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받는 해외 문화재 환수,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나
주목받는 해외 문화재 환수,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나
  • 김다영 기자
  • 승인 2020.07.08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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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증, 구입, 대여... 문화재 따라 다양한 환수 방법
빠듯한 예산에 기업 후원과 민간 환수 활동 큰 도움
2020년, 정부와 지자체, 국회까지 문화재 환수 주목
고려 나전국화넝쿨무늬합 / 출처:문화재청
고려 나전국화넝쿨무늬합 / 출처: 문화재청

[한국연예스포츠신문] 김다영 기자 = 지난 2, 문화재청(청장 정재숙)은 고려시대 예술을 대표하는 나전칠기 유물인 고려 나전국화넝쿨무늬합(이하 '나전합')을 지난해 12월에 일본에서 들여와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언론에 공개했다. 이번 환수는 고려 나전칠기 생산국인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자합 형태의 '나전합'을 보유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 있다.

2006년 동경대 소장 조선왕조실록 환수와 함께 해외 소재 문화재가 주목받게 된 지 14년이 지났다. 점차 다양한 문화재의 환수 소식이 들려오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문화재 환수의 현주소는 어디일지 살펴봤다.

 

기증·구입·대여...반출경위에 따라 달라지는 환수 방법

일반적으로 국외에서 발견된 한국문화재 가운데 국외 불법부당 반출 사실이 확인되었거나, 문화재적 가치가 현저히 크다고 판단될 경우, 또는 그 밖의 기타 사유로 국내 반환의 필요성이 있는 경우에 해당 문화재의 반환을 추진한다. 이 경우 문화재 반환의 주체에 따라 정부 차원의 협상과 민간 차원의 협상 등으로 구분된다.

반환 방식은 '기증', '구입', '인도', '대여', '법적 강제' 등 유물의 법적 성격과 반환의 형태에 따라 각기 다른 방식을 취해 반환 업무가 진행된다. 이 중 국외소재 문화재의 반출 경위에 불법부당성이 없는지 확인하는 작업이 가장 중요한데, 그 여부에 따라 협상의 형태와 반환 방식이 현저히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적법·합법적으로 반출된 문화재는 경매에 출품되거나 고미술상 또는 개인 등의 소장 현황을 조사하여 매입을 추진하며, 매입한 문화재는 국내에서 조사, 연구, 전시 등에 활용된다.

문화재청, 국외소재문화재재단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전체 문화재 반환의 97%를 차지하는 정부 주도 반환은 문화재청 산하 특수법인인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담당한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해외 문화재를 발굴 및 환수하는 전문 기관으로 2012년 관련법 시행과 함께 문화재청 산하에 설립됐다. 재단은 불법·부당하게 국외로 유출된 것이 분명하게 확인된 문화재는 환수를 추진하고, 문화교류 및 정당한 거래의 방식으로 적법·합법적으로 반출된 문화재는 현지에서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사업을 실시한다.

 
2020년 국외소재문화재 현황통계 / 출처:국외소재문화재재단
2020년 국외소재문화재 현황통계 / 출처: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재단에 따르면 2020년 4월 1일을 기준으로 해외에 있는 우리 문화재는 전 세계 21개국 193,163점으로 나타났다. 그 중 8만 1889점이 일본에 있으며 이는 전체 국외문화재의 42.2%에 해당한다. 미국 5만 3414점(27.52%), 중국 1만 2984점(6.72%), 독일 1만 2113점(6.27%), 영국 7637점(3.96%), 프랑스 5684점(2.94%)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빠듯한 예산에 기업 후원, 민간 환수 활동 큰 도움

