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X전주] 진정한 이별, '이별여행' 김보라 배우 인터뷰
[인터뷰X전주] 진정한 이별, '이별여행' 김보라 배우 인터뷰
  • 연우진 기자
  • 승인 2023.05.05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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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는 전주를 찾는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전달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그 중 '전주영화X마중' 행사는 독립영화계에서 활발한 행보를 보여주고 있는 '눈컴퍼니' 소속 배우들과 함께 진행됐다. 배우들의 출연작 상영 이후에는 눈컴퍼니 소속 배우들이 직접 모더레이터로 참여하는 '마중 클래스'와 관객과 배우가 직접 만나 소통하는 '마중 토크'가 이어졌다. 지난 30일 오후 전주의 한 카페에서 독립영화 <이별여행>으로 전주를 찾은 반가운 배우 김보라를 만났다. 그는 '전주영화X마중'에 참석한 소감을 밝혔다.

 

"20대 초반에 영화제를 처음 방문했다. 출연했던 독립 작품들이 영화제에 초청되어 오픈 토크, GV 행사도 종종 방문한 적이 있는데 이번처럼 소속사 식구들과 함께 오는 건 처음이라 낯설지만 든든한 마음이다. 또 미리 계획을 세우는 편이 아니라서 영화제에서 무엇을 할 지 많이 찾아보진 않았다. 영화제에 머무는 동안 하고 싶은 게 있으면 그때그때 바로 하고 재밌는 추억을 만들어가고 싶다."

 

 

'이별여행' 스틸컷 [사진 출처 = KOBIS]
'이별여행' 스틸컷 [사진 출처 = KOBIS]

'전주영화X마중'을 통해 재상영되는 <이별여행>(감독 박수린)은 아버지의 환갑잔치에 가야 하는 주연(김보라)이 어색한 사이인 막내 고모 세영(김재화)과 함께 춘천으로 내려가며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서로에게 묵혀 둔 감정이 터져 나오며 두 사람의 여행은 엉망이 된다.

영화는 단순한 가족 이야기를 넘어서 가정 내 가부장 질서를 고발하고 있다. 주연은 가부장적인 집안에서 평생을 자라 답답함을 느끼지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고립된 섬, 고부 갈등, 가족 내 위계로 부담을 느끼는 주연에게 막내 고모 세영은 유일한 쉼터가 됐다. 그런 고모가 돌연 집을 나가 버리고 왠지 모를 서운함을 느낀 주연은 여행 내내 불편한 기색을 보인다. 가부장제에 피해를 보고 다투던 두 사람은 결국 모든 갈등과 싸움의 원인이 무엇인지 깨닫고 진정한 이별을 선언한다.

 

김보라 배우는 "시나리오를 처음 받고 현실적인 내용이라고 생각했다. 집안마다 사정은 다르지만, 여전히 이런 문제로 고통받는 경우도 있고 옛날에는 꽤 흔한 일이라서 공감도 많이 갔다. 저 역시 어릴 때 친척이나 가족들끼리 모이면 늘 구석진 작은 식탁에서 밥을 먹었던 기억이 있다."며 작업 초반의 감상을 전했다.

 

"실제로는 주연과 세영의 성격을 다 가지고 있다. 어려서부터 늘 감정 표현을 확실하게 전달하고 어떤 상황인지 정확하게 판단하는 편이었다. 그래서인지 영화 속 세영처럼 못된 역할을 자처하고 핀잔을 종종 듣기도 했다. 가족 중 막내라서 원하는 점을 비교적 명확하게 말할 수 있었던 영향도 있다."

 

또 <이별여행>에 함께한 경험과 소감을 물었다.

"작업 초기에는 주연이 지금보다 훨씬 반항적이고 투덜대는 성격이었다. 감독님과 리딩을 진행하며 배우 성향에 맞게 대사, 상황 톤을 조정했다. 평소에 연기 방향을 잡을 때 간단하고 명료하게 접근하는 편이다. 우선 감독님과 작가님 이야기를 충분히 듣고, 캐릭터에 맞는 개인적인 생각과 성격을 추가해 연기한다. <이별여행>의 경우 주연은 어렸을 때부터 가정 내 차별을 많이 겪었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친척한테 전화를 받았을 때도 무기력하게 체념한 감정을 전달하려고 노력했다. 실제로 감독님이 가부장적인 가정에서 자란 경험을 바탕으로 만든 시나리오라서, 실제 주연의 상황과 감독님의 감정을 떠올리며 연기했다."

