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미국, EU, 한국 등 각국에서 플랫폼 반독점 규제 법안 속속 제정 중
[한국연예스포츠신문] 조은교 기자 = 최근 쿠팡 아이템 위너와 자사 상품 몰아주기, 구글 인앱결제, 카카오택시 이용 수수료 인상 등 플랫폼 기업의 횡포라고 일컬어지는 사건들이 일어나면서 반독점 규제를 위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비단 우리나라만의 일이 아니다. 혁신과 독점·불공정의 두 얼굴을 가진 플랫폼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규제가 필요하다는 공감대는 세계적 추세로 떠오르는 중이다.
플랫폼 기업이 바꾼 독점의 정의
우선, 플랫폼 기업이란 무엇일까? EU 산하 연구기관인 유럽재단(Eurofound)은 플랫폼을 ‘알고리즘 방식으로 거래를 조율하는 디지털 네트워크’라고 말했다. 간단히 말하면, 플랫폼은 연결을 주된 활동으로 하는 ‘사업’이다. 네트워크를 이용해 사업자·노동자와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중개업자라고 말할 수 있겠다.
기존 경제학에서는 한 생산자만 특정 제품을 생산해, 가격 설정권을 생산자가 갖게 됨으로써 소비자 후생이 악화되는 경우를 독점이라 규정한다. 보통 독점은 시장이 ‘실패’했을 때 생기는 것으로 인식되었고, 일반적으로 생산자의 일방적 가격 설정 때문에 소비자가 피해를 입는 폐해가 있었다. 하지만 새로운 플랫폼 기업들은 이런 기준에 맞지 않는다. 예를 들어 미국의 아마존은 온라인 쇼핑 시장의 독점적 플레이어지만 오히려 소비자들에게 저렴한 상품을 공급하면서 소비자의 편익 증대에 기여한다. 전통 경제학의 관점에서 볼 때는 독점 기업이 아닌 것이다.
정부는 왜 이들을 규제하려 할까?
이들 기업이 대부분 새로운 형태여서 규제가 적용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기존 독점의 정의와 맞지 않는 부분도 컸다. 법에서는 시장 점유율을 기준으로 하고, 가격 인상 위주로 규제해 그동안은 제대로 제재가 이루어지지 못했다.
플랫폼 기업의 전략은 ‘승자 독식(Winner takes it all)’이라고 불린다. 초반에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서비스를 무료 혹은 저가에 제공하며 사람들이 모이게 하는 데 집중한다. 적자가 나도 네트워크 효과, 규모의 경제를 누릴 수 있을 때까지 감수한다. 기존 경쟁자, 후발 주자들과 경쟁에서 이기고 독점적인 사업자가 되어 소비자들이 플랫폼에 의존하게 되면, 서비스 가격을 올려 막대한 이익을 가져가는 식이다. 플랫폼 기업은 자선사업가가 아니기에, 초반에 투자한 자금을 회수하려 하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다.
기업이 자신의 이윤을 위해 움직이면서, 우리가 누리는 편리함 뒤에는 여러 문제들이 빚어지고 있다.
① 플랫폼 노동자의 근로 환경과 안전 문제
가장 먼저 플랫폼 노동자와 관련한 문제를 짚어보자. 코로나 19로 인해 비대면이 일상화되면서 배달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배달 대행 업체 바로고에 따르면 지난 7월 배달 대행 건수가 작년 동기 대비 60% 증가해 1800만건을 돌파했을 정도다. 이에 따라 플랫폼 노동자도 늘어나는 추세다. 배민라이더스나 쿠팡맨처럼 플랫폼이 직고용하는 형태도 있지만 대부분은 특수 고용 노동자 형태로 일한다. 이들은 1인 개인 사업자로 분류되어 개인이 ‘사장님’이 되는 형태다. 자영업자도 노동자도 아닌 형태라 사각지대에 놓이는 경우가 많다. 지난 3월에 나온 <월간 노동법률>의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보호 동향’을 보면 이들 중 3%만 산재보험에 가입했다. 배달기사(라이더)의 경우는 본인이 다치는 것을 제외한 대인배상과 대물보상 용도의 보험료가 20대 6~7백만원, 30대 3백만원(1년 기준) 정도 비싸다. 때문에 감당하기 어려워 개인적으로 보험을 들기도 어렵다. 게다가, 공정위에 따르면 플랫폼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이들을 상대로 판촉비용(할인 프로모션 등)을 전가하는 사례도 있었다.