올해 국외문화재 환수 및 활용에 책정된 문화재청 예산은 57억여 원이다. 문화예술계의 지속적인 압박으로 50억 원 대의 예산이 책정되고 있으나 세계 시장 시세에 비하면 넉넉하지 않고, 문화재 환수 관련 제반 업무를 원만히 수행하기엔 부족한 금액이다. 부족한 환수 재원은 민간 기업의 기부금으로 충당하거나, 불교 문화재 환수 경우 사찰 예산을 요청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후원기업은 인기 온라인게임 '리그오브레전드'의 개발·유통사인 라이엇게임즈다. 라이엇게임즈는 지난 2012년부터 매년 문화재청과 후원 약정을 통해 '한국 문화유산 보호 및 지원'을 위한 다각적인 사회공헌활동을 해왔으며 특히 문화재 환수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라이엇게임즈 관계자는 "우리 말고 정부에서도 국외 문화재를 환수하기 위해 배정한 예산이 있는데, 아무리 중요한 유물이 나오더라도 긴급한 경매에 이를 사용하기 쉽지 않다."라며 "어떤 문화재는 하루 이틀 전에 확인되기도 하는데, 절차대로 지원금을 받으면 이미 늦는다. 그럴 때 재단 측이 얘기하는 게 바로 우리다. 아무래도 우리는 민간 기금이다 보니 그런 측면에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현재까지 라이엇게임즈는 <석가삼존도>, <효명세자빈책봉죽책>,<척암선생문집 책판>, <백자이동궁명사각호>, <중화궁인>. 총 5점의 문화재 환수를 지원했으며, 올해 문화재청에 8억원 규모의 기부금을 추가 전달해 누적 기부금이 60억원을 넘어서게 됐다.

의식 있는 민간의 활동도 문화재 환수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올 해 5월, 보물331호인 삼국시대 '청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과 매우 흡사한 고려시대 초기 작품인 '청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이 한국 민간인에 의해 일본에서 국내로 환수됐다. 지난 5월 25일, 경남 통영시에 위치한 보물섬컬렉션 대표 이상길(59)씨는 "잃어버렸던 우리의 소중한 국보 문화재를 되찾았다"며 실물과 환수경위, 감정 결과 등을 공개했다.

청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 / 출처:보물섬컬렉션
청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 / 출처: 보물섬컬렉션

이 대표는 지난해 일본 오사카 천왕사 인근 고마야 골동상에서 우연히 발견한 '청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을 보고 끈질긴 설득 끝에 수십억원대의 중국 북송시대 도자기 등 황실유물 40점과 맞바꾸어 국내로 귀환시킨 사연들도 공개했다. 또한 지난 2019년 8월 20일 일본 고마야 미술상이 작성한 반가상 출처 친필 확인서도 공개했다. 이 대표는 "우리 정신문화의 원형인 문화유산을 되찾은 순간의 감동과 고려 청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을 품에 안고 귀국한 그날의 설렘을 결코 잊지 못한다"며 "민족의 자존심마저 잃어버린 어둡고 암울했던 일제시절에 일본이 약탈해간 우리나라 불교문화유산인 고려 청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을 고마야 골동품점에서 발견하는 그 순간, 숨 막히고 가슴 떨리던 감동을 잊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좌) 마크 테토 / 출처:스피커, (우) 고려시대금동불감 / 출처:문화재청
(좌) 마크 테토 / 출처:스피커, (우) 고려시대금동불감 / 출처: 문화재청

2018년에는 사업가이자 방송인인 마크 테토(40)와 그가 속한 젋은친구들(YFM)이라는 문화 후원 친목회에서 일본에 반출됐던 고려 시대 유물을 구입해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한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환수된 문화재는 금동불감과 관음보살상으로, 당시 배기동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올해는 고려 건국 1100주년이 되는 해로 (기증받은) 불감이 기념사업을 시작하는 상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번 불감은) 고려 후반에 만들어져 종합적인 미술 요소를 갖춘 희귀한 문화유산일 뿐만 아니라 유산을 일본에서 환수한 과정 자체도 굉장히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정부와 지자체, 국회까지 국외문화재 환수 주목

지난 3월 문화재청은 4대 전략 목표와 15개 과제를 중심으로 한 문화재청 2020년도 주요업무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국외문화재 환수 관련 사항은 15개 과제 중 하나로 포함됐다. 국외문화재 전략적 환수와 활용을 위해 국외문화재 환수방식을 다각화하고, 중장기 환수전략을 마련하는 한편, 환수대상 조사수량 중심에서 조사품질 제고를 위한 방식으로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지자체들도 앞다퉈 문화재 환수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문화재 환수 관련 조례를 제정하고 환수 활동을 하고 있는 광역단체는 서울·부산·충남 등 6곳이고, 기초단체는 부여군 1곳이다. 충남도의 경우 2년 임기의 국외소재 문화재 실태조사단을 위촉해 지속적으로 문화재 환수 활동을 하고 있다. 충북도 역시 지난 3월 충북도의회에서 '충북도 국외소재문화재 보호 및 환수활동 지원 조례안'이 통과되며 충북에서도 해외로 반출된 문화재 환수 활동을 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국회문화유산회복포럼 발족식 / 출처:더불어민주당 이원욱 의원실
국회문화유산회복포럼 발족식 / 출처: 더불어민주당 이원욱 의원실

