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검색어 부활해라' VS '부활하지 않아도 된다' 논란
약 16년간 곁에 있던 '실시간 검색어' 없어져 불편하다는 사용자도
[한국연예스포츠신문] 김수지 기자 = 지난 23일 오전 8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앱 먹통’ 사태가 발생했다. 원인은 ‘안드로이드 시스템 웹 뷰’ 앱이었다. 안드로이드 사용자들의 피해는 상당했다. 기기 자체의 오류로 인식해 여러 앱을 삭제하기도 하고, 대다수의 앱 실행이 불가능해 삼성·LG 등의 서비스센터에 방문한 사용자들도 있었다. 구글의 문제이기에 서비스센터에서는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삼성전자 서비스센터 관계자는 “갤럭시 폰(안드로이드) 문제인 줄 알고 당일 서비스센터에 문의하러 온 고객들이 많았다”고 밝혔다. LG전자도 방문하는 고객들이 많아지자 임시 조치 방법을 알렸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오류와 함께 이용자들의 불만이 나온 것은 다름 아닌 ‘실시간 검색어’였다. 실시간 검색어 제도가 아직도 시행되고 있었으면, 스마트폰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인식한 사용자가 많았을 것이다. 실제로 안드로이드 폰을 이용하는 김수민(21) 씨는 “삼성전자 서비스센터에 실제로 전화를 했다”며 “만약 실시간 검색어 제도가 시행되고 있었다면, 이슈를 알고 전화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네이버는 2월 25일 ‘실시간 검색어’ 제도를 폐지했다. 2005년 5월부터 제공한 실시간 검색어 서비스를 16년 만에 폐지했다.
실시간 검색어 서비스(이하 '실검')는 절대적인 검색량에 따라서 제공되는 것이 아니라 검색 빈도 비율이 얼마나 상승했는지를 기준으로 판정된다. 약 15초의 특정 시간 동안 검색창에 입력되는 질의 수를 약 10분간 있었던 질의 수의 평균과 표준편차 등을 이용해 차이를 보고 선정한다. 포털 사이트에서는 비슷한 맥락의 검색어가 순위에 오르는 것을 막기 위해 특정 시간 동안 같은 검색어를 2번 이상 검색하면 질의 수에서 제외한다.
네이버의 실검은 거의 메인에 배치됐다. 그렇기에 실검은 가장 쉽고, 빠르게 현재 이슈를 알 수 있는 수단이었다.
그동안 실시간 검색어는 이용자들에게 더 편한 삶을 만들어줬다. 아침에 지하철이 지연되면 실검에 올라와 상황을 더 빨리 파악할 수 있었고, 지진·태풍과 같은 자연재해부터 코로나19의 상황까지 재빨리 확인할 수 있었다. 사람들은 이러한 실검 덕분에 정보를 찾지 않았다. 앱에 접속하기만 하면 현재 이슈가 되는 주제가 뭔지 한눈에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위와 같은 이유는 설문 조사에서도 확인됐다. 지난해 시장조사 전문기업 트렌드모니터가 19~50세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검 확인 이유를 조사한 결과 ‘현재 이슈를 가장 빠르게 알 수 있기 때문에’가 65.9%로 1위를 차지했다. 다음으로는 ‘세상 돌아가는 이슈를 놓치지 않고 확인할 수 있어서’가 50.8%로 2위를 기록했다.
‘진용진레전드로가겠습니다’, ‘조국 구속’, ‘조국 수호’ 등 검색어 전쟁
실시간 검색어는 예전부터 논란이었다. 네이버, 다음과 같은 포털 사이트들은 정부·기업의 압박을 받아 실검을 조작한다는 의심을 받아왔다. 이뿐만 아니다. 정치적인 ‘실검 전쟁’도 있었다. 2019년 8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임명을 두고 실시간 검색의 전쟁이 일어났다. 조국 전 장관의 임명을 찬성하는 쪽은 ‘조국 힘내세요’를, 조국 전 장관의 임명을 반대하는 쪽은 ‘조국 사퇴하세요’를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리며 세력 간의 대결을 보여줬다.
본래 실시간 검색어 서비스가 시행된 이유는 사용자들의 온라인 트렌드를 반영해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같이 정치·사회와 관련한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실시간 검색어는 각 세력의 화력을 보여주는 것으로 사용됐다. 정치·사회뿐만이 아니다. 각 아이돌 팬들은 이미 예전부터 실시간 검색어 ‘총공’이라는 말을 쓸 정도로 실검에 본인이 좋아하는 연예인을 올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한 아이돌의 생일 축하 메시지 총공에 참여한 이진주(21) 씨는 “실시간 검색어에 올라가면 그 가수를 좋아하는 나와 같은 팬뿐만 아니라 대중들도 볼 수 있는 것이니까 홍보하고 싶어서 참여했다”며 “실제로 학교에 갔을 때 친구들이 실검을 보고 ‘오늘 ** 생일인가 봐’와 같은 말을 하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진용진레전드로가겠습니다.’ 지난해 2월 네이버 실검 1위에 오른 문장이다. 당시 구독자 140만 명이었던 유튜버 진용진이 ‘몇 명이 검색해야 (실검) 1위를 할 수 있는지 알아보겠다’고 한 것이다. 이렇듯 실검은 ‘동원’이라는 힘만 있으면 할 수 있는 것이었다. 사실상 온라인 트렌드 반영이라는 말이 무색해진 것이다.