또한, 길거리에서 횡단보도, 인도를 달리거나 위험천만하게 주행하는 배달 오토바이를 자주 볼 수 있다. 플랫폼 노동자는 대부분 건당 수수료 형식으로 수익을 얻는다. 그래서 더 많은 콜을 더 빠른 시간 안에 해결해야 한다는 압박에 놓여 있다. 실제로 오토바이 사고가 점점 늘고 있다.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AS)에 따르면 이륜차 가해 사고 건수는 2018년 17,611건에서 지난해 21,258건으로 20%가량 증가했다. 같은 기간 부상자 수는 21,621명에서 27,348명으로 26% 늘었다. 이륜차가 피해를 입은 교통사고 건도 최근 3년간 증가 추세다. 2018년 사고 건수는 22,384건에서 2020년 26,315건으로 17% 증가했다. 이륜차 운전자가 피해자인 사고의 부상자 수도 24,820명에서 29,519명으로 19% 늘었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서울∙수도권에서는 배달료가 매초 바뀌어 라이더들이 비트코인처럼 치고 빠져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② 도 넘은 사업 확장
도 넘은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숙박업소 예약 플랫폼인 야놀자는 예약 중개 뿐 아니라 모텔 프랜차이즈, 건축, 객실관리 시스템, 숙박용 비품 납품 등 숙박과 관련된 거의 모든 사업에 발을 들이고 있다. 22일 MBC ‘스트레이트’의 보도에 따르면 야놀자는 모텔 브랜드 6개를 보유했으며, 전국에 237개의 프랜차이즈 모텔을 운영하고 있다. 야놀자 C&D라는 건설 자회사를 통해 모텔 리모델링 사업도 하고 있으며, 객실 관리 시스템 회사를 인수해 전국의 숙박업소 빅데이터를 손에 넣었다. 이에 일반 모텔 업주들은 야놀자가 프랜차이즈 모텔들을 밀어주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야놀자는 수집한 데이터를 통해 어느 지역에, 어떤 연령대가, 어떤 형태의 숙박을 선호하는 지 확인할 수 있는데, 시장 조사를 위해 발품을 팔아야 하는 일반 업주들과 불공정한 경쟁이 된다. 또한 숙박업소 업주들은 “모든 정보를 다 갖고 있는 야놀자가 이런 식으로 시장 정보를 파악해 유리한 곳에 직영 모텔을 세운다”고 말했다.
③ 불공정 행위
경쟁을 회피하고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한 약탈적 가격정책, 후발주자 싹 자르기 등과 같은 행위도 드러나고 있다.
''약탈적 가격'은 경쟁업체의 싹을 자르기 위해 손실을 감수하고 매우 낮은 가격에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여기에 아마존의 사례를 들 수 있다. 아마존이 유아용품 쇼핑몰을 운영하는 ‘쿼드시’라는 회사의 인수를 시도했지만 쿼드시 경영진은 거절했다. 이에 아마존은 '아마존 맘' 서비스를 런칭하고 아마존 프라임 멤버들에게 '3개월 간 무료 기저귀 증정' 등의 행사를 시작했다. 아마존의 가격 할인 공세를 버티지 못한 쿼드시는 2010년 아마존에 합병됐다. 이후 워싱턴 포스트에 따르면 미국 경쟁당국은 아마존 조사를 통해 "한 달에 2억달러의 손실을 감수하고 할인행사를 진행하라"는 아마존 내부 문건을 발견했다. 인수하는 방식으로 경쟁을 피하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는 것이 2012년 페이스북이 인스타그램을 인수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쿠팡의 '아이템 위너' 제도가 논란이 되었다. 최저가 등 유리한 조건을 제시한 입점 업체를 단독 노출시켜 매출을 몰아주고, 다른 판매자가 만든 상품 이미지까지 마음대로 쓸 수 있게 했다. 이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배상책임은 판매자가 모두 부담한다는 약관 조항도 있었는데 7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불공정 약관 판정을 받은 후에야 수정되었다.
이 외에도 일방적인 주문취소, 하자 있는 제품 배송에 대한 플랫폼의 책임 회피 등등 소비자 피해도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소비자원의 온라인 쇼핑 피해 사례 조사에 따르면 피해 사례는 2013년 4,939건에서 2018년 40,605건으로 늘어났다.
