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곳에서 찾는 가치, ‘지역 기반 서비스’의 급부상
가까운 곳에서 찾는 가치, ‘지역 기반 서비스’의 급부상
  • 조세령 기자
  • 승인 2021.04.16 10: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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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지역 기반 서비스 ‘당근마켓’, 네이버 ‘이웃톡’

물건 거래를 넘어서 동네 커뮤니티 역할까지

올바른 동네 문화 구축을 위한 노력 필요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한국연예스포츠신문] 조세령 기자 = 슬리퍼와 세권의 합성어인 ‘슬세권’은 슬리퍼를 신은 편한 복장으로 각종 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권역을 뜻한다. 슬세권에서 사람들은 각종 카페, 편의점, 쇼핑 시설을 방문하기도 하지만 “당근이세요?”를 외치며 물건을 사고 팔기 시작했다. 너무나 익숙하고 편한 장소인 동네에서 사람들은 온라인을 거쳐 오프라인에서까지 신선하고도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이들을 이어주는 연결 고리는 중고 거래 물품, 취미 공유, 정보 나눔 등 다양하다. 와이즈앱∙와이즈리테일 표본 조사에 의하면, 2015년 7월에 서비스를 시작한 온라인 중고 거래 앱 ‘당근마켓’은 지난해 1월 513만 명의 월간 앱 사용자에서 일년 사이에 158% 상승한 1325만 명을 기록하면서 동네 기반 서비스의 경쟁력과 가능성을 입증했다.

 

‘지역 기반 서비스’가 인기를 끄는 이유

전세계를 강타한 코로나 바이러스는 동네 기반 서비스의 역할과 의미를 더욱 견고히 하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인터넷의 발달로 지역간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온라인 서비스가 성장했지만, 이제는 소비자와 플랫폼 모두 동네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BC카드 빅데이터 센터에 따르면 거주지 500m 이내 결제 비중은 2018년 25.6%에서 지난해 32.9%로 증가했다. 먼 거리 이동에 제한이 생기자 동네에서 할 수 있는 활동에 관심이 쏠리게 되었고 위치 기반 서비스까지 더해지면서 온∙오프라인을 잇는 동네 네트워크가 구축된 것이다. 이러한 네트워크는 ‘범위가 좁은 특정 지역에 맞춘’이라는 뜻의 ‘하이퍼 로컬’이라는 개념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출처: 당근마켓
출처: 당근마켓

동네 서비스의 성공 요인은 다소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는 공간 제약을 ‘가깝기에 믿을 수 있는’ 신뢰성이라는 장점으로 활용한 것에 있다. ‘당신 근처에서 만나는 마켓’이라는 뜻의 당근마켓은 위치 기반 서비스를 기반으로 반경 6km 이내에 모인 주민들이 자유롭게 중고 물품을 거래할 수 있도록 돕는다. 가입자의 93.3%가 물품 구매자인 동시에 판매자이며, 이른바 ‘당근이 취미’라고 하는 두터운 이용자 층을 보유하고 있다. 소비자 조사 전문기관 마크로밀엠브레인의 윤덕환 콘텐츠 사업부 이사는 “당근마켓은 위치 정보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중고 거래에서 필요한 최소한의 신뢰 관계가 성립한다”고 말했다. 즉, 당근마켓은 편리한 디지털 서비스에 동네만의 인정 많고 안전하다는 장점이 부가된 성공 사례인 것이다.

 

‘지역 기반 서비스’의 장점

① 동네 커뮤니티 공간으로 확장

코로나가 지속되면서 사적 교류가 줄어들고 새로운 인간관계를 형성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때마침 동네 기반 서비스는 제품을 주고받는 것을 넘어서 관계를 형성하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확장되었다. 당근마켓은 최근 앱 카테고리를 ‘쇼핑’에서 ‘소셜’로 변경하면서 소통을 강조하는 동네 플랫폼으로의 정체성을 확고히 다지기 위한 포부를 드러냈다. 20대가 20%, 30대가 23%, 40대 28%, 50대 21%로 이용자 연령층도 고르게 분포되어 있다. 특히나 2030이 동네 거래에 흥미를 가지게 된 데에는 이들이 온라인에서부터 시작하는 만남에 거부감이 없기 때문이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20~30대는 디지털에 익숙한 환경에서 자라서 현실 친구를 온라인 상에서 구하는 것에 거부감이 적다”고 말했다.

당근마켓이 지난해 9월 전국 단위로 확대 적용한 ‘동네생활’ 서비스는 ‘우리동네질문’, ‘동네분실센터’, ‘동네모임’이라는 카테고리로 구분된다. ‘같이해요’ 피드에는 “클라이밍 1일 강습 같이 배우고 싶으신 분 없으실까요?”처럼 취미 활동을 함께 할 수 있는 모임을 찾거나 “오픽학원 추천해드립니다!”와 같이 동네 근처 교육 및 학원 정보를 나누기도 한다. 당근마켓은 세탁∙이사∙구인 구직 등 다양한 분야의 업체들과 제휴를 진행하면서 주민들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하나씩 추가하는 중이다. 지난 3월 13일 방송된 MBC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에서는 유재석의 시간을 당근마켓을 통해 거래하면서 같이 고기를 먹고 자전거 타는 법을 배우는 사람들이 등장했다. 이는 당근마켓의 커뮤니티 역할을 직접 보여준 사례이다.