제21대 국회에서도 국외 소재 문화재에 관심을 갖는 모습이다. 지난 6월 29일 '국회문화유산회복포럼'이 국회에서 발족식을 갖고 출범했다. 이 포럼은 문화유산 회복과 문화자산 가치 발굴을 위한 제21대 국회의원연구단체로 향후 시대 변화를 선도할 문화재보호법 등 관련 법과 제도의 개정 준비, 국보급 문화유산 환수를 위한 로드맵 마련과 유네스코 세계유산 모니터링 및 개선 방안 마련 등을 중점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박범계 대표의원은 "문화유산의 회복은 민족의 고유성과 자존심을 회복하는 일로 현재의 문화유산 법령은 시대 흐름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의 경향에도 어긋나는 부분들이 있어 이를 개선하겠다"고 강조하며"백제금동관음보살입상과 같은 우수한 국보급 문화유산들이 환수되는 것은 우리의 중대한 과제이자 주요사안이다. 아울러 일본 군함도와 같이 역사왜곡에 세계문화유산이 악용되는 사례 역시 점검하고 바로 잡겠다"고 밝혔다.

 

 

여전히 어려운 숙제, 문화재 환수

최근 '나전합' 환수부터 환수 관련 국회 포럼의 출범까지 문화재 환수가 주목을 받는 가운데,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는 산적해 있다. 문화재청은 과거 문화재 환수 과정에서 여러 차례 비판을 받아왔다. 2015년에는 대대적으로 환수 소식을 알리며 미국에서 들여온 덕종 어보가 당시 발표 내용보다 500년 정도 후에 제작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있었고, 2017년에는 미국 경매서 민간인이 낙찰받은 '문정왕후 어보' 환수 과정에서 일어난 갈등이 알려진 바 있다.

덕종 어보 / 출처:문화재청
덕종 어보 / 출처: 문화재청

'덕종 어보'의 경우 제작 시기의 차이는 있어도 조선왕실에서 공식적으로 제작하고 종묘에 봉안한 진품으로 밝혀졌으나, 환수 과정에서 이 같은 내용이 확인되지 못한 점은 환수 과정의 큰 오점으로 남았다'문정왕후 어보'건에 대해서는 문화재청 측이 "민간인이 구입하였다 하더라도 어보 자체가 도난문화재였고 당초 국가소유의 문화재이기 때문에 현행법에 따라 다시 돌려주거나 구입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어보 이외의 문화재의 경우 문화재의 음성적 거래를 부추기고 민간의 환수 의지를 저해할 수 있다는 당시 비판은 유효해보인다.

한편,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적법한 방법으로 반출된 유물에 대해서는 현지 활용을 강조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국외 소재 문화재의 현지활용을 통해 문화재가 하나의 문화대사 또는 문화외교관 역할을 해줄 것이라는 기대는피상적인 희망사항에 지나지 않으며, 반출국의 연구진들이 관리하는 형태에서 온전한 연구 및 소개, 홍보가 이루어질 수 있는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국회 역시 법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지난 2018년 국립중앙박물관의 기획전시를 위해 필요했던 '한시적 압류 면제법'을 통과시키지 못한 바 있다. 입법과정 중 법무부의 반대에 의한 것이었다. 당시 전시를 위해 국내로 들여오고자 했던 문화재 중 프랑스에 소재한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본 '직지심체요절'이었기에 아쉬움이 더욱 컸다. 문화계에서는 정부가 압류 면제법 제정에 반대한 일이 세계적 추세와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국내기업의 관심이 적은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한국조폐공사, 서울옥션, 스타벅스코리아 등이 국외소재문화재재단과 후원약정을 맺고 기부한 바 있지만, 문화재 환수 관련 기금을 운영하는 기업은 외국계 기업인 라이엇게임즈가 유일하다.

문화재 환수의 가장 큰 어려움은 환수가 성공할 때까지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건의 환수를 성공시키기 위해 대인적 설득과정, 예산, 관련법규, 해외공조 등의 장벽을 넘어야만 한다. 문화재 환수를 장기적인 사업이자 운동으로 성공시키고자 한다면 국민감정에 호소해 일시적인 주목을 받으려는 움직임은 자제하고 법과 제도의 개선, 관련 예산의 확충, 정부와 민간 부문의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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