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집에서 여행한다, '방구석 여행' 인기
나는 집에서 여행한다, '방구석 여행' 인기
  • 김창현 기자
  • 승인 2020.05.22 09: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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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연예스포츠신문] 김창현 기자 = 한 손에는 여권, 다른 한 손에는 캐리어. 작년 이맘때 여행을 떠났던 휴학생 A씨(23)의 모습이다. 하지만 올해는 사뭇 다르다. 여행을 떠날 거라던 A씨의 한 손에는 키보드, 다른 손에는 마우스가 쥐어져 있다. 집 안에서 '가상 여행'을 떠나기 위함이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의 확산으로 여행을 다니는 것이 어려워지며 '여행앓이'를 달래기 위한 색다른 방법들이 눈길을 끌고 있다. 그중에서도 대학생 A씨를 포함한 많은 여행자들이 선택한 것은 집 안에서 온라인으로 떠나는 '랜선 여행' 혹은 '방구석 여행'이다. 코로나19 사태 속 여행자들이 어떤 방식으로 '방구석 여행'을 즐기고 있는지 따라가 보았다.

 

코로나 19 그리고 여행업계의 현주소

코로나19의 확산으로 관광·여행 업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해외여행 고객이 끊기고,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며 국내 여행 수요도 급감했기 때문이다.

국내 업계에 따르면 올해 1월 말부터 5월 초까지 무려 283개의 중소 여행사가 폐업했다. 약 1만 개에 달하는 국내 여행사 중 절반 이상이 지원금 없이는 버티기 힘든 상태다. 관광 산업도 별반 다르지 않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관광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코로나19가 전국에 창궐한 3월, 관광 수입은 2011년 1월 이후 9년 만에 가장 적은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답답하기는 여행자들도 마찬가지다. 대학생 B씨(25)는 "여름방학 중에 미 서부 여행을 가기 위해 겨울부터 돈을 모았다"며 "코로나19 때문에 밖에 나가기도 어려운 상황이니 올해 여행은 물 건너갔다고 생각했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기존의 여행 상품을 판매하기도, 구매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새로운 여행 방법이 필요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여행지를 화면 속에 통째로 옮기다, VR 여행

올해 가려고 계획했던 이탈리아는 아니지만, A씨는 핀란드 헬싱키로 가상 여행을 떠나게 됐다. 핀란드의 도시를 가상 세계로 옮긴 '가상 헬싱키(Virtual Helsinki)' 프로젝트 덕분이다.

자료: 가상 헬싱키 화면 / Virtual Helsinki (Zoan)
출처 : 가상 헬싱키 화면 / Virtual Helsinki (Zoan)

'가상 헬싱키'는 핀란드가 가상현실(VR) 회사 조안(Zoan)과의 협업을 통해 2년 동안 준비한 프로젝트다. 정교한 3D 모델링으로 관광 명소를 재현해 360도로 생생하게 헬싱키의 이모저모를 볼 수 있다. 여행 방법도 어렵지 않다. 홈페이지(www.virtualhelsinki.fi)에 접속해 로그인을 하면 곧바로 가상 여행에 참여 가능하다.

이용자는 별도의 도구가 없어도 인터넷 연결만 되면 자신의 아바타를 선택해 헬싱키 이곳저곳을 돌아다닐 수 있다. 헬싱키의 가장 유명한 랜드마크인 원로원 광장과 헬싱키 대성당부터 시작해서 핀란드의 유명 디자이너 알바 알토(Alvar Aalto)의 집까지 방문해 볼 수 있다. 핀란드 사우나로 유명한 로나(Lonna) 섬도 방문 가능하다. 원래대로라면 사전 예약을 통해서만 볼 수 있는 곳들도 '가상 헬싱키'에서는 모두 열려 있다.

자료: 헬싱키 봄 전야제 / Business Insider
출처 : 헬싱키 봄 전야제 / Business Insider

지난달 30일에는 헬싱키의 가장 큰 봄 축제 전야제가 '가상 헬싱키'에서 열렸다. 핀란드 듀오 JVG가 광장 무대에서 라이브 공연을 하고, 15만 명이 넘는 아바타 관중들이 행사에 참여해 공연을 관람했다. A씨도 전야제에 참여했다. 그는 "집에서 즐기는 축제라는 것이 정말 묘했지만 한편으로는 신기한 경험이었다"며 "직접 가는 것이 훨씬 더 좋았겠지만, 아쉬운 대로 이렇게라도 볼 수 있어서 좋다"고 소감을 전했다. 축제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열린 셈이다.

가상현실 기술이 점점 발달하면서 VR 여행이 코로나19 시기의 여행 대안책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VR 시장의 경우 3월 이후 여행 콘텐츠 이용량이 급증했다. 통신사 SK텔레콤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점프 VR'은 3월 여행 콘텐츠 이용량이 1월 대비 41.7% 증가했다. '점프 VR'은 관광명소 및 전시회 관람뿐만 아니라 서핑, 열기구 타기 등 액티비티 체험 영상도 제공한다. 통신사 KT의 VR 서비스 '슈퍼 VR'의 경우 국내외 주요 여행지와 행사 하이라이트를 VR 영상으로 제공한다. '슈퍼 VR'에 따르면 '뉴욕 뉴욕 뉴욕,' '노르웨이의 오로라' 등 해외여행 관련 콘텐츠가 '3월 인기 콘텐츠' 차트 상위를 차지했다.

