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장애 배리어 프리, 어디까지 왔을까
한국의 장애 배리어 프리, 어디까지 왔을까
  • 김수지 기자
  • 승인 2021.04.20 12: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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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의무고용 인원 채우기에 급급하는 채용 방식 

코로나19로 심해진 교육 불평등, 대학생뿐만 아니라 학령기 장애 학생도 피해

[한국연예스프츠신문] 김수지 기자 = 장애란 ‘신체의 일부에 장애가 있거나 정신 능력이 원활하지 못해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 어려움이 있는 사람’을 말한다. 장애는 선천적으로 갖고 태어날 수도 있고, 사고나 질병 등으로 인해 후천적으로 생길 수도 있다. 4월 20일, 제41회 장애인의 날을 맞이했다. 우리나라에 장애인으로 등록된 사람은 약 258만 명이다. 등록되지 않은 장애인까지 고려한다면, 꽤 많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한 대형마트에서는 시각장애인 안내견의 출입을 거부해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버스, 식당 등 우리 사회에서 아직 ‘시각장애인 안내견’은 쉽게 찾아볼 수 없다. 혐오는 대상이 보이지 않을 때 가장 심각하다. 우리나라에는 휠체어 탑승자를 고려해 저상버스 등 다양한 배리어 프리 정책을 시도하고 있는데, 막상 그 버스를 이용하는 지체 장애인을 본 적이 있는가. 아직도 갈 길이 먼 한국의 장애 인식에 대해 알아보자.

 

헬스 키퍼 아니면 바리스타?

시각장애인들의 특화 직업으로는 ‘헬스 키퍼’가 있다. 헬스 키퍼란 간단히 말해 기업에서 직원 복지 등을 위해 고용한 안마사를 뜻한다. 우리나라 기업 중 50명 이상의 사업체는 ‘장애인 의무고용제도’가 적용돼, 장애인 고용이 필수적이다. 헬스 키퍼는 악력이 필수 조건이다. 경쟁률이 높기에 악력이 세지 않으면, 고용되지 않는다. 주로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에서 이 제도를 운용하고 있기에, 경쟁률도 십 단위를 넘어간다. 생계를 위해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헬스 키퍼로 고용된 이들은 대부분 비정규직이다. 하루 3~4시간 정도 일한다. 중견기업에서 헬스 키퍼로 일했던 김진주(가명) 씨는 “하루에 일하는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았고, 비정규직 형태라 받는 돈이 적었다”며 “그 돈으로 가정을 꾸리기 힘들어 아르바이트 등을 하려고 했지만, ‘중복 취업’으로 인정이 돼 우리를 고용하지 않더라”고 말했다. 각 회사는 장애인 의무고용 인원을 채워야지 부당금을 내지 않는다. 장애인 한 명당 한 군데의 회사에서만 장애인 고용 인원으로 적용되기에 그들을 고용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김 씨는 복지에 대해 “회사에 계약 직원들이 받을 수 있는 혜택은 다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씨는 직원들만이 알 수 있는 회사의 소식이나 안전 교육 등 기본적인 것들을 받지 못했다. 그는 “헬스 키퍼로 일할 때는 내가 회사에 부당금을 주지 않게 하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존재가 된 것 같아서 그만뒀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고충은 시각장애인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런 시각장애인의 고충을 알고 그들을 마음보듬사로 고용한 곳이 있다. 바로 ‘봄그늘’이다. 봄그늘은 ‘블라인드 마음보듬 서비스’를 운영한다. 어둠 속에서 자신이 누구인지 밝히지 않고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것이다. 그럼 마음보듬사는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보다는 이야기해주는 사람의 마음을 보듬어준다. 경청과 위로가 주가 되는 업무이다. 또, ‘키뮤 스튜디오’는 지체장애인을 디자이너로 고용했다. 키뮤 스튜디오는 삼성, 한국조폐공사 등과의 협업을 진행했다. 그들의 작품을 원하는 사람이 많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언택트’로 진행된 수업, ‘필기 도우미’가 있긴 하지만... 학령기 장애 학생은?

현재 대부분의 대학 수업은 언택트로 진행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학생이 학습권을 보장해달라고 하지만 장애인들의 학습권은 침해당하고 있을 정도로 학습이 쉽지 않다. 각 대학에는 ‘학습 도우미’가 있다. 학습 도우미들은 청각 장애 학생들이 듣는 수업을 필기해줘 공부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실제 '줌'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한 수업 화면이다. 하단에는 음소거 해제 및 설정, 비디오 설정 등이 복잡하게 설정돼 있어 시각장애인 학생들은 이 조작법을 익히기 어렵다.  

