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후죽순 관찰 예능, 시청자는 지쳤다
우후죽순 관찰 예능, 시청자는 지쳤다
  • 안지윤 기자
  • 승인 2021.01.25 10: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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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산다' 부터 '우리 이혼했어요'까지

점점 줄어드는 관찰 예능 입지

시청자를 사로잡기 위해선 '초심'으로 돌아가야

MBC '나 혼자 산다'/ 출처 : MBC 공식 홈페이지
MBC '나 혼자 산다'/ 출처 : MBC 공식 홈페이지

[한국연예스포츠신문] 안지윤 기자 = 스타들의 일상을 관찰하는 것에서 시작된 관찰 예능이 육아를 넘어서 연애, 결혼 생활, 시댁과 처가댁 식구들, 이제는 이혼한 부부의 관계까지 등장시키고 있다. 최근 TV 조선의 예능 ‘우리 이혼했어요’를 향한 대중들의 반응이 심상치 않다. 이혼한 연예인, 셀럽 부부가 다시 만나 이혼 후 새로운 관계에 대한 가능성을 제시하는 이혼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라는 전제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만큼 방영 이후 시청자들의 반응은 뜨거울 수밖에 없다.
  
관찰 예능의 전성기를 이끌었다고 할 수 있는 MBC ‘나 혼자 산다’부터 2013년 첫 방영 이후 꾸준한 인기를 유지해오고 있는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 결혼 생활 속 진정한 부부의 의미를 떠올려보는 SBS ‘동상이몽 2-너는 내 운명’ 등 지상파 3사에서도 관찰 예능은 꾸준히 방영되고 있다. 종편과 케이블 채널 역시 관찰 예능은 필수이다. TVN의 ‘온앤오프’, TV조선의 ‘아내의 맛’, 채널A의 ‘금쪽같은 내 새끼’ 등 기존 포맷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프로그램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출연자 최고기의 아버지가 악플에 대한 심경을 호소하고 있다./출처 : '우리 이혼했어요' 공식 영상
출연자 최고기의 아버지가 악플에 대한 심경을 호소하고 있다
/출처 : '우리 이혼했어요' 공식 영상

스타들의 일상과 주변 인물들이 많이 등장하는 만큼 이에 따른 악플 논란도 심하다. 최근에는 ‘우리 이혼 했어요’의 출연자인 유튜브 크리에이터 최고기와 유깻잎(현 활동명 유예린), 더 나아가 최고기의 아버지에게까지 악플이 쏟아지고 있다. 사실 악플 논란은 모든 프로그램마다 한 번씩, 많으면 한 출연진의 방영분이 나올 때마다 쏟아진다. 무(無)플 보단 악플이 낫다는 말이 있지만 도를 넘은 비난에 출연진과 가족들의 고통은 커지고 있다.
 


점점 밀려나는 관찰 예능
출연진들을 향한 악플과 저물어 가는 관찰 예능의 기세에도 불구하고 관찰 예능을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다. 한국갤럽조사연구소가 발표하는 ‘한국인이 좋아하는 TV 프로그램’의 자료에 따르면 2018년 12월에 발표한 자료에선 ‘나 혼자 산다’가 선호도 6.0%로 1위를 차지했다. 2018년 4월 첫 1위 이후 9개월 연속 최상위권을 유지했다. 또 다른 관찰 예능 SBS의 '미운 우리 새끼'가 7위, MBC의 '전지적 참견 시점'도 14위로 상위권을 차지했다. 2019년 12월에는 '나 혼자 산다'가 2위, '미운 우리 새끼'는 14위로 하락했다. '전지적 참견 시점'도 20위로 밀려났다. '신서유기 7', '백종원의 골목식당', '놀면 뭐하니?' 등에 밀린 결과였다.

작년 2020년 12월의 자료에선 관찰 예능의 기세가 현저히 줄어든 것을 파악할 수 있었다. 트로트 열풍에 힘입어 11.0%를 기록한 TV 조선의 ‘사랑의 콜센타’가 1위, ‘뽕숭아학당’이 5.1%로 3위를 기록했다. ‘나 혼자 산다’는 10위,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17위, ‘미운 우리 새끼’는 18위를 기록하며 전년도보다 현저히 낮은 순위를 기록했다. 새로운 포맷과 신선한 장르의 프로그램이 나오며 관찰 예능의 입지는 좁아지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찰 예능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이유가 무엇일까. 

