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떡 표절 논란', 레시피에는 저작권이 없을까?
'배떡 표절 논란', 레시피에는 저작권이 없을까?
  • 김지환 기자
  • 승인 2021.05.12 18: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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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떡 로고, 떡군이네 로고
배떡 로고, 떡군이네 로고 출처 : 각 브랜드

[한국연예스포츠신문] 김지환 기자 = 최근 유튜브 '먹방'을 필두로 인기가 많아진 로제 떡볶이. 그 중에서도 '배떡'(배달 떡볶이) 브랜드는 눈에 띄게 가장 큰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러나 지난 달 26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에 의해 레시피 표절 논란에 휩싸였다.

글쓴이는 배떡의 모태는 '떡군이네'라는 프랜차이즈의 가맹점이었고, 배떡 창업주가 이곳의 레시피를 그대로 인용해 사업을 시작했다는 의혹을 제기하였다. 글이 확산되며 레시피 표절 논란이 커지자 일각에서는 불매 운동을 시작해야 한다는 움직임을 보였고, 이 날 떡군이네 떡볶이 본사 홈페이지는 접속 폭주로 인해 먹통이 되기도 했다. 

떡군이네(신우푸드) 관계자는 배떡이 떡군이네의 레시피를 그대로 인용해 창업을 한 것이 맞냐는 질문에 "사실"이라고 답했다. 아울러 "현재 이 건과 관련해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진행 중인 건이라 자세한 내용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배떡(어메이징피플즈) 관계자는 "본사와 떡군이네와는 아무 관계가 없으며 이 같은 명예실추 행위에 대한 대응 방안을 현재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배떡 측은 27일 본지에 앞서 지난 2019년 떡군이네와의 소송에서 법원이 "로제 떡볶이 소스는 영업비밀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배떡 측 손을 들어줬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배떡과 떡군이네 떡볶이의 레시피 표절 논란 외에도 음식의 '저작권'에 관련된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음악, 영상, 책과 같은 분야에서는 '저작권', '표절'과 같은 말이 익숙한데, 음식 분야에서는 해당되지 않는 것일까?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저작물은 실체가 있어야 인정 돼, 외국에서도 음식 관련 저작권은 관대한 편 

레시피가 저작권법에 의해서 보호 받을 수 없는 이유는 '저작물'의 정의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저작권법에서는 '저작물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을 말한다'고 규정돼 있다. 즉 우리가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는 '실체'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보호받을 수 있는 저작물의 분류에서는 건축 설계도, 컴퓨터 프로그램, 광고, 시, 영화 등 다양한 분야를 언급하고 있지만, 음식과 관련해서는 아예 찾아볼 수 없다. '레시피 자체가 창작물이 아니기 때문에 음식 자체를 저작권으로 보호하면 되지 않을까?'라고 의문을 제기할 수 있지만 한국저작권위원회 관계자는 "레시피가 저작물 보호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데, 그 결과물을 보호하는 건 논리상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음식 관련 저작권은 매우 관대한 편이다. 2014년 오하이오에서 레스토랑 소유자인 원고는 사업 파트너였던 피고가 원고의 요리 책에 포함된 요리와 유사한 요리를 피고의 레스토랑에서 제공하자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한 적이 있다. 이에 따라서 오하이오 북부 지방법원은 요리책은 편집 저작물로 저작권 보호 대상이나 요리책에 포함된 요리 레시피는 결과물을 만들어 내기 위한 기능적 성격을 지닌 지시 사항이므로 저작권 보호 대상이 아니라고 판시했다.

또한 2018년에 네덜란드의 한 크림치즈 생산 업체는 경쟁사를 상대로 "치즈 맛을 따라했다"며 소송을 낸 적이 있는데, 유럽의 최고법원인 유럽사법재판소(ECJ)는 음식 맛은 저작권 보호 대상이 아니라는 판결을 내렸다. 덧붙여 "문학이나 그림, 영화, 음악 작품과 달리 음식의 맛은 정밀하고 객관적으로 식별할 수 없다"며 "음식의 맛은 저작권 보호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음식의 맛은 음식물을 맛보는 사람, 연령, 음식에 대한 선호, 환경, 음식을 먹는 상황에 따라 다르다"고도 지적했다. 