④ 이용 수수료 급등
처음에는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하다가 독점적인 위치를 확보했다고 생각되면 서비스 이용료를 올리는 경우도 빈번하다. 구글이 2015년 출시한 '구글 포토'는 사진 무제한 무료 저장을 내걸었지만 2020년부터 스토리지 요금을 부과하고 있다. 또한 구글은 오는 10월부터 앱 마켓에서 자사의 인앱 결제 시스템(구글플레이 결제시스템)을 반드시 쓰도록 의무화한다. 구글플레이 결제 시스템을 쓰면 거래 금액의 30%를 구글에 수수료로 내야 한다.
카카오택시의 ‘프로 멤버십’, 스마트 호출 수수료 인상 논란도 이러한 행위에 해당된다. 처음 출시되었을 때에는 모든 서비스가 무료였지만 순차적으로 서비스가 유료화되고 있다.
플랫폼 기업의 반독점을 위한 규제
위와 같은 부작용들이 발생하자 미국 바이든 정부는 전면적인 규제에 나섰다. 올해 6월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일명 GAFA) 등 플랫폼 기업을 규제하는 반독점 5개 법안 패키지가 미국 하원에서 초당적으로 발의돼,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미국 온라인 시장 선택과 혁신 법률’은 빅테크가 자사 상품을 우대하는 차별행위를 통제한다. ‘플랫폼 독점 종식 법안’은 플랫폼 운영 이외에 플랫폼을 통해 재화∙용역을 판매하는 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의사결정 권한을 약화하기 위해 지분 보유량을 제한한다. ‘서비스 전환 활성화를 통한 경쟁과 호환성 증진 법률’은 플랫폼 기업들이 개인 정보 보호와 보안 외의 목적으로 고객 데이터를 수집, 활용, 공유할 수 없게 한다. ‘플랫폼 경쟁과 기회 법률’은 거대 플랫폼에 의한 잠재적 경쟁자 인수합병을 견제해 혁신과 경쟁 제한을 막는다.
중국도 알리바바, 텐센트, 메이투안 등의 기업에 대해 반독점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플랫폼 경제 반독점 규제 지침’을 제정해 과징금, 경영진 소환 등으로 반독점 위반행위를 막고 있다. 알리바바는 자신의 플랫폼에 입점한 기업이 다른 플랫폼도 입점할 경우 높은 수수료를 받는 등 독점행위를 하다가, 올 4월에 3조 원의 반독점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또한 중국 정부는 플랫폼이 수집한 고객 정보를 공유하고, 관리하는 합자회사를 설립 중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 전자상거래법 개정안(구글갑질방지법)이 추진 중이다.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 법은 갑-을 관계 규제 관점에서 불공정거래행위를 금지하는 것이 골자다.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와 이용사업자 사이에 계약서 교부를 강제하고, 플랫폼 사업자의 금지행위를 규정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해 본회의 의결만을 남기고 있는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은 앱 마켓 사업자가 자신의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해 모바일 콘텐츠 제공 사업자에 특정한 결제방식을 강제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또한,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올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플랫폼 기업을 정조준하겠다고 선언했고, 대형 플랫폼 기업으로부터 법인세를 더 걷자는 논의도 나오고 있다.
신중한 규제 필요
플랫폼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온플법과 전상법 개정안을 두고 학계의 지적과 우려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전통적인 산업과는 다른 플랫폼 시장의 특수성을 고려해 일차원적인 규제는 피해 세심하게 접근해야 한다. ‘타다 금지법’의 경우 다양한 사업의 가능성을 열겠다고 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막상 카카오 모빌리티의 독점으로 귀결되었다. 이처럼 충분한 고민 없는 성급한 규제는 오히려 시장의 진보를 막을 수도 있다.
플랫폼의 편의성, 그 뒤에는…
사실 독점이 무조건적으로 나쁜 것만은 아니다. 현재 독점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플랫폼'이 일상의 많은 것들을 편리하게 만들어 주었다. 손가락만 까딱하면 거의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데 플랫폼 기업이 기여한 점은 인정해야 한다. 문제는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경쟁을 피하고 비열한 행위를 일삼기 때문에 발생한다. 플랫폼이 우리 모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킨 것은 아니다. 혹자는 플랫폼을 두고 ‘연결 혁신’이라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 플랫폼 기업의 그림자들을 보면 과연 ‘혁신’이라 부를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누군가의 희생과 침묵으로 이루어진 편리함을 누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플랫폼을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편리함 이면의 대가를 숙고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