자료: 내셔널지오그래픽은 코끼리와 만나는 순간을 영상에 담았다. / Youtube 'NationalGeographic'
출처 : 내셔널지오그래픽은 코끼리와 만나는 순간을 360도로 영상에 담았다. / Youtube 'NationalGeographic'

영상 플랫폼 유튜브(Youtube)로도 가상 여행이 가능하다. 유튜브는 VR 기기 없이도 360도로 영상을 돌려 볼 수 있는 VR 서비스를 2016년도부터 제공해 왔다. 직접 운영하는 '가상현실' 채널은 구독자가 330만 명에 이른다.

VR 여행은 혼자서 여행하기를 즐기는 '혼행'족에게 인기가 많다. 여행 온 분위기도 내면서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기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다가오는 올 여름, 방 안에서 느긋하게 세계 구석구석을 누벼보는 것은 어떨까.

 

함께 나누는 즐거움, SNS 여행 챌린지

VR 여행이 '혼행'족들을 위한 해결책이라면, 많은 사람과 만나는 왁자지껄한 분위기의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솔루션도 있다. 바로 'SNS 여행 챌린지'다. 직접 여행지에 가는 것은 아니지만, SNS상에서 자신의 여행 경험을 나누는 캠페인에 참여하는 '추억 여행'의 개념이다.

자료: '서울 나우' 캠페인 / 서울관광재단 공식 블로그
출처 : '서울 나우' 캠페인 / 서울관광재단

일례로 서울관광재단은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TikTok)'과 함께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6일까지 '서울 나우(SEOUL NOW)' 캠페인을 진행했다. 서울의 다양한 풍경을 담은 랜선여행 캠페인 동영상은 게재된 지 일주일 만에 누적 조회수 1,700만을 돌파했다. 캠페인 참가자들은 창문 밖으로 보이는 서울의 풍경이나 갤러리에 저장된 사진 및 영상들을 틱톡에 공유하고 '너의 서울을 보여줘 #SEOULNOW' 해시태그를 붙여 서로의 추억과 풍경들을 나눴다. 캠페인 기간 동안 총 1,182개의 영상이 등록되며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모았다. 잠실 롯데월드타워의 낮과 밤을 촬영한 영상의 경우 87만 조회수를 넘기며 가장 많은 조회수를 기록했다. 사람들이 마음껏 돌아다니지 못하는 답답함을 틱톡에서나마 푼 셈이다.

해외여행지 배경 사진에 자신의 사진을 합성해서 여행을 간 것처럼 꾸미는 '방구석 해외여행 챌린지'도 SNS상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아쉬움을 사진으로 표출하며 대리만족하는 것이다.

자료: Give Us A Moment 캠페인 / 괌정부관광청 공식 블로그
출처 : Give Us A Moment 캠페인 / 괌정부관광청 공식 블로그

괌정부관광청은 이러한 챌린지를 도입한 'Give Us A Moment' 캠페인을 이달 24일까지 진행한다. 괌정부관광청 한국사무소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한 후 본인의 사진과 괌 배경 사진을 합성해 해시태그(#GUAM #GiveUsAMoment #StandbyGuam #집괌여행 #곧괌)와 함께 업로드하고 캠페인 안내 게시물에 참여 완료 댓글을 다는 형식이다. 배경사진은 본인이 직접 촬영한 괌 사진이나 괌정부관광청 공식 블로그에서 다운로드 받은 사진을 사용 가능하다. 

SNS 여행 챌린지는 수많은 사람들과 자신의 추억을 공유할 수 있다는 점과 참여가 어렵지 않다는 점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SNS를 활발히 사용하는 대학생 C씨(20)는 "물론 직접 여행을 가는 것과 SNS 챌린지에 참여하는 것은 애초에 비교 대상도 아니고, 많이 다르다는 것을 다들 잘 알 것"이라며 "그러나 코로나19 때문에 여행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에서 이렇게라도 스트레스를 풀고 싶었던 것 같다"고 챌린지 참여 이유를 밝혔다.

 

방구석 여행, 여행의 '뉴 노멀' 되나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여행에도 '뉴 노멀(New Normal: 시대 변화에 따라 새롭게 떠오르는 기준)'이 생길 것이라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주부 D씨(54)는 "이제 젊은 세대들은 여행을 어디로 가는 것보다 집에서 가상으로 가는 것이 당연한 시대가 올 수 있다"고 생각을 전했다. 대학생 C씨 또한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어도 돈이 안 들고 편리한 비대면 여행을 찾을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반면 방구석 여행이 기존의 여행을 대체할 수는 없다는 입장도 있다. 대학생 A씨는 "가상 여행이나 랜선 여행은 어디까지나 코로나19라는 특별한 상황 아래에서 선택한 차선책일 뿐"이라고 생각을 밝혔다. 직접 여행지에 가서 오감으로 느끼는 경험은 랜선 경험과는 비교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여행업계가 '랜선'에 의존하며 비대면 형태로 변화하고 있는 가운데, 포스트 코로나 시대 여행의 '뉴 노멀'은 무엇이 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본 기사는 페어플레이스 FIP한 기자단과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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