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진 콘텐츠, 미화인가? 문화인가?
일진 콘텐츠, 미화인가? 문화인가?
  • 강다솜 기자
  • 승인 2020.11.23 10: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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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진 콘텐츠로 학교 폭력 정당화와 미화 우려까지

"폭력 조장이다" VS. "콘텐츠 소재일 뿐"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한국연예스포츠신문] 강다솜 기자 = 학원물의 필수요소로 등장하는 담배피고 술은 마시지만 잘생기고 착한 '일진' 캐릭터, 그대로 소비되어도 괜찮은 걸까.

 

'일진'이라는 단어는 일본 만화에 등장하는 교내 폭력 서클의 이름에서 시작되었다는 설이 가장 설득력있는 주장이다. 학교나 학년 내에서 싸움을 잘하거나 잘 노는 것으로 유명한 아이들이 모인 폭력 단체를 일진회라고 칭한 것에서 유래했다. 간단하게 정리하면 교내 폭력 서클의 멤버, 학교 폭력 가해자라는 의미이다.

이들은 폭력의 우열을 나눠 서열을 정하며 1988년 일본의 한 만화에서 처음 '일진'이라는 단어가 사용되었다. 이후에 1994년 이후에 한국에 유입되어 사용되기 시작했다. 조직적으로 학교 폭력을 행사하는 조직은 고등학교에만 존재하였으나 점차 연령이 낮아지면서 중학교와 초등학교에도 '일진'이라 불리는 이들이 등장했다. 이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특별한 이름과 신고식 등이 사라진채 실체를 파악하기 어려운 형태로 변화했으며 각종 청소년 범죄의 온상으로 자리하고 있다. 실제로 2012년 관련된 기사에 따르면 학교폭력 실태조사에서 '일진'이 대부분의 학교에 존재하며 일반 학생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밝혀지기도 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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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폭력 미화 관련 논란

학교 폭력과 직접적으로 관련있는 '일진'들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대중에게 얼굴이 알려진 유명인들의 학교 폭력과 관련된 과거와 관련된 폭로전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일진이나 학교 폭력과 관련된 논란은 '과거 학교 폭력에 가담했다' 등의 과거 행실에 대한 의혹 뿐만 아니라 드라마, 영화, 웹툰, 게임 등의 매체에서 학교 폭력을 소비하며 미화한다는 논란까지 확산되었다.

드라마와 영화와 견줄만한 매체로 자리잡은 웹툰에서 학교 폭력과 일진을 미화한다는 논란은 끊임이 없다.  연령제한이 영상매체보다 자유로워 초등학생들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웹툰에서 일진을 일반 학생들보다 우위에 있는 자로 묘사하거나 일진이라 불리는 무리 중에도 선과 악을 나눠 합리화하는 등의 내용이 담겨 우상화 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교보문고 유튜브 채널에서 [일진 없이는 웹툰 학원물 못 그리나요?]라는 관련 영상에 이러한 현상을 비판하는 댓글들이 800여개 달렸다. 웹툰이 부도덕적인 행위를 미화하고 있다는 의견에 공감하는 이들이 많음을 확인 할 수 있다. 이들은 "성추행과 성폭행 등의 학교 폭력이 만화에 너무 많이 이용돼 피해자에게 트라우마를 불러 일으킬 수 있어 불쾌하다", "혐오를 전시하는 행위를 표현의 자유라고 하기에는 콘텐츠가 유해하고 작가의 역량이 부족해 표현을 제대로 못하는 것을 합리화하는 것이다" 등의 의견을 밝히며 불쾌함을 드러냈다.

 

일진 콘텐츠를 향한 두가지 시선

일방향 콘텐츠에서 발생된 문제가 해결되기도 전에 유튜브나 SNS를 통해 개인이 콘텐츠를 제작해 공유하고 소비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하면서 일진 콘텐츠는 더 큰 문제로 확산되었다. 개인 제작자가 생산하는 일진 콘텐츠는 이전의 학교 폭력 장면, 일진 미화와 같은 표현법과는 결이 다르다.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이라고 밝힌 이들이 흡연을 하거나 음주를 하는 영상을 올리기도 하고 영상 제작자가 과거와 현재의 일진을 비교하거나 그들의 옷차림이나 말투 등을 모방하는 영상을 업로드하기도 한다. 일진과 관련한 동영상 콘텐츠의 댓글 반응은 긍정적인 편이다. 콘텐츠 자체가 일진이라 칭하는 무리를 조롱하는 의미이며, 영상의 소재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일진을 소재로한 콘텐츠를 제작해 업로드하는 제작자들도 본인은 '일진'이 아니었음을 강조하며 부정적인 감정을 드러낸다.

