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배구 국가대표팀의 도쿄 올림픽 명과 암, 포스트 김연경 시대의 준비
여자배구 국가대표팀의 도쿄 올림픽 명과 암, 포스트 김연경 시대의 준비
  • 박주광 기자
  • 승인 2021.07.16 14: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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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2022 여자배구 신인 선수 지명률 33%.... 역대 2번째 최저기록
김희진, 김수지 두 베테랑의 합류
엘리트 체육과 생활체육

출처 = 국제배구연맹(FIVB)
출처 = 국제배구연맹(FIVB)

[한국연예스포츠신문] 박주광 기자 = 한국 여자배구는 지난 1976년 캐나다 몬트리올올림픽 동메달에 이어 45년 만에 메달에 도전한다. 지난 5월19일 2021 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 출전에 앞서 김연경은 "이번 올림픽은 내가 선수로서 나서는 마지막 대회가 될 것"이라며 2006년 세계여자선수권대회를 시작으로 15년간 여자대표팀을 이끈 김연경(상하이)의 시대가 마무리되고 있다. 도쿄 올림픽은 한국 배구에 ‘포스트 김연경’ 이후의 해답을 찾을 수 있는 무대가 될 수 있을지 그 이면을 살펴본다.

 

2021-2022 여자배구 신인 선수 지명률 33%.... 역대 2번째 최저기록

출처 = 한국배구연맹(KOVO)
출처 = 한국배구연맹(KOVO)

한국배구연맹은 지난 2020-2021시즌 여자 신인선수 드래프트를 비대면으로 실시했다. 15개 학교에서 39명의 졸업 예정자가 신청한 해당 드래프트에서는 단 13명(수련선수 2명 포함)만이 프로의 부름을 받았다. 불과 33.3%의 취업률이다. 최근 드래프트 중 최악의 결과다.

2021-2022 프로 지명률인 33%는 2017-2018 시즌 40%에 이은 두 번째이며, 선수 수 기준으로는 2009-2010 시즌 10명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저조한 수치다. 당시에는 프로 지명 신청자 수가 20명으로 지명률은 50%로 기록했다. ‘프로 진출’이라는 희망을 품고 배구계에 전진하는 인구가 갈수록 줄어드는 현실이다.

 

열악한 환경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등 해외 유명 축구단은 대부분 유소년 클럽을 운영한다. 터키 여자배구리그 구단도 유소년 클럽이 있다. 이 클럽의 성적과 성장은 팀의 승점 포인트에 영향을 준다. 반면 국내 리그는 2군조차 없는 상황이다. 다른 국가 리그와 비교해 국내 선수층이 얇은 점은 사실이다. 

2군 리그 창설이 어려운 이유는 ‘돈’ 때문이다. 2군 리그를 만들려면 ‘인건비’와 ‘관리비’ 명목의 비용이 들어간다. 2군 코칭스태프 선임과 선수 추가 등록, 훈련장 증설 및 관리 등의 비용이 이에 해당한다. 한국배구연맹(KOVO)에 따르면, 프로배구 여자팀은 연간 40~50억의 운영비가 들어간다고 한다. 최저 연봉 선수라 해도 선수당 연봉 수천만원에 더해 숙소비와 식비 등 매년 1억원 가까운 돈이 들어간다. 

좋은 선수를 발굴해 좋은 경기력을 유지해 여자 프로배구의 좋은 미래를 가져와야 하지만 이번 도쿄올림픽 최종 명단의 평균연령(31.4세)만 봐도 ‘육성’에는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現 실정이다.
 