하지만 시각 장애를 가진 대학생들은 기본 강의실 입장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혼자서는 절대 하지 못하는 것이다. 실시간 화상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인 ‘줌’을 통한 강의에서는 음소거, 캠 설정 등을 하기도 힘들었다. 시각 장애를 가진 대학생 이수진(24) 씨는 “학교에 다니며 평소에도 불편함을 많이 느꼈지만, 지난해부터 이어진 코로나19 상황에는 도저히 학교 다닐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며 “‘줌’ 같은 것들은 비장애인들도 다루기 어렵다는 것을 들었는데, 우리는 어떻겠냐”고 말했다.

실제 한양대학교의 ‘에브리타임’ 커뮤니티에는 “청각 장애인인데 죽고 싶다”며 “코로나19로 타이핑 도우미도 못 구해서 수업을 듣고, 소리를 못들어서 반강제적으로 독학하는 데 내 등록금이 좋아서 소리 없는 아우성을 지른다”고 한탄했다.

 

한양대 에브리타임에 올라온 글/ 출처: 한양대 에브리타임

대학생뿐만이 아니다. 학령기 장애 학생들은 매일 등교를 하게 됐다. 교육부는 올해부터 초1, 초2, 고3과 함께 장애를 가진 학생들인 특수학급도 매일 등교 대상으로 지정했다. 하지만, 장애 인권단체 전국장애인부모연대가 장애 학생 460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약 30%의 학생들은 매일 등교를 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의 심화로 인해 등교하지 못하는 등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또한, 특수학급 통합교육 제도로 인해 장애를 가진 학생들은 국어·수학 과목을 비장애인 학생과 별도로 특수학급에서 듣게 된다. 지적장애를 가진 이상민(15) 씨의 부모는 코로나19 상황이 빨리 끝나면 좋겠다고 한탄했다. 그들은 “코로나19 전에는 맞벌이로 일했는데, 코로나19 이후에는 아이의 엄마가 쉬면서 아이를 돌봐준다. 아이는 국어, 수학 과목을 들으러 학교에 갔다가 집에 온다”며 “집에 와서는 또 따로 다른 과목을 들어야 하는 상황인데, 아이 혼자 하지 못해 도움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대면 수업과 비대면 수업이 반복되는 상황이다. 이 씨의 부모는 “이러한 상황에 아이는 혼란만 늘었고, 공부에 대한 집중이 전보다 더 떨어졌다”고 밝혔다.

 

지원은 있지만, 실행은 되고 있는지 의문. ‘배려 먼저’

교육부는 이러한 상황을 인지하고 여러 지원을 하고 있다. 대학생에게는 ‘장애 대학생 교육 활동 지원사업’을 통해 장애 대학생의 학교생활과 교육을 지원한다. 세부적인 지원은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 담당한다. 진흥원은 지난해 8월, ‘2020학년도 2학기 원격수업 대비 장애 대학생 지원 안내’ 지침을 내렸다.

각 대학의 장애학생지원센터가 장애 대학생의 수요를 조사해 제출하면 대학에 운영비가 지원된다. 결국, 모든 것은 대학 장애 학생 관리 부서가 진행하는 것이다. 이 부서가 정부의 지침을 따르지 않더라도 직접 제재하기는 어렵다. 인력의 문제도 있고, 지원방안을 지키지 않더라도 제재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청각 장애를 앓는 김태진(22) 씨는 “정부의 대책이나 지원도 좋지만, 가장 먼저 되어야 할 것은 학생과 교수의 배려다”고 말했다. 그는 “강사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강의를 진행하는데, 예전에는 입 모양으로라도 맥락을 알아차렸는데, 현재는 그러지도 못해 너무 어렵다”고 말했다.

모든 인터뷰 이들은 “‘장애인의 날’ 하루만 우리에게 반짝 관심을 쏟는다”며 “지난해부터 코로나19 등의 변수가 생기며 많이 어려워졌는데, 비장애인 중심의 사고방식을 전환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발발한 지 약 1년이 넘었다. 비장애인들은 이제야 ‘언택트 시대’에 익숙해졌다. 장애인들은 사회 여러 면의 ‘사각지대’에 있다. 정부뿐 아니라 우리 국민들도 그들에 대한 관심을 ‘장애인의 날’ 하루에만 쏟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배리어 프리’, 장애인들도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물리적, 제도적 장벽을 허물자는 운동이다. 아직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배리어 프리’가 잘 마련되어 있지 않다. 코로나19 시대에 걸맞은 다양한 제도와 더불어 국민의 관심이 지속한다면 ‘한국판 배리어 프리’가 완성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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