네이버 '이웃톡' / 출처: 네이버
네이버 '이웃톡' / 출처: 네이버

네이버도 지난 11월부터 본격적으로 이웃 기반 서비스를 시작했다. 사용자가 관심지역으로 설정한 동네 소식, 지역 단위 카페의 콘텐츠를 모아서 네이버 카페 앱 피드에 노출시키는 형식으로, ‘요즘 HOT 탭’, ‘중고거래 탭’, ‘인기 동네카페 탭’ 등의 카테고리가 있다. 3월부터는 동네 이웃과 대화할 수 있는 ‘이웃톡’ 서비스를 추가하면서 나만 알고 있는 동네 맛집이나 소소한 일상 이야기를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동네 거주 인증만 거치면 손쉽게 게시물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가입 절차를 거쳐야하는 기존의 카페보다 접근이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네이버 측은 “코로나 장기화로 취미 및 소비 활동이 집 주변 지역 중심으로 이뤄지고 이웃과 소통하고 싶어하는 이용자들이 많아져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② 이웃 간에 선행 실천

당근마켓에 올라온 생리대 무료나눔 글 / 출처: 당근마켓 캡쳐
당근마켓에 올라온 생리대 무료나눔 글 / 출처: 당근마켓 캡쳐

동네 기반 서비스는 이웃 간에 무료로 물건을 나누면서 건강한 나눔 문화를 조성하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 당근마켓 측은 ‘무료 나눔’이 지난 한 해 210만 건을 넘기면서 2019년 대비 5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사례는 ‘생리대 무료나눔’이다. “꼭 필요한 중∙고등학교 여학생에게 드리고 싶다”며 “필요한 분들은 부담 없이 연락해달라”는 선의가 담긴 생리대 무료 나눔 관련 글은 약 2000건에 달했다. 저소득층 여성∙청소년을 대상으로 생리대를 나눠주고자 하는 사용자들이 늘어나면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관심이 차마 닿지 않는 사각지대를 챙기고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도 했다.

당근마켓은 플랫폼 기능과 제도 측면에서도 무료 나눔을 권장하기 위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새해를 맞은 1월 11일에는 무료 나눔에 참여한 이용자 중 11명을 선저하고 당근마켓 장바구니 굿즈를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이후에 매월 11일을 ‘나눔의 날’로 지정하고 꾸준히 이용자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당근마켓 측은 11이라는 숫자에 1+1이라는 의미를 부여하면서 나누면 가치가 두 배가 된다는 기쁨을 전달했다. 나아가 건전한 나눔 문화를 유지하기 위한 에티켓으로 △판매할 가치를 지니지 않은 물건은 나눔하지 않기, △물품 판촉을 위한 나눔이나 조건부 나눔은 하지 않기, △나눔 받은 물건을 되팔지 않기, △한 사람이 여러 나눔을 받지 않기, △나눔 받은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나눔 실천하기 등의 방침을 발표했다.

 

③ 위기 상황에서 결집할 수 있는 힘

미국 지역기반서비스 '넥스트도어' / 출처: 넥스트도어
미국 지역기반서비스 '넥스트도어' / 출처: 넥스트도어

가끔은 특정 동네가 위기에 처했을 때 동네 사람들이 가장 빠르고 신속하게 모일 수 있는 온라인 공간이라는 장점 덕분에 효과적으로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방안이 되어준다. 미국 대표 지역 밀착형 서비스 ‘넥스트도어’는 2008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로 꾸준히 사용자 수가 증가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미국,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등 총 11개국에 진출했다. 당근마켓이 물건을 사고파는 플랫폼에서 시작한 후에 커뮤니티로 확장을 시도했다면, 넥스트도어는 커뮤니티 중심 서비스에 중고 거래가 추가된 형태를 띠고 있다. 부동산, 지역 가게 홍보, 행사 공지, 분실물 찾기 서비스 등 넥스트도어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지역의 게시판 역할을 해내고 있다.