 

출처 :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방송 화면 캡쳐
출처 :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방송 화면 캡쳐

'파리바게뜨 감자빵', '골목식당 덮죽' ... 끊이지 않는 레시피 관련 논란

저작권법으로 보호 받지 못하는 음식의 특성 상 예전부터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작년 10월 파리바게뜨에서 출시한 감자빵이 춘천의 한 소상공인이 판매한 제품과 유사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표절 주장은 자신의 아버지가 강원도 춘천에서 베이커리를 운영한다는 네티즌으로부터 나왔다. 그는 SNS를 통해 "파리바게뜨가 만든 감자빵은 외관으로 보나 캐릭터의 모양으로 보나 우리 감자빵과 너무나 흡사하다"며 "대기업으로서 사회적 역할을 하신다면 판매를 멈추고 소상공인과 상생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에 파리바게뜨는 한정 수량으로 출시한 감자빵에 대해 생산 및 판매를 더 이상 하지 않기로 했다.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SPC의 관계자는 "감자빵의 레시피가 널리 알려져 있어 표절은 아니다"라면서도 "해당 업체의 항의가 있었고 농촌과의 상생을 위해 좋은 뜻에서 기획한 제품인 만큼 대승적 차원에서 판매 중단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작년 7월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 방영된 포항 꿈틀로 편에서 '덮죽' 레시피를 그대로 도용하여 판매한 한 프랜차이즈의 사례도 있다. 방송 한 달 뒤에 포항 덮죽집과 아무 상관없는 한 프랜차이즈가 국내 1호점이라며 '덮죽덮죽'라는 가게를 서울 강남에 열고, 배달 가맹점 모집을 시작했다. 덮죽이라는 음식 이름부터 대표 메뉴의 구성까지 똑같고, '골목 저격'이라며 대놓고 골목식당을 연상케 하는 광고까지 했다. 덮죽 레시피를 완성하기 위해 많은 연구를 했던 모습이 방송에 담겼고, 이 방송을 시청했던 누리꾼들은 분노했다. 포항 덮죽집에서 개인 SNS에 호소글을 올렸고, 프랜차이즈가 장사를 중단하며 논란은 일단락되었다. 그런데 누군가 '덮죽' 자체를 먼저 특허 출원하면서 다른 논란이 생겼다. 앞에서 살펴봤듯이 음식은 저작권에 포함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특허에는 어떤 영향을 받는 것일까? 
 

에그드랍에서 특허를 출원한 머랭버거 출처 : 에그드랍
에그드랍에서 특허를 출원한 머랭버거 출처 : 에그드랍

특허로 레시피 보호 가능,
'선출원주의' 채택 중이나 먼저 사용했다는 것이 입증되면 지속적인 사용 가능 

우선 특허권은 기존에 없던 새로운 것을 발명했을 때 당사자에게 법률적으로 주어지는 지적재산권을 말한다. 특허법에서 보호하는 발명은 물건, 방법, 제법 크게 3가지로 구분되며, 음식물 자체는 물건 발명(물질 또는 물품)으로 특허를 받을 수 있고, 레시피는 제법 발명으로 특허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즉, 음식물 자체 및 조리법에 대해 특허로서 보호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 조리법이나 특허권이 인정되지 않는다. 음식 특허권을 인정받을 수 있는 첫 번째 조건은 독특함과 차별성이다. 그 차별성은 레시피와 제조 과정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기존의 음식이라 할지라도 재료와 구성 비율이 독특하다면 레시피 관련 특허 등록이 가능하다. 또 음식의 제조 과정에서 새로운 공법을 발명했다면 역시 특허 등록이 될 수 있다.

신청 절차는 특정인이 특허 등록 신청(출원)을 하면 특허청에서 기존의 자료 검색을 통해 등록 여부를 심사한다. 만약 신청인이 제출한 요리가 기존의 특허 자료와 큰 차이가 없다고 판단되면 등록되지 않는다. 여기서 소비자가 주의할 점이 있다. 가끔 미디어를 통한 음식이나 음식점을 홍보할 때 ‘특허 출원’이라고 하며 출원번호를 함께 기재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특허 출원은 특허청에 접수했다는 뜻에 불과하며 특수성과 상관없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고 특허를 받은 것과는 무관하다.

따라서 위의 '덮죽 특허' 논란으로 인해 원래 덮죽을 판매하던 포항 덮죽집 측이 상표권을 뺏기지 않을까 주목되고 있다. 현행 상표법은 먼저 출원한 사람에게 권리를 부여하는 ‘선출원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현재 개인 사업자인 이 모 씨가 지난해 7월 ‘덮죽’ 상표를 출원했으며 골목식당에 출연한 포항 덮죽집 사장 최 씨는 지난해 8월과 12월 ‘소문덮죽’과 ‘오무덮죽’을 각각 상표 출원했다. '선출원주의'에만 의하면 덮죽을 사용하지 못할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특허청은 12일 “현재 ‘덮죽’ 관련 상표출원 중 등록된 것을 없고 모두 심사 대기 중”이라며 “누구도 ‘덮죽’ 명칭 사용에 제한을 받거나 독점적 권리를 갖고 있지 않다”고 답변했다. 상표권은 심사관이 등록 요건과 거절 이유를 심사해 설정 등록을 해야 권리가 발생하는데, 아직 심사에 들어가기 전이라는 것이다.

