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문화 동북공정, 제대로 알고 지켜내자
중국의 문화 동북공정, 제대로 알고 지켜내자
  • 안지윤 기자
  • 승인 2021.03.05 18: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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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넘은 중국의 '문화공정'

국가 간의 문화 교류가 아닌 원조 주장

문화에 대한 지식과 적극적인 대응 필요

[한국연예스포츠신문] 안지윤 기자 = 김치, 한복(韓服), 갓을 넘어 이제는 손흥민 선수까지 '중국 혈통'이라고 말하는 중국의 문화 동북공정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벌어진 우리나라와 중국의 '김치 = 파오차이' 논란이 그 시작이었다. 중국 공산당 인민일보의 자매지 환구시보가 지난해 11월 28일 쓰촨성 지역의 염장 채소 '파오차이'가 국제표준화기구(ISO) 표준 인증을 받은 뒤, '중국이 파오차이 국제표준의 제정을 주도, 한국 매체 폭발 : 김치 종주국의 치욕'이란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악의적 '가짜 뉴스'로 밝혀졌지만 환구시보는 지난해 12월 9일 중국 포털 사이트 바이두의 자료를 인용하며 김치의 기원이 중국의 절임 채소라며 주장했다.

 

김치와 파오차이

장쥔 유엔 주재 중국대사/ 출처 : 트위터
장쥔 유엔 주재 중국대사/ 출처 : 트위터

장쥔 유엔 주재 중국대사는 올해 연초 트위터 계정을 통해 갓 담근 김치와 함께 찍은 사진을 공개했다. '손수 가정식 김치를 담그는 것'이라고 설명을 덧붙이면서 한-중 양 국의 주목을 끌었다. 여기에 중국 유튜버 리쯔치의 동영상이 업로드되며 우리나라 국민들의 분노가 극에 달했다. 지난 1월 10일 '김치'를 만드는 영상을 올리며 '#ChineseFood(중국음식)'이라는 해시태그를 달았기 때문이다. 중국 랴오닝성 방송국 아나운서 주샤는 1월 14일 약 1분 30초가량의 동영상을 통해 '잔칫상에 파오차이(김치)가 올라오면 손님들은 마음에 안 들어 그냥 가버릴 수도 있다.'라며 김치 비하 발언을 언급하기도 했다.

해를 넘기며 이어지는 김치 논쟁에 1월 20일 중국 외교부가 나섰으나 결국 '구밀복검(口蜜腹劍 : 입으로는 달콤함을 말하나 뱃속에는 칼을 감추고 있다. 겉으로는 친절하나 마음속으로는 음흉한 것을 뜻함)'에 불과한 발언이었다. 화춘잉 외교부 대변인은 "내가 보기에 파오차이는 소금 등에 절인 발효식품의 일종으로 소수의 몇 개 나라와 지역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에서는 이를 파오차이라 부르고, 한반도와 중국의 조선족은 '김치'라고 부른다. 이런 것들은 서로 통하는 부분도 있지만, 재료나 맛, 요리법 등은 각자의 장점을 갖고 있다"라고 말했다. 화 대변인의 말을 인용하면 '김치'는 '소금 등에 절인 발효식품'에 포함되므로 김치가 '파오차이'의 한 종류가 되는 것이다. 

 

한복, 갓, 이젠 동요까지...그 중심엔 '중화사상'이 있다

우리나라 전통의상인 한복(韓服)과 갓도 중국 문화 공정의 표적이 되었다. 지난해 10월 중국 게임회사 페이퍼게임즈에서 출시된 '샤이닝니키' 속 한복 논쟁이 불거지며 '한복은 중국 소수민족 중 하나인 조선족의 의상', '중국 명나라 때 입던 '한푸(漢服)'가 한복이다' 라는 등의 주장이 등장했다. 성인 남성의 머리에 쓰던 의관 중 하나인 갓도 중국 것이라는 주장까지 등장했다.

한국에선 '쎄쎄쎄 푸른 하늘 은하수' 손뼉놀이 노래로 유명한 동요 '반달'을 지난해 10월 27일 중국 베이징 위성 TV의 음악 예능 '과계가왕'에선 중국 '조선족 민요'라고 소개했다. 1924년 윤극영이 작사, 작곡한 대한민국 최초의 창작 동요가 한순간 중국 민요로 둔갑된 것이다. 

이러한 '문화 동북공정', '문화공정'의 중심엔 중국에 뿌리 깊게 박힌 '중화사상'이 있다. 중국에서 나타난 자문화 중심주의적 사상, 즉 자기 민족 중심의 우월주의 사상이다. 모든 것이 중국을 중심으로 하여 세계로 퍼져야 한다는 사상이다. '한국은 중국의 속국', '소국이 대국을 섬겨야 한다'라는 관념으로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 역시 이에 포함된다.  특히 시진핑 집권 이후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사상을 바탕으로 애국주의가 부각되며 중화사상의 경향이 짙어졌다.