 

관찰 예능이 인기 있는 이유
무대와 스크린 속에서 화려하게 빛나는 스타들의 일상은 항상 호기심을 자극하는 소재였다. 그들이 어떻게 하루를 보내고, 어떤 가전제품을 사용하고, 술 먹은 다음 날 해장은 무엇으로 하는지 대중들은 궁금해했다. 이런 궁금증을 관찰 예능이 해소시켰다. 스타들의 자연스러운 일상을 공유하며 결국 그들도 똑같은 사람임을 알게 해준다. 시청자 본인의 일상과 비슷한 점을 찾아내며 자연스럽게 공감대를 형성하게 된다. 음주 다음 날 만신창이의 모습으로 등장하는 개그우먼 박나래, 아픈 와중에도 빨래는 정리해야 하는 데프콘의 모습을 보며 시청자들은 자신의 경험을 떠올리며 공감했다. 그리고 이런 모습은 출연자들에게 친숙한 이미지를 만들어주었다.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
하지만 관찰 예능을 보며 불편함을 느끼는 시청자들도 있다. 소소한 일상을 통해 공감을 불러일으키던 것과는 달리 점점 ‘화려한 솔로’, ‘화려한 결혼 생활’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이는 특히 1인 가구 예능, 육아 예능에서 문제가 되었다. 고가의 가전제품, 고급 호텔 방문기, 해외여행 등 공감을 불러일으킬 요소는 사라지고 있었고, 고가의 육아용품을 보며 부모들은 아이에게 미안함까지 느꼈다. 대부분의 관찰예능, 가족 예능이 스타들의 화려한 일상에만 주목하며 시청자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하고 있는 것이다. 

대본 유무도 매번 논란이 되었다. 초반의 자연스러움에서 벗어나 점점 자극적인 장면을 넣기 위해 대본과 설정을 제작진들이 부여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대표적인 예가 TV 조선의 ‘아내의 맛’이다. 18살 연하의 중국인 남편과의 결혼으로 화제가 된 함소원 부부가 주로 도마 위에 오른다. 열이 오르는 아이를 두고 민간요법을 하는 장면이나, PPL을 위해 아이의 오렌지를 쏟은 것처럼 보이는 장면 등 논란의 소지가 다분한 장면을 그대로 방영했다. 지나치게 억지스럽다는 시청자들의 의견에 대본 논란이 따라오고 있었다. 자연스러운 일상에 주목하는 관찰 예능에서 대본과 설정은 시청자들이 허용하기 힘든 것이었다.


대본이 나올 정도의 자극적인 일상은 과한 사생활 노출에서부터 시작된다. 굳이 알고 싶지 않은 개인적인 일까지 언급하면서 시청자들은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채널A의 ‘우리 이혼했어요’를 향한 시청자들의 시선이 이를 말해주고 있다. 이혼 부부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접근에 시청자들의 관심은 높았지만 매번 이어지는 이영하- 선우은숙의 이혼 사유 폭로전은 시청자들을 지치게 만들고 있다. 

관찰 예능을 통해 친숙한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는 만큼 홍보성 출연도 늘고 있다. 고정 멤버들의 일상뿐 아니라 일일 무지개 멤버의 일상도 보여주고 있는 ‘나 혼자 산다’는 출연작 홍보를 위해 출연을 결심한 스타들이 자주 등장한다. 화제성과 시청률을 모두 잡을 순 있겠으나 홍보가 목적이라는 사실을 시청자들은 달가워하지 않는다. 최근엔 나경원 의원의 ‘아내의 맛’ 출연이 논란이 되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만큼 선거 홍보용 출연이 아니냐는 지적 때문이었다. 오늘 12일엔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일상이 예고되어 있다. 

