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명관 장편 소설 ‘고래’, 영국 부커상 최종 후보 선정
천명관 장편 소설 ‘고래’, 영국 부커상 최종 후보 선정
  • 연우진 기자
  • 승인 2023.04.19 23: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한강 ‘채식주의자’ 이어 최종 후보 선정된 4번째 한국 작품
- “사악한 유머로 가득찬 소설”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에 이름을 올린 천명관 '고래' / 사진 출처 = thebookerprizes.com)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에 이름을 올린 천명관 '고래' / 사진 출처 = thebookerprizes.com)

부커상 심사위원회는 18일(이하 현지시간) 홈페이지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천명관의 소설 '고래'(2004)를 2023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후보(쇼트리스트) 6편 중 하나로 발표했다. '고래'를 영어로 옮긴 김지영 번역가도 함께 명단에 올랐다. 

심사위원회는 '고래'를 호명하며 "이런 소설은 없었다"며 "읽어보길 추천한다. 에너지에 휩쓸린다. 캐릭터는 비현실적이지만 있을법한 이야기다. 착한 캐릭터는 아니지만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 있다"고 소개했다.

영국 부커상은 스웨덴 노벨문학상, 프랑스 콩쿠르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로 꼽힌다. 부커상 본상은 영어권 작가들의 작품을 대상으로 주어지며, 2005년 신설된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은 비영어권 작가들의 작품 중에 영어로 번역된 책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해당 부분은 작품에 공동 기여한 작가와 번역가에게 상금(5만 파운드)을 균등하게 지급한다.  1차 후보로 롱리스트 13편을 발표한 뒤 최종 후보인 쇼트리스트 6편을 선정한다.

올해 최종 수상작은 5월 23일 런던 스카이가든에서 열리는 시상식에서 발표된다. 

 

한국 작품이 해당 부문 최종후보에 선정된 것은 이번으로 네 번째다. 2016년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가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받았으며 2018년 그의 다른 소설 '흰', 지난해 정보라의 소설집 '저주토끼'가 최종 후보까지 올랐다. 2019년 황석영의 '해질 무렵'과 지난해 박상영의 '대도시의 사랑법'은 1차 후보에 들었다.

올해 최종후보에는 '고래'와 함께 프랑스 작가 마리즈 콩데의 '더 가스펠 어코딩 투 더 뉴 월드'(The Gospel According to the New World), 코트디부아르 작가 가우즈의 '스탠딩 헤비'(Standing Heavy), 불가리아의 작가이자 시인 게오르기 고스포디노프의 '타임 셸터'(Time Shelter) 등 6편이 뽑혔다. 

 

2004년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인 '고래'는 출간 당시 베스트셀러에 올랐으며, 이번 후보 지명으로 19년 만에 다시 주목받았다.

 

 

(천명관 '고래' / 사진 출처 = 문학동네)
(천명관 '고래' / 사진 출처 = 문학동네)

“훗날, 대극장을 설계한 건축가에 의해 처음 그 존재가 알려져 세상에 흔히 붉은 벽돌의 여왕으로 소개된 그 여자 벽돌공의 이름은 춘희이다.”

('고래' 소설의 첫 문장)

 

천명관 소설가의 ’고래‘는 우리나라 외딴 마을을 배경으로 세 여성(금복, 춘희, 노파)의 거친 삶을 통해 인간의 파괴적인 욕망과 잔해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들은 급속한 산업화를 겪으며 다양한 굴곡이 존재하는 인생을 살아온다. 작품 속에는 살인, 방화, 폭력, 성폭행 등 범죄가 난무하는 인물들의 폭풍 같은 서사가 민담, 초현실적 요소에 혼재되어 전개된다. 부두, 평대, 공장 총 3부로 이루어져 질펀한 해학과 풍자로 낯설지만 흡입력 있는 문장력을 보여주고 있다. 

부커상 심사위원회는 '고래'에 대해 "사악한 유머로 가득 찬 소설"이라며 유머와 무질서로 전통적 스타일을 전복하는 문학 양식인 '카니발레스크'(Carnivalesque) 동화라고 칭했다. 

또한 "한국의 풍경과 역사를 관통하는 피카레스크(picaresque·악인이 주인공인 소설)식 탐구"라며 "생생한 인물들은 어리석지만 현명하고, 끔찍하지만 사랑스럽다"고 평했다. 

 

한편 천 작가는 1964년 경기도 용인에서 태어나 다양한 직업을 거쳐 글과 연을 맺었다. 영화 '총잡이'(1995), '북경반점'(1999), '이웃집 남자'(2009) 등의 각본을 쓰며 영화인으로 살다가 40살에 쓴 단편 소설 '프랭크와 나'가 2003년 문학동네 신인상에 당선되며 문단에 발을 들였다. 이어 소설 '고래'를 비롯해 '유쾌한 하녀 마리사'(2007), '고령화 가족'(2010), '나의 삼촌 브루스 리'(2012), '이것이 남자의 세상이다'(2016) 등을 집필했고 지난해엔 배우 정우, 김갑수 등이 주연한 영화 '뜨거운 피'로 감독 데뷔도 했다.

등단 1년 차에 접어들었던 2004년, 그는 장편소설 '고래'로 제10회 문학동네 소설상을 수상했으며 '고래' 발간 당시 문단에 파란을 일으키며 화제를 몰고 왔다.

당시 심사를 맡았던 문학평론가 신수정은 "작가(천명관)가 의도한 것이건 아니건 간에 '고래'는 소설이 갈 수 있는 최대의 영역으로 발을 들여놓은 것만은 틀림없다"며 "어느 순간 소설의 영역을 훌쩍 뛰어넘어 또 다른 공간에 들어갔다"라고 평했다.

우리 문학을 외국어로 훌륭하게 번역해낸 김지영 번역가는 미국 보스턴에서 태어나 로스앤젤레스에서 활동하고 있다.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로 맨아시아 문학상을 받았으며 김애란, 정유정, 김영하 등의 작품을 번역했다. 

그는 부커상 심사위원회와 한 인터뷰에서 "'고래'를 2020년 팬데믹 초기에 10개월간 번역했다"며 "어린 시절 온갖 설화와 이야기를 들려주던 할머니와 자라면서 좋아했던 한국 책들이 생각났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중랑구 봉우재로 143 3층
  • 대표전화 : 02-923-6864
  • 팩스 : 02-927-3098
  • 제보, 문의 : kesnewspaper2@gmail.com
  • 주간신문
  • 제호 : 한국연예스포츠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10616
  • 등록일 : 2009-09-09
  • 발행일 : 2000-05-25
  • 인터넷신문
  • 제호 : 한국연예스포츠신문TV
  • 등록번호 : 서울 아 05031
  • 등록일 : 2018-03-23
  • 발행일 : 2018-03-26
  • 발행인 : 박범석
  • 편집인 : 박범석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범성
  • 한국연예스포츠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한국연예스포츠신문.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