 

역사에 이은 문화 침탈

'중국의 김치산업이 국제 표준이 됐다'라는 환구시보의 악의적 가짜뉴스의 배경에는 실제 중국의 움직임이 존재했다. '국제표준화기구(ISO)'에 파오차이를 등록한 것이 예다. 2011년에는 우리나라 전통 민요 '아리랑'을 국가 문화유산으로 등록했다. 국가 차원의 문화 공정이 진행 중인 것이다. 중국 사회과학 연구소 고고학 이사장 왕웨이는 "중국을 비롯한 세계적 규모의 중화문명 전파 공정이 실시됐으면 합니다"라는 발언을 남기며 중국의 문화 공정이 누리꾼들 사이의 논란이 아닌 실제 진행 중인 작업임을 짐작하게 했다.

이러한 모습은 2002년부터 2007년까지 진행되었던, 고구려사와 발해사를 중국사로 편입하려 했던 동북공정과 비슷하다.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6년 9월과 10월 당시 원자바오 총리와 후진타오 국가 주석에게 시정을 요구하며 2007년 동북공정은 공식 종료되었지만, 이후에도 작업 계속 이어지며 현재 굳히기 작업에 돌입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출처 : 지린성 사회 과학원 홈페이지
출처 : 지린성 사회 과학원 홈페이지

서길수 고구리/고리연구소 이사장의 '동북공정 침탈 보고' 연구 결과, 중국공산당 지린성 위원회 선전부 등을 중심으로 동북공정 작업은 계속 이어졌고, 5년간의 계획을 2년 연장에 2008년 말까지 강행했다고 밝혀졌다. 2016년까지 지린성 사회과학원이 발행한 학술지 '동북사지'를 통해 역사 왜곡이 계속되었으며 현재 중국 포털 바이두의 바이두백과에 왜곡 내용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는 것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김치 공정', '한복 공정'과 같은 문화 공정은 역사 침탈에 이은 문화 침탈 과정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더이상 중국이 중심이 아니다 

방탄소년단/ 출처 :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방탄소년단/ 출처 :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일련의 문화 침탈 과정은 중국의 위기감을 드러내는 동시에 중국이 얻게 될 경제적 이득의 수단이 되고 있다. 본래 '아시아권 문화'라고 했을 때 떠오르는 대표적인 문화는 중화권 문화였다. 하지만 K-POP과 한국 드라마를 중심으로 한 한류 열풍이 지속되며 아시아 문화에 대한 관심이 한국으로 쏠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중국으로선 무시할 수 없는 위기감으로 작용했다. 박장재 동북아역사재단 북방사연구소 소장은 한 매체를 통해 이를 설명했다. "글로벌 한류의 위상이 높아지고 한국 문화가 세계적인 관심의 대상이 되다 보니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무리한 견제가 나타나는 것"이라 밝힌 바 있다.

'차이나머니'를 활용한 경제적 이득 의도 역시 무시할 수 없다. 특히, 김치의 경우 2020년 코로나로 인한 건강식 유행과 한류 열풍 등으로 인해 2019년 김치 수출액(1억 479만 달러) 대비 34% 증가한 1억 4451만 달러를 수출했다. 김치 수입량 역시 늘고 있어 적자를 기록하였고 전체 수입 물량의 99%는 중국산이다. 하지만 이를 바탕으로 중국이 김치 무역을 통한 경제적 이득을 노린다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등장하였다. 

출처 : tvN 드라마 '여신강림' 캡처
출처 : tvN 드라마 '여신강림' 캡처

한국 드라마의 인기가 높아지자 드라마 제작사, 기획사, 투자사에까지 중국 자본이 들어섰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여신강림'이다. 중국 전자상거래 기업 징둥닷컴의 광고가 붙어 있는 버스 정류장, 편의점 테이블에 앉아 중국 브랜드의 인스턴트 훠궈를 먹는 주인공들의 모습이 등장하며 과도한 중국 자본 PPL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PPL은 이미 한국 드라마나 예능 속 많이 등장한다. 하지만 문제가 되는 것은 막강한 자본으로 무장한 중국 투자사에 의해 우리나라의 콘텐츠가 문화 공정에 활용이 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다. 

 

제대로 알고 제대로 지키자

중국의 문화 공정 속 막연히 분노하기보단 먼저 우리 것을 제대로 아는 것이 중요하다. 세계김치연구소의 김치 변천사 연구 결과, 삼국시대 익산 미륵사지와 경주 황룡사지 유적에서 발견된 저장용 대형 독 발견을 근거로 우리나라는 삼국시대부터 초기 형태의 김치를 먹은 것으로 추정된다. 장아찌에 가까운 절임채소류였지만 고려 시대를 거치며 발효과학 식품으로 진화했다. 고려 시대의 문인 이규보의 '동국이상국집(1241)'에는 외(오이의 준말), 가지, 순무, 파, 아욱, 박을 이용한 김치 제조법을 소개하고 있다. 이는 최초의 김치 문헌 기록이다. 