‘넥스트도어’의 지역 중점 기능이 빛을 발한 것은 지난 2월 텍사스주에 한파가 닥치면서 대략 430만 가구가 정전사태에 빠졌던 때였다. 넥스트도어를 기반으로 한 네트워크로 동네 주민들은 물이나 난방기구 등 생필품을 나눌 방안을 모색했다. 넥스트도어의 발표에 의하면, 한파 기간 동안 텍사스 지역의 게시물 수는 전 주보다 471% 증가했으며, 도움을 요청하거나 도움을 준 대화는 무려 400%가량 증가했다. 전력, 물, 장작, 수도관, 난방과 같이 재난 상황에서 필요한 키워드 검색량도 140% 늘어났다. 이러한 선행 사례를 통해서 지역 주민끼리 서로 돕고자 하는 마음을 확인한 넥스트 도어는 지난 5월 ‘헬프맵’이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헬프맵은 이웃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내용을 기재해두면 해당 도움이 필요한 이웃이 연락을 취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범죄 악용, 비매너적 태도 등 우려되는 부분도 존재

당근마켓에 올라온 부적절한 거래 내용 /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당근마켓에 올라온 부적절한 거래 내용 /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동네 서비스이기 때문에 비교적 가볍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사용되는 플랫폼이지만 때로는 본래 취지에서 벗어나거나,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을 보이는 등 위험한 사례가 보이기도 한다. 당근마켓 이용자들은 때때로 동네 커뮤니티를 불륜과 조건만남의 장으로 사용하려는 사람들 때문에 눈살을 찌푸린다. 온라인 커뮤니티의 제보에 따르면 “유부녀라도 괜찮다. 같이 치맥하자”는 글이 올라오거나 판매 물품을 보고 판매자가 여성임을 짐작한 후에 의도적으로 접근하는 경우도 많았다. “교복을 매물로 두었더니 ‘착용샷이 팔요하다’는 연락”이 오는 등 이용자들은 사이버 공간 뒤에서 교묘하게 범죄를 행하는 사람들로부터 안전하지 못하다.

거래 대상으로 ‘사람’이 올라오는 때도 있었다. “입양하시면 10만원 드림. 진지하니까 잼민이(초등학생 비하 단어) 드립 치면 신고함” 이라는 내용과 함께 원격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교사의 사진이 올라오면서 교권을 침해하는 사례라며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낳았다. 현재 게시자는 정책위반 사유로 계정 중지 상태에 처했지만 일각에서는 교권 침해 및 개인정보노출 문제에 비해 처벌이 미약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나아가 동네 사람이라는 이유로 막무가내로 흥정을 요구하거나, 무료 나눔으로 받은 제품을 다시 되파는 수법을 취하는 등 비매너적인 태도는 다른 이용자들로 하여금 서비스를 신뢰하지 못하게 만든다. 당근마켓 내에서는 일명 ‘당근거지’라고 터무니없는 가격을 요구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용어가 등장했다. 중고거래 서비스인만큼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의 가격 조율 자체가 문제되는 것은 아니지만 “같은 동네에 사니까”라는 말과 함께 일명 구매자 갑질을 행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당근마켓을 애용하는 A씨(28세)는 “판매 전에 구매자와 네고(가격 협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무조건 값싼 가격에만 구매하려고 접근하는 태도를 보면 동네 사람이라는 이유로 친절하게 대해주고 싶은 마음이 실망감으로 바뀐다”고 전했다.

지난 11월 당근마켓은 △사기행위 △사람, 생명 등 불법거래 행위 △음란성 채팅 및 게시물 △욕설 및 타인 모욕 △차별 발언 등 불법 게시물에 대한 강력한 이용 제재 조치 사항이 포함된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는 등 건강하고 안전한 온라인 커뮤니티 공간으로 거듭나기 위한 시행착오를 거치고 있다.

 

더욱 치열해질 시장에서 취해야 하는 태도는?

국내에서는 당근마켓과 네이버 ‘이웃톡’ 서비스가 서로를 견제하고 있는 상황을 두고 스타트업과 대기업의 골목 싸움이라고 부르는 등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당근마켓 관계자는 “네이버 카페 ‘이웃톡’이 당근마켓의 동네생활과 비슷하다는 의견이 있다”고 말했고, 네이버 측은 “네이버 ‘맘카페’가 지역 기반 플랫폼 역할을 해왔고, 스마트 플레이스 등 지역을 타깃으로 한 서비스를 계속 선보여왔다”고 말하며 이웃 서비스에 지속적인 관심이 있었음을 강조했다.

이 둘 모두 지역 소상공인과의 연결에도 힘쓸 예정이라고 밝혔기에 소상공인과 온라인 서비스의 만남은 더욱 불붙을 전망이다. 당근마켓에서는 이용자가 자주 찾는 가게를 ‘단골’로 등록하면 가게 주인이 ‘비즈 프로필’에 올리는 정보를 받아볼 수 있고 실시간 소통도 가능하다. 네이버도 지난해 4분기 동안 ‘스마트스토어’에 입점한 소상공인 거래액이 전년 동기 대비 76% 증가하는 등 동네 소상공인과의 접점을 늘려가고 있다.

동네 기반 서비스는 거주 지역을 중심으로 동네끼리 모인다는 점에서 폐쇄성을 띠면서도, 이웃과의 연결을 통해서 가치를 창출하고자 하는 공통의 목표로 연결된 플랫폼이기에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공간이다. 모두에게나 혼란스럽고 힘든 팬데믹 상황에서 급부상한 동네 서비스인 만큼 디지털 시대의 ‘품앗이’ 역할을 하면서 따뜻한 온기를 전해줄 수 있도록 소비자와 플랫폼 모두 올바른 문화를 구축하고자 하는 책임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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