출처 : 유투브 캡쳐
출처 : 유투브 캡쳐

문제는 일진과 관련된 콘텐츠를 소비하는 이들이 모두 일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있는 사람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댓글을 살펴보면 "일진들은 교복 다 갖춰서 이쁘게 입고 온다. 솔직히 예쁜 애들이 태반이라 매일 보면서 넋이 나가있다. 웃긴건 대부분 선생님들이 그들(일진)을 좋아한다", "진짜 일진들은 돈도 많고 예쁘고 선생님도 좋아하고 친구도 많고 공부도 잘하면서 놀건 다 논다", "일진이 허세를 부리는 모습은 멋이 없는데 영상 제작자들의 콘텐츠는 너무 멋있다" 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일부 시청자들 중에는 일진이라는 존재에 대한 동경심으로 이 콘텐츠를 시청했을 수도 있고 콘텐츠를 접함으로써 동경심이 생겨났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개인의 판단 능력은 모두 다르기 때문에 제작자가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뿐만 아니라 단순히 학교 폭력 가해자로 볼수 있는 일진들을 따라하는 행위를 웃음 혹은 유희의 대상으로 삼기에는 학교 폭력은 한국 사회의 뼈아픈 상처이다. 일진을 컨셉으로 옷차림이나 화장법을 따라하는 콘텐츠에 "누군가는 일진 때문에 힘든 학창시절을 보냈을텐데 드라마나 영화, 유튜브에서 하나의 문화가 된 거 같고 일진이 미화되는 것 같다"라며 아쉬움을 표하는 이도 있었다. 

나아가 이 문제는 단순히 학교 폭력으로 국한되지 않는다. 더 나아가 성인 범죄자에 대한 미화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스스로를 조폭이나 건달이라고 칭하며 과거 범행을 무용담처럼 말하는 콘텐츠들이 청소년들 사이에 인기를 끌고 있다. 사법제도의 처벌까지 받은 범행을 미화시켜 말하고 이를 넘어 이런 소재들로 직접 금전적인 후원을 받기도 한다. 이들의 슈퍼챗이나 유투브 등의 콘텐츠 조회수가 수십만건을 넘은 상태이다.

 

도덕적 공감이 필요해

관련 콘텐츠에 긍정적으로 반응하는 이들도 있지만 분명한 사실은 이러한 콘텐츠를 반대하는 이들도 다수 존재한다. 최근 학교 폭력 미화로 논란이 되고 있는 웹툰 분야에 대한 비판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서사 구조상 일진이 등장하고 소위 말하는 착한 일진에 대해 언급하며 비판하는 유튜브 영상의 댓글 반응을 보면 문제점을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학교 폭력의 주체가 되는 일진들이 그 들중에서도 선과 악의 역할이 나누어진다는 점과 암적인 사회 문제를 가볍게 여긴다는 점 등이 문제로 지적된다. 플랫폼 상에서 잘못된 인식을 만들 수 있는 부분을 소비자에게 유통되기 전 단계에서 필터링할 필요가 있다. 

드라마와 영화 속에서도 음주를 하거나 흡연 하는 장면을 모자이크하거나 연령제한을 하고 있는 반면에 웹툰이나 개인 영상은 이런 부분에서 비교적 허술하다. 또한 갈등 상황에서 문제를 폭력으로 해결하는 모습도 쉽게 찾아볼 수 있고 이런 장면을 영웅적으로 그리며 아이러니하게도 권선징악의 클리셰가 사용된다.  아직 판단력이 부족한 청소년기에 타인의 행동을 따라하고자하는 인간의 본능이 더 쉽게 현실에서 발현될 수 있음으로 더욱 유의해야하지만 웹툰 속 폭력은 이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듯하다. 범죄심리학자로 유명한 이수정 교수는 "청소년을 주 대상으로 하는 학원물의 생산과 유통자의 자율적인 숙고가 필요하다"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결국 문제 의식의 차이이다. 폭력을 쉽게 소비하고 미화하는 행위는 일이 나에게는 일어나지 않을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직접 경험해봤거나 공감하는 이들이라면 관련된 콘텐츠들이 폭력을 재생산하는 위험성을 가졌음을 충분히 이해하고 우려한다. 학교 폭력으로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청소년들과 관련한 뉴스와 기사에는 모두가 공감하고 애도를 표하지만 학교 폭력 미화 콘텐츠를 두고는 의견이 분분하다. 누군가의 말처럼 일진이 사회적 문제임을 인지하고 그들을 조롱하려는 의미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도덕적으로 옳지 못한 행위를 공유하고 소비하는 일이 도덕적이지 못하다는 비판도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타인의 불행을 웃음거리로 소비하는 문화는 의심의 여지없이 근절되어야 한다.

가볍게 여긴 소비가 미화로 변질될 수 있고, 미화된 폭력은 피해자에게 칼이 되어 꽂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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