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 성폭행 사망 사건' 그 이후... 비겁한 사회가 되지 않으려면
'인하대 성폭행 사망 사건' 그 이후... 비겁한 사회가 되지 않으려면
  • 김도영 기자
  • 승인 2022.08.24 09: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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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죄 인정될까? "무리다" vs "충분히 가능하다" 엇갈리는 견해
인하대 성폭행 사망 사건이 보여준 우리 사회의 민낯
개인의 문제로 치부해서는 안 돼... 접근 신중하되 본질 제대로 파악해야

[한국연예스포츠신문 = 김도영 기자]

최근 발생한 인하대 성폭행 사망 사건의 피의자 A(20)씨에게 어떤 처벌이 내려질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는 가운데 검찰은 살인죄를 적용했다. 살인의 고의성을 입증하지 못해 준강간치사로 송치했던 경찰과는 달리 미필적 고의가 있었음을 규명하며 살인의 고의성을 인정한 것이다. 지난 8월 9일 인천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 구미옥)는 준강간치사와 불법 촬영 혐의(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로 송치된 A씨의 죄명을 강간 등 살인 혐의로 변경해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준강간치사의 경우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형을 받는 것에 비해 강간 등 살인의 법정형은 사형 또는 무기징역으로, 처벌의 수위가 대폭 높아진 결과다.

출처 = 연합뉴스
출처 = 연합뉴스

앞서 A씨는 지난 7월 15일 오전 1시쯤 인천 미추홀구 인하대 캠퍼스 내 5층짜리 단과대학 건물에서 같은 학교 여학생 B씨를 성폭행한 뒤 추락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복도 창문에서 B씨를 성폭행하려다 그 과정에서 창문에 몸이 걸쳐있던 B씨가 건물 3층에서 지상 8m 아래로 추락했다. 추락한 B씨는 건물 앞에서 1시간 30분가량 피를 흘린 채 방치되다가 오전 3시 49분쯤 행인에게 발견되어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3시간여만에 끝내 숨졌다. 최초 발견 당시 B씨는 오랜 시간 홀로 방치되어 있었던 탓에 다소 약하긴 했지만 호흡과 맥박이 유지되고 있는 상태였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A씨는 B씨가 1층으로 추락하자 B씨의 옷을 인근 다른 장소에 버리고 자취방으로 달아났고, 그날 오후 경찰에 잡혔다. 이를 두고 추락 직후 A씨가 곧바로 119에 신고했더라면 B씨가 살았을 수도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검·경 엇갈린 판단... 살인죄 적용 배경엔 “법의학 감정 결과가 핵심”

경찰은 당초 이번 사건에 대해 살인죄 적용이 가능한지 관련 법리를 검토했지만, 고의적으로 사망에 이르게 한 구체적인 증거를 찾지 못해 준강간치사죄를 적용했다. 준강간은 피해자의 심신상실, 항거불능을 이용해 간음 또는 추행할 때 성립하며, 치사는 고의 없이 사망의 결과를 발생케 한 경우에 적용된다. 그러나 검찰은 법의학 감정 결과와 A씨의 휴대전화 속 29분짜리 동영상을 토대로 ‘부작위’가 아닌 ‘작위’에 의한 직접 살인으로 판단했다. 살인에 미필적 고의가 있었음을 인정한 것이다.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은 사망의 가능성을 충분히 예상했고 사망을 해도 어쩔 수 없다는 인식이 성립할 때 인정된다. 검찰의 이러한 판단에는 법의학 감정 결과가 크게 작용했다고 알려졌다.

검찰과 함께 사건 현장을 조사한 법의학자 이정빈 가천대 의과대학 석좌교수는 B씨가 스스로 추락했을 가능성보다는 A씨의 외력에 의해 추락했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B씨가 스스로 떨어졌다고 보기에는 사망 당시에 B씨의 혈중알코올농도가 0.191∼0.192%로 상당히 높았고, 벽 두께가 24cm인데 B씨의 손에서는 벽면 페인트가 묻은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피해자는 추락 후 4∼5시간 만에 사망하기까지 병원에서 수액도 맞고 혈액도 투여받았다.”라며 “추락 직전의 혈중알코올농도는 사망 당시보다 더 높았을 것이고 이른바 '세미코마(반혼수상태)'로 의식이 없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어 “추락한 복도 바닥에서 창문까지 높이를 고려했을 때 피해자가 스스로 올라가려면 벽면을 손으로 짚어야 한다.”라며 “미세물질 검사를 했는데 피해자 손에서는 벽 페인트가 산화하면서 묻어나는 물질이 나오지 않았다.”라고 덧붙였다.