또한 특허청은 “설령 먼저 사용한 상호 등과 유사한 표장을 다른 사람이 출원해 등록했다고 하더라도 온라인이나 광고 등을 통해 이전부터 해당 상표를 사용해왔다는 점이 인정된다면 계속 사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즉 최 씨가 ‘덮죽’ 상표를 사용할 수 없는 건 아닌 셈이다. 

이 특허권을 활용하여 레시피를 보호하는 사례도 있다. 최근 샌드위치를 대표적으로 판매하고 있는 프랜차이즈 '에그드랍'에서 출시 전에 신제품 머랭 버거와 머랭 버거 제조에 필요한 레시피에 대한 특허 출원을 마쳤다. 에그드랍만의 특별한 레시피를 공인받아 미투 브랜드(유사한 음식을 판매하는 브랜드) 및 유사 메뉴로부터 브랜드와 가맹점을 보호하기 위해 내린 결정이다. 

에그드랍 관계자는 “식품업계 레시피 도용 문제는 지금도 많은 브랜드와 자영업자들을 힘들게 하는 문제”라며 “이번 에그드랍 신제품 및 레시피 특허 출원이 브랜드와 가맹점주 모두의 이익을 보전할 수 있는 선례로 남기 바란다. 에그드랍은 앞으로도 가맹점들을 보호하고 브랜드와 함께 상생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라고 전했다.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절차가 복잡하고 비용의 부담으로 소상공인은 특허 출원에 잘 도전하지 않아

이렇게 특허권을 통해 레시피를 보호할 수 있지만 왜 계속 논란이 생기는걸까. 먼저 절차가 매우 복잡하다는데에 있다. 앞서 살펴봤듯이 특허권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레시피와 제조 과정이 기존의 것과 확연히 다를 정도로 특별해야 한다. 또한 비용도 문제다. 국내에서 특허권을 내는 데 소요되는 비용은 출원 비용이 100만~200만원 선, 등록비와 3년까지의 유지 비용이 대략 100만원 선이다. 4년 차부터는 1년마다 유지비용이 드는데, 초기에는 5만~10만원 선이고 연차가 늘어날수록 유지비용도 늘어난다. 또 음식에 특허권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빠르게 등록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무엇보다 가장 크게 여기는 문제점은, 특허에 등록하게 되면 레시피가 모두 공개되는 것이다. 실제로 특허청이 관리하는 웹사이트 '특허정보넷 키프리스'에는 특허를 받은 모든 기술들이 공개돼 있다. 게다가 특허를 받는다고 해도 20년의 법정 보호 기간이 끝나면 보호권도 사라진다. 또 특허로 등록돼 있는 조리법을 살짝 변형해 사용하면 특허 침해가 아니라서 법적으로 빠져나갈 구멍도 많다. 10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코카콜라는 아예 특허 등록을 하지 않고 레시피를 '영업 비밀'로 유지하고 있다. 

유성원 지심특허법률사무소 대표 변리사는 "최근 들어 음식 특허를 내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특허는 원래 발명 가치에 주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맛이 좋다'는 정도로 요리 특허를 받기 쉽지 않은 데다, 특허를 받아도 레시피가 공개돼 영업비밀 유출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너도 베끼고, 나도 베끼고' 식품업계에 팽배한 베끼기 논란, 이제 그만할 때 

새로운 음식이 멋진 포장이나 맛으로 소비자들을 사로잡았다는 소식이 들리면 우후죽순 비슷한 음식들이 쏟아진다. 비교적 최근에 유행했던 '흑당 버블티', '마라탕', '인기가요 샌드위치'를 생각해보자. 프랜차이즈에서는 비슷한 메뉴들이 앞다투어 출시되고 음식점 뿐만 아니라 편의점에서도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유행이 끝날 때까지 상품을 판매한다. 이 관행은 아주 오래전부터 존재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초코파이'나 '메로나' 등도 비슷한 상품들이 옆에 버젓이 진열되어 있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이런 사례를 '미투 마케팅'이라고 하는데, 시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브랜드나 경쟁 브랜드의 이름, 모양, 맛, 디자인 등을 모방하여 편승해 자사 제품을 판매할 목적으로 상품을 만들어 마케팅하는 것을 말한다. 흔히, 유사 상품, 유사 브랜드라고도 하며, 심한 경우 잘 나가는 제품을 그대로 모방해 만든 제품을 비하하는 용어인 카피캣이라고도 한다. 그 동안 식품업계는 소비자들에게 선택받기 위해 많은 마케팅을 시도했고, 미투 마케팅 또한 그 중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당연시 여겨지는 일 때문에 누군가 오랫동안 심혈을 기울여 연구한 레시피가 무용지물이 된다면 이미 많은 피해 사례를 겪어온 우리 사회가 이제는 바뀌어 나가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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