이규보의 '동국이상국집'/ 출처 : 한국학중앙연구원
이규보의 '동국이상국집'/ 출처 : 한국학중앙연구원

파오차이가 2020년 국제표준화기구(ISO)에서 표준 인증을 받았다면 김치는 그보다 훨씬 앞선 2001년에 제24차 국제식품규격위원회에서 고유 이름인 '김치(Kimchi)'로  국제식품규격으로 인정을 받았다. 엄연히 파오차이와는 다른, 고유의 역사와 제조법을 가지고 있는 식품이 바로 '김치'인 것이다.

한복(韓服) 역시 1600여 년간 이어진 한민족 고유 의복이다. 고구려 고분벽화(4~6세기)와 신라, 백제 유물로 확인할 수 있는 한복의 전통성은 세계에서 제일 길다. 확인할 수 있는 자료는 없으나 전문가들은 고조선까지도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고 말한다. 고대 한국의 복식은 주변국가에 비해 매우 발달하였다. 물론 주변 국가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한복(韓服) 역시 다른 나라에 영향을 끼친 것이다.

원-고려 시절 대륙에 유행했던 고려양은 다음 왕조인 명나라 때까지 이어졌다. 이는 명나라 관리 육용이 쓴 '숙원잡기'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말총으로 만든 풍성 모양의 조선 치마'라 불리는 '마미군'이 조선국서 비롯되었다는 것, 대신들 대부분이 이를 입었다는 것이 기술되어 있다. 한반도 역시 대신들의 복장 같은 경우 중국의 영향을 받기도 했다. 어느 한쪽의 우월성만 놓고 볼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문화공정에 대항하는 우리의 태도

'김치 논란'이 안타까운 점은 '김치'를 중국어로 부르고 표기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중국어에 존재하지 않는 'ㄱ(기역)' 발음으로 인해 '김치'는 관행적으로 '파오차이', '한국식 파오차이'라 불리고 있다. 2013년 농림축산식품부가 현지 전문가 검증을 통해 '신치(奇)'라 지정했지만 정착하지 못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번 논란을 계기로 이에 대한 훈령 정비 계획을 밝혔다.

뉴욕 타임스퀘어에는 김치 광고와 한복 광고가 게시되었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뉴욕타임스(NYT) 미주판과 인터내셔널 뉴욕타임즈에 '김치 광고'를 게재하기도 했다. 서 교수는 2013년에도 배우 김윤선, 치킨마루와 함께 '김치 광고'를 실었었다. 연예인들은 공식 석상에서 한복 착용하기, SNS 한복 착용 게시글을 업로드하며 우리 문화를 지켜내려는 노력을 보였다.

'라카이코리아'가 뉴욕 타임스퀘어에 한복 광고를 게재했다./ 출처 : '라카이코리아' 공식 인스타그램
'라카이코리아'가 뉴욕 타임스퀘어에 한복 광고를 게재했다./ 출처 : '라카이코리아' 공식 인스타그램

서경덕 교수는 정부 차원의 적극적 항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문화공정 배경에 중국정부가 개입돼 있는 만큼 한국 역시 정부 차원의 목소리를 낼 때가 됐다"라고 설명했다. 박장배 연구소장은 "한류로 인한 성과는 사실이지만 지나치게 대중문화 홍보에 치우쳐있다"라고 말하며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은 한국에 대한 홍보 사업을 보다 고차원적으로 진행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대중문화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닌 우리의 전통문화, 아직 알려지지 않은 한국의 문화를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출처 : 인스타그램 캡처
출처 : 인스타그램 캡처

'김치가 중국 것'이라는 관련 영상들에 우리나라 누리꾼들은 중국어, 영어 등 외국어로 김치와 파오차이가 다른 이유와 중국의 문화공정에 대해 설명하는 댓글을 달기도 했다. '#한복챌린지'와 같은 SNS 해시태그 캠페인도 가장 쉽고 빠르게, 가장 널리 우리 문화를 알릴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중국의 행동은 분명 분노를 살 만한 행동이다. 하지만 그저 '분노'에만 그친다면 '아리랑'이 중국 무형문화유산에 등록된 것처럼, 우리가 부르던 동요가 중국 민요로 소개됐던 것처럼 눈 뜨고 코 베이는 상황이 계속 이어질 것이다. 우리부터 문화에 대해 제대로 알고 무엇이 잘못됐는지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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