 

TV 조선 '아내의 맛'에 출연한 나경원 의원/ 출처 : '아내의 맛' 공식 영상
TV 조선 '아내의 맛'에 출연한 나경원 의원/ 출처 : '아내의 맛' 공식 영상

이를 두고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KBS 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에서 "선거 때는 출마 의사가 부명한 사람들은 부르면 안 된다"라며 "이것은 명백히 선거에 활용된다. 그런 측면에서 최근 TV조선이 특정 후보들을 초대해 일종의 선거운동에 활용하는 것은 방송의 공공성을 훼손하는 행위라고 본다"라고 ‘예능의 정치화’를 비판하기도 했다.

 


굳이 관찰 예능이 아니어도 볼 거리는 많다. 

JTBC '뭉쳐야 쏜다' 공식 포스터. '뭉쳐야 찬다'의 인기에 힘입어 시즌2 격인 '뭉쳐야 쏜다'가 오는 2월 7일 방영을 앞두고 있다./ 출처 : JTBC 공식 홈페이지
JTBC '뭉쳐야 쏜다' 공식 포스터/ 출처 : JTBC 공식 홈페이지

최근 예능계에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새로운 장르의 예능이 인기를 끌고 있다. 집값 폭등 속 꿈의 집 찾기를 표방하는 신개념 홈 예능인 ‘구해줘, 홈즈!’와 디테일한 시나리오와 연출력, 예능에선 볼 수 없었던 세계관 구성으로 독보적인 추리 장르 예능으로 자리 잡은 ‘대탈출’, 스포츠 전설들의 조기축구 도전을 통한 성장을 보여준 ‘뭉쳐야 찬다’가 대표적인 예시다. 


스튜디오 예능, 리얼 버라이어티, 관찰 예능을 넘어 이미 새롭게 시도되는 장르의 예능이 성공을 거두고 있는 상황이다. 그만큼 해당 프로그램들이 신선한 프로그램을 원하던 시청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키고 있는 것이다. 

 

관찰 예능을 향한 시청자의 니즈는?
관찰 예능이 다시 시청자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기 위해선 대중들의 니즈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관찰 예능이 사랑받았던 이유를 다시 언급할 필요가 있다. 스타들의 자연스러운 일상 공유, 이에서 비롯된 공감대 형성이 관찰 예능이 사랑받은 이유이자 관찰 예능을 향한 대중들의 니즈다. 

 

'나 혼자 산다' 유튜브 영상에 달린 댓글. / 출처 : MBC '오분순삭' 채널
'나 혼자 산다' 유튜브 영상에 달린 댓글. / 출처 : MBC '오분순삭' 채널

현재의 ‘나 혼자 산다’를 바라보며 시청자들은 초창기를 그리워한다. 프로그램 제목에 걸맞은 혼자 사는 연예인들의 일상이 리얼하게 보였기 때문이다. 초기 멤버였던 김광규, 데프콘, 서인국이 출연한 영상 클립엔 당시를 그리워하는 시청자들의 댓글이 가득하다. ‘예전엔 연예인이나 일반인이나 사람 사는 건 다 똑같다고 느꼈다면 연예인이랑 일반인이랑은 엄청나게 다른 거구나’, ‘파티하고 한강뷰 바라보고 이런 게 나 혼자 산다냐’라는 글은 시청자들에게서 외면받는 관찰 예능의 현주소를 알려주고 있다.

 

재미와 감동의 예능 프로그램
예능 프로그램의 본질은 시청자들에게 재미와 감동을 주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의 관찰 예능에서 이런 모습을 기대하기 쉽지 않아졌다. 현재의 관찰 예능이 시청자의 니즈를 충족하고 있을까. 자신의 화려한 일상을 보여주며 또는 가족들을 출연시켜 화제에 오르며, 새로운 앨범이나 영화 등을 홍보하며 '출연진'만 만족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시청자들은 굳이 관찰 예능이 아니어도 볼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있다. 전에 없던 신선함으로 무장한 새로운 예능들이 속속 등장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선택지가 많아진 셈이다. 관찰 예능이 다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기 위해선 일상과 공감에서 비롯되었던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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