가해학생이 피해자 밀었다... 피해자 추락하자 “에이X”

지난 8월 16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A씨가 초기 경찰 조사에서 “성폭행을 시도하다가 (창문에 몸이 걸쳐 있던) B씨의 몸을 밀었다.”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A씨는 이후 검찰 조사에서는 “추락한 상황은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고 (잠에서) 깨어보니 집이었다.”라고 진술을 번복했다. 이에 대해 이정빈 교수는 A씨의 진술 중 ‘밀었다’는 내용에 대해 “성폭행을 시도하다 창문에 몸이 걸쳐 있던 피해자를 밀었다는 진술은 다리를 들어 올려 밀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또한 “피해자 윗배에서 상당히 오랜 시간 창문 틀에 눌린 자국이 발견됐다.”라며 “피해자의 팔이 창문 밖으로 빠져나와 있는 상태에서 (창틀에 걸쳐진) 배가 오래 눌려 있다가 추락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A씨가 B씨를 창틀 쪽으로 밀거나 들어 올리는 과정에서 추락시킨 것으로 보고 이와 같은 내용을 담은 법의학 감정 소견서를 검찰에 제출했다.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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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A씨의 휴대전화 속 동영상도 주목할 만하다. 지난 8월 16일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KBS ‘용감한 라이브’에 출연해 “검찰이 휴대폰 디지털포렌식을 통해 A씨의 매우 적극적인 고의를 인정했다.”라고 말했다. 앞서 A씨의 휴대전화에서 성폭행을 시도하기 직전부터 B씨가 추락한 직후까지 29분간의 상황이 음성으로만 담긴 동영상이 발견된 바 있다. 이 교수는 해당 동영상에 “피해자와 A씨 사이 일어났던 상호작용을 추정할 만한 내용이 들어있었다.”라며 “창틀 사이에서 (피해자를) 강간을 하려는 것 같은, 몸싸움을 하는 소리와 A씨의 반응까지 다 저장돼있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해당 동영상에는 20분쯤 지난 시점 A씨와 B씨가 실랑이하는 소리와, 이후 ‘쾅’하는 추락음이 들린 뒤에는 A씨가 낭패라는 듯 ‘에이X’라고 말하는 목소리와 함께 얼마 뒤 동영상이 종료된다. 검찰 관계자는 “A씨의 휴대전화를 디지털 포렌식한 결과 자동으로 동영상 촬영이 중단된 게 아니라 누군가가 강제로 촬영을 종료한 사실이 확인됐다.”라고 전했다.

이처럼 검찰이 A씨에 대해 작위에 의한 직접 살인으로 판단하며 살인죄를 적용한 가운데, 법조계 안팎에서는 살인죄 인정에 대해 ‘다소 회의적이다.’라는 입장과 ‘충분히 가능하다.’라는 입장으로 전망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살인죄 인정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기존 판례를 비추어 보았을 때 한국 법원이 미필적 고의를 인정하고 유죄 판결을 내리는 데 소극적인 편일뿐더러 A씨가 복도 창문에서 성폭행을 시도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피해자가 추락해 죽어도 좋다.’라는 인식으로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내부 변호사들과도 상의해 살인죄 적용은 어렵다고 결론을 내렸다.”라며 “검찰이 살인죄로 기소했지만 법원의 판단을 지켜봐야 한다.”라고 전했다. 반면 한 변호사는 “피해자 신체에 남은 흔적 등 부검 결과도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다.”라며 “복도 창문에서 성폭행을 시도하다가 신체 접촉에 의해 피해자가 추락했다면 충분히 직접 살인도 유죄로 선고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보여주기식 대책에 드러나는 탁상행정의 민낯...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