대표팀 최종 명단 절반의 교체

출처 = 국제배구연맹(FIVB)
출처 = 국제배구연맹(FIVB)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배구대표팀은 지난 5일 도쿄올림픽에 나설 최종 엔트리 12인을 확정했다. 레프트에 주장 김연경(상하이)을 비롯해 이소영(GS칼텍스), 표승주(IBK기업은행), 박정아(한국도로공사) 등 4명이 이름을 올렸고, 가장 중요한 포지션인 세터에는 염혜선(KGC인삼공사), 안혜진(GS칼텍스)이 승선의 영예를 안았다. 라이트는 김희진(IBK기업은행), 정지윤(현대건설), 센터는 양효진(현대건설), 박은진(KGC인삼공사), 김수지(IBK기업은행), 그리고 마지막 리베로는 오지영(GS칼텍스)이 자리를 차지했다.

2016리우올림픽 대표선수 명단과 비교하면 이효희(은퇴) 김해란(홍국생명) 황연주(현대건설) 배유나(한국도로공사) 남지연(은퇴) 등 절반이 교체됐다. 과연 여자배구대표팀은 45년 만에 메달에 도전할 수 있을까?
 

김희진-김수지 두 베테랑의 경험

출처 = 국제배구연맹(FIVB)
출처 = 국제배구연맹(FIVB)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은 김희진, 김수지 두 베테랑의 경험을 택했다. 둘은 VNL 직전 각각 왼쪽 무릎, 복근 부상으로 인해 대표팀과 동행하지 못했다. 라바리니 감독 부임 후 줄곧 붙박이 주전으로 뛴 그들이 결국 최종 선택을 받았다.

김희진은 아포짓 스파이커(라이트), 김수지는 미들 블로커(센터)다. 김희진은 소속팀에서 센터로 플레이할 때가 많지만 대표팀에선 주포로 활약했다. 지난 2019년 월드컵 당시 김연경(상하이), 이재영과 공격 삼각편대를 이루며 가능성을 보여줬다.

김수지는 양효진(현대건설)과 함께 주전으로 기용될 가능성이 높다. 경험이 풍부해 상대 공격을 읽고 188cm의 큰 키로 길목을 막는 리딩 블로킹(세트당 블로킹: 2019-2020시즌 0.620개, 2020-2021시즌 0.542개)에 강하다.

지난 올림픽에 비해 절반이 바뀐 대표팀 명단. 김희진, 김수지 두 베테랑의 합류로 높이와 서브, 공격력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이재영·이다영 쌍둥이 자매의 공백

V리그 여자부의 간판스타였던 두 선수는 2020-2021시즌이 진행 중이던 지난 2월 학교폭력 미투 사태에 휘말렸다. 과거 동창생들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이들이 중학교 재학 시절 수차례 폭력을 일삼았다고 폭로하며 사태가 커졌다. 결국 흥국생명은 이들에게 무기한 출전정지, 대한민국배구협회는 국가대표 영구 박탈 징계를 내렸다.

이재영은 크지 않은 신장에도 엄청난 탄력을 이용해 백어택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는 특급 레프트. 소속팀 홍국생명에서 2018~19시즌 정규리그, 챔피언결정전 MVP를 휩쓸며 V-리그 최고 공격수로 자리매김했고 2016 리우올림픽을 경험한 바 있다. 김연경의 뒤를 이를 국가대표 레프트가 누구냐는 질문에 단연 이재영의 이름이 가장 먼저 언급됐다.

이다영은 명세터 출신인 이도희 전 현대건설 감독 아래 착실히 수업을 받으며 국가대표 주전 세터로 성장했다. 세터치고는 큰 키와 빠른 스피드, 경기 흐름을 읽는 눈은 이다영만이 가진 장점으로 2019~2020시즌 세트 평균(11.36)을 기록하며 현대건설의 정규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흥국생명 이적 후에도 학교 폭력 이슈가 터지기 전까지 이다영은 세트당 평균 11.053개로 세트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이런 국가대표 주전 레프트와 세터를 책임졌던 이재영, 이다영 쌍둥이 자매의 이탈로 한국 여자배구대표팀은 올림픽 전 마지막 실전대회인 2021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를 3승12패(승점 10점)를 기록하며 16개 참가국 중 15위로 마감했다. 두 선수의 이탈이 크게 느껴지던 이번 대회였다.