실시간 검색어 마케팅부터 실시간 검색어를 바탕으로 한 기사
사용자들이 네이버 실검의 조작을 의심한 것은 여론 왜곡 사실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네이버는 검색 알고리즘 조작으로 자사 쇼핑 상품이나 동영상을 경쟁 업체보다 우선 노출했다. 해당 사건으로 네이버는 과징금 267억과 사용자들의 불신을 수용해야 했다.
2019년에는 실시간 검색어를 바탕으로 한 기업 이벤트가 많았다. 토스, 캐시슬라이드를 비롯한 업체들은 실시간 검색어 이벤트를 진행했다. 토스는 토스 사용자가 직접 자신의 토스 머니를 상금으로 걸고 퀴즈를 내는 ‘토스 행운퀴즈’ 서비스를 제공했다. 상금의 최소 금액은 1만 원으로, 자유롭게 질문을 만들 수 있다. 아이돌의 팬부터 ‘미샤’와 같은 기업까지, 토스 행운 퀴즈의 위력은 대단했다.
퀴즈가 공개되는 날이면 해당 퀴즈와 답변이 포털의 실시간 검색어로 등장했다. 행운 퀴즈의 질문자들은 사용자들이 답을 맞히기 위해 실시간 검색어를 이용하는 것을 알았다. 상품명이 실시간 검색어에 올라 퀴즈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까지 본인의 상품에 관심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당시 토스 측은 “행운 퀴즈가 하나의 광고 플랫폼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사용자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하나의 광고 플랫폼이 될 수 있지만, 실시간 검색어 서비스는 본래 광고 플랫폼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실시간 검색어에 연예인, 정치가 등 유명인사의 이름이 올라와 있어 클릭해본 이용자가 많을 것이다. 해당 인물을 클릭하면 조회 수를 늘리려는 ‘어뷰징’ 기사 즉, 낚시성 기사가 많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슈가 되고 있는 현재의 사건과는 무관하게 인물의 이름 앞에 하트를 붙인다거나 자극적인 제목으로 기사를 구성하는 것이 낚시성 기사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검색어 전쟁과 여러 논란으로 네이버 측은 실시간 검색어를 폐지했다.
지난해 4·15 국회의원 총선거 기간 당시 실시간 검색어 서비스를 중단한 적이 있다. 당시 네이버는 “해당 기간 다수의 관심사가 총선이라는 큰 현안에 집중되는 만큼, 선거의 공정성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예측할 수 없는 사안이 발생하는 것을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서비스 중단 이유에 관해 설명했다.
2019년 이후 네이버는 인공지능(AI) 기반의 검색어 추천 시스템을 적용해서 개인별로 검색어 차트를 다르게 노출할 수 있도록 했다. 연예, 정치, 쇼핑 등의 본인 관심사의 정도를 적용해 그에 맞는 이슈 실시간 검색어를 보여줬다. 이렇듯 다양한 조치를 취했지만, 총선을 앞두고 결국 실시간 검색어 잠정 중단을 결정했다.
실검 폐지 그 후는?
네이버 측은 실시간 서비스 중단에 대해 “인터넷 이전에는 잘 드러나기 어려웠던 롱테일 정보가 큰 이슈와 공존할 수 있는 세상을 보여주고자 했던 ‘실시간 검색어’는 풍부한 정보 속에서 능동적으로 나에게 필요한 정보를 소비하고 싶은 커다란 트렌드 변화에 맞춰 종료된다”고 밝혔다.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얻기 위한 능동적 사용자가 증가하는 트렌드에 맞춰서 종료했다는 것이다.
네이버는 실시간 검색어를 폐지한 대신 통계 분석 서비스를 강화할 예정이다. 네이버는 데이터랩을 강화했다. 데이터랩은 검색어 트렌드와 쇼핑 인사이트, 카드사용 통계, 지역 통계, 댓글 통계 등 네이버가 보유한 이용자 빅데이터를 분야별, 성별, 지역별, 연령대별 등의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네이버가 보궐선거를 두 달 정도 앞둔 시점에 실검 제도를 폐지한 데에 있어서 사용자들은 ‘하필 이 시점에 폐지하다니’ 혹은 ‘이 시점에 잘 폐지한 듯’과 같은 의견을 선보이고 있다. 사용자들은 더는 실검을 계속 확인하지 않아도 된다. 다음의 실검 폐지와 함께 네이버의 실검 폐지로 인해 실검을 확인하는 것이 하루의 일상이 되어버린 사용자들이 빈자리를 크게 느낄 수 있다. 폐지한 지 약 한 달이 지났지만, 여전히 실검의 부활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의견을 곳곳에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실검으로 수동적 수용자가 되어버린 이용자들이 옳은 정보, 그들이 알고 싶은 사실을 직접 검색하는 적극적인 능동적 수용자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