지난 7월 18일, 교육부는 성폭력 예방 교육 실시, CCTV 추가 설치, 캠퍼스 야간 출입 통제 강화 등의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았다. 사안이 중대한 만큼, 각 대학에 대학별 대책 마련 또한 지시했다. 이에 상당수의 대학은 상대적으로 비용이 적게 들고 수고가 덜한 ‘CCTV 추가 설치’를 대책으로 마련했다. 그러나 이는 근본적인 문제를 파악하지 못하고 그저 보여주기식에 급급한 1차원적인 대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CCTV가 없어서 이러한 사건이 발생한 것이 아닐뿐더러 CCTV를 아무리 많이 늘려봤자 이를 제대로 감시하고 관리할 경비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간 많은 대학에서 CCTV의 숫자는 지속적으로 늘어났지만 경비 인력은 수년째 줄어들고 있다는 점을 비추어 보았을 때 이것이 얼마나 단편적이고 형식적인 대책인지 알 수 있다. 교육부의 탁상행정이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캠퍼스 내에서 이러한 사건이 일어난 이상 학교 측에서 CCTV를 추가 설치하고 야간 순찰을 강화하는 것 또한 분명 행해져야 할 일이겠지만, 그보다는 여러 주체가 앞장서서 학교 자체를 안전한 공간으로 만들 수 있는 더욱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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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숙 장관, ‘학생의 안전 문제’다?... 젠더 갈등 의식하고 몸 사리는 정치권

지난 7월 24일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은 이번 사건에 대해 “이건 학생의 안전 문제지, 또 남녀를 나눠 젠더 갈등을 증폭하는 건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이어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의 남성 피해자 비율이 20%가 넘는다.”라는 통계를 제시하며 남성과 여성의 문제로 가면 안 될 것을 거듭 강조했다. 사건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파악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기보다는 최근 몇 년 새 심각해지고 있는 ‘젠더 갈등’을 더욱 의식한 발언이다. 젠더 갈등에 휩싸일 것을 우려해 사건의 본질을 흐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학생의 안전 문제이기 이전에 여성에 대한 성폭력 사건이다. 학생의 건강하고 평화로운 학교생활을 지원하는 안전 문제 정도로 치부될 순 없다. 이번 사건이 젠더 갈등으로 번지는 것은 분명 경계해야 할 일이겠지만, 젠더 갈등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사회에 만연한 성폭력 문제를 외면하고 이를 학생 안전 문제로 사안을 축소하려 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일 것이다. 

또한 김 장관은 “여가부는 인하대 측에 재발방지 대책 제출 의무를 안내하고, 2차 피해 방지를 위해 민감한 언론 보도가 이뤄지지 않도록 한국기자 협회에 협조를 요청했다.”라고 밝혔다. 여성에 대한 성폭력 사건이 벌어졌음에도 이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이나 여성가족부가 해야 할 일은 빠져있다. 이번 사건에서 한 발 빼는 듯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정치권에서는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장과 신주호 국민의힘 대변인 등 몇몇 정치인을 제외하고는, 남녀 성 대결에 휘말릴 것을 우려해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모습이다. 사안이 사안인 만큼 젠더 갈등으로 번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는 것은 분명하나, 그것이 적극적인 대책 논의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접근에 신중하되, 깊이 있고 실질적인 대책 논의가 절실한 시점이다.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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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의 시작은 그저 각자의 자리에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이 하는 것으로부터 비롯될 것이다. 언론은 피해자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고 선정적인 보도로 2차 가해를 양산해서는 안 되며, 정치권은 사건의 본질을 파악한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관련 법안을 발의하는 등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 또한 사법부는 가해자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이와 같은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가해자를 엄벌로 다스려야 할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재 우리나라 정부의 한 부처를 대표하는 장관은 이번 사건이 정치적 이슈에 이용될 것을 우려해 ‘학생 안전 문제’라며 사건의 본질을 외면한다. 그러면서 성폭력 사건을 이야기하는 자리에서 “요즘 세대에는 구조적 성차별이 존재하지 않고 저출산의 원인은 경제적 문제 때문”이라며, “문재인 정부 때 출산율이 확 떨어졌다.”라고 말한다.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사람이 정녕 누구인지 묻고 싶어진다. 이번 사건은 개인만의 문제도, 인하대만의 문제도 아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개인만의 문제로 치부한다면, 어떠한 일이 일어나도 개인의 탓으로만 돌리는 비겁한 사회밖에 되지 못할 것이다. 우리 사회가 각자의 책임을 회피하지 않고 인하대 성폭행 사망 사건이 우리에게 남긴 과제를 차근차근 풀어나가 보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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