 

엘리트 체육 그리고 생활체육

어떻게 보면 주전 의존도가 높은 대표팀 특성상 2021 발리볼네이션스리그의 결과는 당연한 수순이었을지도 모른다. 45년간 메달을 획득하지 못하고 15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제2의 김연경, 제3의 김연경이 등장하지 못한 것은 우리나라의 現엘리트 체육의 문제점이라고 볼 수 있다.

엘리트 체육은 재능이 있는 소수 정예를 차출하여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과정에서 전문적인 체육 지도자에게 집중적이고 체계적인 교육을 받도록 하는 체육을 의미한다.한국의 엘리트 체육의 가장 큰 문제는 성적 지상주의와 선수의 교육과정에서 운동 이외의 다른 교과과정을 제대로 교육받을 수 있는 환경이 제대로 조성되어 있지 않다.

어려서부터 1등, 금메달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성적 지상주의에 익숙한 선수와 지도자. 더불어 엘리트 체육 선수 육성 과정은 국어·영어·수학과 같은 기초적인 과목의 학습을 등한시하고 합숙이나 전지훈련, 시합 참여 등을 이유로 최소의 수업만을 참석하고 공부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지 않는다. 이러한 이유로 인하여 체육특기생들은 학습능력이 떨어지고 학력부족에 시달린다. 
 

사진 = 이준우 선수의 조선이공대 시절
사진 = 선수의 조선이공대 시절

현역 축구선수로 활동하고 있는 이재권(24ㆍ가명) 선수는 선수들은 대게 “새벽 5시 반에 기상해 6시부터 7시반까지 새벽 운동을 시작으로 아침을 먹고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오전 운동 그리고 다시 14시 반부터 17시반까지 오후 운동으로 이루어지는 하루에 총 3번 훈련이 이루어진다고 전했다” 실질적으로 하루에 학교에서 공부하는 시간은 2시간 남짓해 공부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제공되지 않는다고 아쉬워했다.

2015년에 발행된 교육과정평가연구의 연구에 따르면 학교엘리트체육과 관련한 정부의 정책은 크게 ‘공부하는 학생선수 육성’, ‘학생선수 인권보호’, ‘학교 운동부 운영의 투명화’의 3가지 방향으로 시행되고 있다. 첫째, ‘공부하는 학생선수상 정립’의 목표로 학생선수 학습권 보장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 2009년~2010년까지 ‘최저학력제’라는 명칭으로 학생선수의 학습권 보장을 위한 제도적 프로그램을 정책화하였고, 2011년부터는 ‘학생선수 학습권 보장제’라는 명칭으로 현장에 적용·시행되고 있다. ‘학생선수 학습권 보장제’란 학생선수 학력저하 및 학습권 침해에 대해 사회적 우려가 심화되고 이에 따라 학생선수의 학습권을 보장하고 공부하는 학생선수상을 정립하기 위한 정책이다.”

“최저 학력 미달 학생의 경우 대회 출전이 제한되고, 학생선수 학력증진 프로그램의 참여 및 이수가 의무화되는 등 정책으로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과 더불어 학생선수들의 학업 성적 향상이라는 결과적 측면까지 고려한 프로그램이라 평가할 수 있다. 2014년에는 e-school 시스템 구축 및 컨텐츠 개발 연구가 시행되어 운동에 소질이 있는 학생들이 시간과 장소에 상관없이 언제, 어디서나 학습역량을 기르는 기반을 마련해 주고자 노력하였다. 또한 2013년 학교체육진흥법 제11조 제1항~제3항에 따라 ‘학생선수 학력보장제’는 프로그램 운영에 있어 법적 근거에 의해 보장받게 되었다.”

