 대상이 되었고 사회로부터 철없고 무책임한 아빠로 낙인찍혔다. ‘결혼과 이혼 사이’의 한아름-김영걸 부부는 이혼 위기를 이겨내고 극적인 화해를 이루며 둘째 임신 사실까지 공개했지만, 진정성 논란이 커지며 수많은 네티즌들로부터 악플 세례를 받아야 했다. 서로에게 폭언을 하며 이혼을 고민하던 부부가 갑자기 화해를 하고 해피엔딩을 맞은 것이 진정성 논란에 불을 지핀 것이다.

이를 의식한 듯, 한아름은 지난 8일 개인 SNS에 “서로를 더 많이 이해하고 배려하고 존중하기 위해서 정말 노력하고 있다. 방송 이후, 다투고 나서 화해하는 방식이 달라진 것 같다."라며 논란을 일축했다. 또한 개인 유튜브 채널을 통해서도 “저희는 둘 다 둘째를 원했다. 실수가 아니다. 둘째가 오고 정말 많은 게 변했고 행복하게 지낸다. 사이가 좋아지려고 방송을 한 것이다.”라고 해명했다. 프로그램이 자극적인 갈등 상황에만 초점을 두고 화해 과정에 대해서는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다 보니, 부부가 직접 해명해야 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행복에 대해 해명하는 무척 아이러니한 상황인 셈이다.

출처 = 한아름 인스타그램 캡처
출처 = 한아름 인스타그램 캡처

이처럼 제작진은 프로그램으로부터 생기는 출연진들의 피해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부부의 현실적인 모습을 생생히 담아내기 위해 개입을 최소화했다고는 하지만, 출연진들을 보호하는 것에도 일절 관여하고 있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출연진들이 직접 개인 SNS를 통해 악플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고, 법적 조치를 하며 스스로 보호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결혼과 이혼 사이’의 한아름은 지난 6월 25일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한 네티즌으로부터 받은 욕설 섞인 메시지를 공개하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출연진 김지혜 역시 지난 7월 9일 인스타그램에 장문의 글을 게재해 ‘결혼과 이혼 사이’ 종영 소감을 밝히며 “팔이피플이라 홍보하러 나왔냐는 댓글을 보고 참 마음이 아팠다. 저희의 안 좋은 결혼 생활을 보여주면서까지 돈 벌고 싶은 생각은 없다.”라며 악플로 인한 고통을 호소했다. 출연진들이 아무런 보호 장치 없이 사회적 비난에 무방비하게 노출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계 극복 못하고 변질된 이혼 예능, 상처받는 아이들은 어떡하나

‘우리 이혼했어요 2’와 ‘결혼과 이혼 사이’는 이혼 예능이 갖는 고질적인 한계를 보여주기도 한다. 다양한 관점에서 이혼을 바라본다는 본질적 의의에서 벗어나 결국 해피엔딩은 ‘재결합’, ‘결혼’이라는 전형적인 서사 구조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다시는 보지 않을 것처럼 서로를 경멸하듯 싸우던 부부가 이혼이 아닌 결혼을 선택하자 수많은 이들의 축복을 받고, 전 남편과의 재결합에 실패하자 아들과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리는 장면들은 결국 이혼을 바라보는 데 있어 고질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자녀들이 겪는 혼란 또한 심각하다. 부부는 자신들이 선택해서 출연을 결정했다고는 하지만, 그 사이에 있는 자녀들은 원치 않는 피해를 고스란히 받게 된다. 설사 동의를 했다고 한들 추후 이들이 겪을 피해에 대해서는 아무도 예상할 수 없다. 예전에 비해 이혼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진 것은 사실이지만, 자녀들에게 부모의 이혼은 큰 상처로 남을 수밖에 없는 일이다. 미성년자 자녀가 나중에 커서 부모의 이혼에 대해 방송으로 접하게 되거나 자신이 출연한 모습을 보게 되었을 때 겪을 상실감과 상처는 그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 듯 보인다. ‘우리 이혼했어요 2’ 3화에서 지연수-일라이 부부의 아들 민수는 “그냥 우리 집에 같이 살아요. 제발”이라고 애원하며 부모의 앞에 두 손을 모으고 무릎을 꿇었다. 단 한 명이라도 민수의 간절하고 속상한 마음을 헤아리려고 했다면 이 장면이 방송에 그대로 송출될 수 있었을까. 도대체 누구를 위한 리얼리티인지, 그들이 말하는 진정성이 정말 ‘진정성’이라고 불릴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어진다.

출처 = TV조선 ‘우리 이혼했어요 2’ 방송화면 캡처
출처 = TV조선 ‘우리 이혼했어요 2’ 방송화면 캡처

자극은 자극을 낳는다. 사람들은 점점 더 큰 자극을 추구하게 될 것이다. 오늘의 자극은 내일이 되면 시시해지기 마련이다. 이것이 위험한 이유는 시청자들을 자극하는 요즘 리얼리티의 키워드는 다름 아닌 ‘불행’이기 때문이다. 남의 불행을 이용한 자극은 벌써 상당히 위험한 지점에 와 있다.

지난 5월 SBS는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새 예능 프로그램의 일반인 참가자들을 모집하는 공고를 냈다. “자녀를 위해 3일만 다시 부부가 되시겠습니까?”라는 모집 공고 제목은 많은 이들의 공분을 샀다. 이혼한 부부가 아이를 위해 3박 4일 동안 한 팀이 되어 다양한 챌린지에 도전한다는 것이다. 우승 팀에게는 자녀의 학자금이 수여된다고 했다. 이는 그저 자녀를 이용해 이혼한 부부를 붙여 놓고 자극적인 볼거리를 제공하겠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학자금을 타기 위해 가족의 민감한 가정사를 전국적으로 공개해야 하는 상황은 거부감이 들 만큼 자극적이고 잔인하기 짝이 없기 때문이다. 이토록 잔인하고, 분노로 가득 차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갈등 상황이 머지않은 미래에 별거 아닌 익숙한 이야기가 될 상황이 우려스럽다. 개인의 아픔이 그저 누군가의 한낱 유희거리가 되어가는 지금, 리얼리티의 방향성에 대해 재고해 보아야 할 시점이다. 리얼리티가 진정성을 무기로 개인의 불행을 이용하지 않기를, 화제성에 취해 뒤따라오는 피해를 외면하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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