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95회 아카데미] 초고도비만 시한부의 마지막 도약 - 남우주연상 '더 웨일' 브렌든 프레이저

"난 구원따위 관심 없어요." 오랜 공백기 끝 할리우드 복귀작 수상 영애

2023-03-17     연우진 기자

영화 ‘더 웨일’의 배우 브렌든 프레이저가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차지했다.

오랜 공백기 끝에 30여 년 만에 아카데미 후보로 처음 지명된 그는 콜린 패럴(‘이니셰린의 밴시’) 오스틴 버틀러(‘엘비스’) 같은 쟁쟁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그는 지난해 '더 웨일'로 베니스국제영화제 시사회에서 기립박수를 받았다. 또 올해 크리틱스초이스 시상식에서는 남우주연상을 받고 눈물을 흘리며 “고래만이 깊은 심연에서 헤엄칠 수 있지요. 제게는 동료 배우의 재능이 그런 바다와도 같았습니다.”라고 말했다.

 

영화

'더 웨일'은 동명 연극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연인의 죽음 이후 자신을 스스로 방치·학대한 끝에 272㎏의 거구가 된 대학 강사 '찰리'의 이야기를 다룬다. 작품에서는 그가 9년 만에 만난 10대 딸과 마지막 에세이를 쓰는 내용을 섬세하게 표현해 호평을 받았다.

‘더 웨일’은 ‘블랙 스완’과 ‘마더!’를 연출한 대런 애러노프스키 감독의 작품이다. 이 영화에서 프레이저는 몸무게 272㎏의 거구로 세상과 단절된 채 집에서만 생활하는 온라인 대학 강사 ‘찰리’ 역으로 실감나게 변신했다. 이 때문에 한 달간의 촬영 기간 내내 그는 4시간의 분장 시간을 견디고 45㎏의 보철(補綴) 모형을 뒤집어쓴 채 연기했다. 영화에서 고혈압과 울혈성 심부전 때문에 소파 신세를 면치 못하고 바닥에 떨어진 열쇠를 줍는 것조차 버거워하는 ‘찰리’의 모습을 생생하게 묘사한 브렌든 프레이저의 열연이 돋보인다.

 

 

영화

한편 배우 브렌든 프레이저는 1990년대 영화 ‘미이라’ 3부작에서 넉살 좋은 탐험가 역을 맡아 큰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그 이후 촬영 도중 입은 무릎과 척추 부상으로 수차례 수술을 받는 등 오랜 침체기를 겪었다. 실제로 이후 9년간 대작에서 주연을 맡지 못한 채 조연과 단역을 맴돌았다. 또 2018년에는 골든 글로브를 주관하는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HFPA) 회장에게 동성 성추행 피해를 겪었다고 주장하며 사실상 활동 중단 선언을 내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더 웨일’로 지난 1월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를 비롯해 남우주연상만 20여 차례 받으며 재기에 성공했다.

수상 소감에서 그는 “제가 연기한 ‘찰리’처럼 고통받고 있거나 어두운 바다에 있다고 느끼시는 분들이 계신다면 여러분도 두 발로 서서 빛을 향해 나아갈 힘을 지니고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감동적인 울림을 전했다.

지난 12일 아카데미 시상식 무대에 오른 프레이저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다중 우주(멀티버스)가 존재한다면 이런 모습일 것”이라며 감격스러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