 

<이별여행>에는 반가운 얼굴이 또 있다. 상업뿐만 아니라 독립 작품에서도 자주 찾아볼 수 있는 김재화 배우와의 호흡을 물었다.

"재화 선배님과의 연기도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 연극부터 드라마, 영화까지 오랜 세월 연기를 계속하셨는데 여전히 열정과 에너지가 넘치신다. 학생 작품이라 넘어갈 수 있는 부분도 진심으로 임하고 계속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모습이 존경스러웠다. 특히 감정 연기가 많아 컷마다 톤이 달라지는 경우가 있는데, 다양한 감정을 연기할 수 있어서 더 즐거웠다. 비슷한 감정선이 아니라서 배우 호흡과 텐션에 맞춰 연기했다. 그래서 후반부 주연과 세영이 가족 앞에서 폭발하는 장면에서 캐릭터 사이의 연대와 싸움을 잘 보여줄 수 있었다."

 

 

 

김보라 배우 프로필 [사진 출처 = 눈컴퍼니]
김보라 배우 프로필 [사진 출처 = 눈컴퍼니]

한편 김보라 배우는 독립 작품에 참여한 경험이 연기에 큰 도움을 주었다고도 말했다.
"20대 초반에 스스로 용돈을 벌고 싶어 일을 시작하게 됐다. 갖고 있는 재능을 활용하기 위해 필름메이커스(한국영화 커뮤니티)를 찾았다. 그렇게 학생, 독립 영화에 많이 출연하게 되면서 되려 직업에 흥미를 갖게 됐다. 독립 영화는 스태프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아서, 공유하는 게 더 빠르다고 느꼈다. 촬영하다가 회의 한 번 하려고 하면 모든 스태프가 다 참여할 수 있고, 정말 다 같이 머리 모여서 만든 소속감을 받는다. 그 작품들이 상을 받거나 어딘가에 걸렸을 때의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 없고, 그렇게 독립 작품을 촬영하면서 연기가 좋다는 걸 깨달았다. 이제는 동료 친구들도 현장에서 경력을 쌓고 차근차근 자리를 잡아 가는 중인데, 그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길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했다. 연기로 확실한 영역을 인정받고 그들에게 좋은 에너지를 돌려주고 싶어서 마음을 다잡고 있다. 이러한 영향 때문인지 또래 친구들과 함께 작업한 작품들은 좋은 기억으로 많이 남아있다."

 

<이별여행> 속 주인공이 답답함과 압박을 느끼고 있는 만큼 배우 김보라의 삶도 궁금해졌다. 아역부터 현재까지 연기 생활을 오래 가져오며 어떤 생각의 변화가 있었는지 질문을 건넸다.

"어렸을 때 원해서 연기를 시작한 것은 아니다. 그때는 단지 어머니, 할머니와 함께 현장에 있고 학교를 안 가도 된다는 사실이 마냥 즐거웠다. 그래서 20대가 된 후 앞만 보고 달려온 지난 시절에 회의감을 많이 느꼈다. 그냥 즐겁기만 했던 시기가 끝나니까 진짜 뭘 원하는 건지 고민과 방황을 했다. 그럴 때마다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솔직하게 감정을 돌아보려 노력하는 편이다. 이후 단편/독립 작품에 많이 출연하며 팀원들과 동고동락해 작업하는 경험을 쌓았다. 그러다 <스카이캐슬>이라는 변환점이 되는 작품을 만났는데, 그때 큰 언니가 '저 연기가 괜히 나온 것이 아니라, 네가 단편을 그만큼 많이 해서 나올 수 있었던 거다.'라고 말해줘서 정말 고마웠다. <스카이캐슬>이라는 작품은 연기뿐만 아니라 나라는 사람을 단단하게 만들어줬다."

 

"다음 달부터 <모래에도 꽃이 핀다>라는 드라마 촬영에 들어가게 된다. 필모그래피 중에 여름에 찍은 작품이 많이 없는데, 이번 드라마는 여름에 촬영해서 개인적으로 기대가 된다.

정해둔 모습은 없지만 앞으로 다양한 캐릭터, 작품으로 찾아뵙고 싶다. '김보라 괜찮지, 잘 하지.'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보장된 배우가 되고 싶다. 또 배우뿐만 아니라 보장된 사람으로 좋은 모습을 꾸준히 보여드리고 싶다."

 

독립, 상업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김보라 배우는 대중들에게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다. 전주에서 나눈 솔직하고 소박한 대화처럼, 김보라 배우의 매력적인 모습을 스크린에서 오랫동안 만나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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