이처럼 최근 몇 년 사이에 교육과정이 개정되며 체육특기생들의 문제들을 완화시킬 수 있는 교육과정이 새로 신설되었으나 현실적인 측면에서는 학습권 보장제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과 현실적이지 못한 부분에 대해 낮은 평가를 부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등학교 미달률의 증가나 36%가 넘는 중학교의 최저학력 기준 미달률(교육부, 2015)로 보았을 때 이 정책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근본적인 분석과 재평가가 필요하며 현장 교사들의 이야기에 더욱 관심을 갖고 운동 외의 다른 기술 혹은 능력을 갖출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

 

스포츠 선진국 생활체육의 사례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여자 유도 금메달을 획득한 아르헨티나의 파울라 파레토는 내과 의사, 여자 포환던지기 금메달을 딴 미국의 미셸 카터는 메이크업 아티스트, 남자 400m 허들 금메달을 딴 미국의 캐런 클레멘트는 사진작가 겸 모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올림픽 출전 선수들의 직업은 모두 운동선수다.

스포츠 선진국에서는 생활(직업)에 충실하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운동에 전념해 국내 및 국제 대회에 출전하는 선수가 특이한 경우가 아닌데 반해 한국에서는 이러한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스포츠 선진국에서는 생활체육을 대표하는 스포츠클럽이 활성화돼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일본이 최근 거둔 국제대회 성적은 엘리트 체육과 생활체육이 함께 이뤄 낸 결실이다. 생활체육과 엘리트 체육의 개별 업적이 아니라 상호 결합, 즉 함께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됐다. 일본은 1964년 도쿄 올림픽 이후 급속한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국민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생활체육뿐 아니라 장애인과 노인 등을 대상으로 하는 스포츠 복지가 보편화됐다. 그 후 2010년 스포츠 입국 전략을 세우고 2011년 스포츠 기본법을 공포해 연령, 성별, 장애와 관계없이 모든 국민이 스포츠에 참가할 수 있는 생활체육 진흥 정책을 추진했다. 이러한 생활체육의 저변이 2020년 도쿄 올림픽 유치를 계기로 본격적인 엘리트 체육 육성 시스템과 결합하면서 엄청난 시너지를 만들고 있다.

야구를 예로 들면, 한국의 고교 야구팀이 50개인 데 반해 일본은 4000개가 넘는다. 일본은 스포츠를 생활체육으로 즐기는 나라다. 일본은 모든 국민이 어릴 때부터 자신이 좋아하는 종목을 선택해 범국민적으로 스포츠에 참여하고 있다. 올림픽이나 국제대회 성적은 한국과 일본이 비슷하다고 하나, 스포츠의 저변을 보면 엄청난 차이가 난다.

 

포스트 김연경 시대의 준비

세계랭킹 14위인 한국 여자배구는 25일 브라질(3위), 27일 케냐(24위), 29일 도미니카공화국(6위), 31일 일본(5위), 8월 2일 세르비아(13위)와 A조 예선을 벌인다. 해외 언론은 냉정하게 한국 여자배구를 '메달 후보'로 뽑지 않는다. 이번 도쿄올림픽의 성적도 중요하지만 포스트 김연경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숙명의 라이벌 일본은 생활체육 저변을 바탕으로 세미프로 형식의 리그까지 탄탄한 선수 수급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이것이 일본 배구를 지탱하고 있는 원동력이다.수많은 학생들이 유니폼과 배구공을 소유하고 있다. 해마다 능력 있는 신인들이 즐비하다. 지난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참가자 39명 가운데 13명만 유니폼을 입은 한국과는 분명 대조적이다. 탄탄한 생활체육의 기반은 일본이 지속해서 국제무대에서 경쟁력 있는 배구를 할 수 있는 비결이다.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한국배구연맹도 실행의지를 갖고 장기적이고 체계적이며 일관성 있는 저변 확대 정책을 통해 제2의 김연경, 제3의 김연경이 나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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