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파리 올림픽이 12일(한국시간) 폐회식을 끝으로 17일간의 열전을 마무리했다. 이번 올림픽은 '친환경'과 '비용 절감'이라는 두 가지 핵심 키워드를 중심으로 진행되며, 올림픽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다.
파리 올림픽은 '노 에어컨' 정책으로 대표되는 친환경적인 시도를 과감하게 도입했다. 대회 조직위원회는 탄소 배출량을 158만 톤으로 제한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이는 2012 런던 올림픽의 340만 톤, 2016 리우 올림픽의 360만 톤 대비 절반 이하로 줄이겠다는 야심 찬 계획이었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선수촌에는 에어컨이 설치되지 않았으며, 도시의 강물을 냉각수로 활용하는 냉방 시스템이 가동됐다. 경기장과 선수촌을 오가는 셔틀버스 사용은 최소화되었고, 대신 친환경 대중교통을 무료로 제공하며 자전거 이용을 장려했다.
식단 역시 친환경에 초점을 맞췄다. 고기 대신 채식 위주의 메뉴가 제공되었고, 물 사용량이 많은 아보카도는 식단에서 제외되었다.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지역에서 생산된 식자재를 사용해 로컬푸드 중심의 식단이 마련되었다.
특히, 올림픽의 상징인 성화 봉송은 전통적인 불꽃 대신 수증기와 LED를 활용해 구현되었다. 이는 올림픽의 상징에서도 친환경적인 접근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비용 절감도 중요한 목표였다. 프랑스는 이번 올림픽 개최를 위해 약 9조 원을 투입했으며, 이는 2008 베이징 올림픽의 48조 원에 비해 5분의 1 수준이다. 주 경기장을 새로 짓지 않고 파리의 주요 관광지와 문화유산을 경기장으로 활용함으로써 1조 원 이상의 비용을 절약할 수 있었다. 에펠탑, 콩코르드 광장, 베르사유 궁전, 앵발리드, 그랑팔레 등이 경기장으로 활용되었으며, 새로 건설된 영구적인 시설은 아쿠아틱 센터 하나뿐이었다.
임시 경기장도 친환경적으로 설계되었다. 재활용 가능한 목재와 플라스틱을 사용해 대회 이후 철거와 재활용이 용이하게 만들었다. 이는 이전 올림픽에서 새로 지어진 경기장이 대회 이후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도였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는 일부 문제점도 드러냈다. 폭염 속에서 에어컨이 없는 버스와 선수촌에 대한 선수들의 불만이 제기되었고, 비건 중심의 식단은 선수들에게 충분한 선택지를 제공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있었다. 또한, 친환경을 표방하면서도 플라스틱 음료 컵에 보증금을 부과하는 등 일부 조치에 대한 공감대 형성도 부족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리 올림픽의 시도는 기존 올림픽 모델이 한계에 다다랐음을 보여주었으며, 올림픽의 새로운 방향성을 모색하는 중요한 첫 발걸음으로 평가받고 있다. 파리 올림픽은 향후 올림픽이 가야 할 길을 제시한 중요한 사례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