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 달면 프로필 사진 공개, 익명성의 폐해 해결할 수 있을까?
댓글 달면 프로필 사진 공개, 익명성의 폐해 해결할 수 있을까?
  • 안지윤 기자
  • 승인 2021.05.12 15: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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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의 자유 뒤에 숨은 악플러들

익명성,  나를 표현하는 수단으로

댓글창 관리 감독과 올바른 댓글 문화가 필요하다

[한국연예스포츠신문] 안지윤 기자 = 네이버가 오는 13일 오후 3시부터 기사 댓글 목록에서 자신이 설정한 프로필 사진과 함께 댓글을 노출하는 서비스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네이버는 지난해 3월부터 댓글 작성자의 활동 이력과 닉네임을 공개하고, 신규 가입 이용자는 가입 후 7일이 지난 시점부터 뉴스 댓글을 달 수 있도록 했다. 익명성을 앞에선 도를 넘은 인권침해적 비난을 해결하기 위한 나름의 방법이었다. 

 

출처 : 네이버 뉴스 공지사항
출처 : 네이버 뉴스 공지사항

프로필 사진 공개 역시 나름의 자정작용을 계속 이어가려는 의도로 보인다. 현재 댓글은 작성자의 아이디 앞자리만 공개하고 있지만 13일 이후로는 프로필 사진까지 노출된다. 이에 프로필 사진을 설정해놓지 않은 경우에는 도입 취지가 무색하다는 지적과 함께 다른 사람의 사진을 도용할 시 초상권 침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또한 댓글 익명성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한 대책이 마련될 때 마다 등장했던 표현의 자유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과 제재 없는 자유는 인권침해를 유발한다는 의견 사이의 대립각이 거세지고 있다. 과연 익명성의 폐해를 해결할 수 있을까. 

 

익명성, 화면 뒤에 숨는 악플러들

인터넷이 등장하고, 디지털 환경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댓글은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었다. 특히 비판이 아닌 도를 넘는 인격 모독성 악플은 많은 피해를 만들었다. 故 설리는 악성댓글과 루머로 고통을 받다 결국 극단적 선택을 했다. '어그로 끌려고 태어난 X', '기승전 노브라 그냥 설꼭X' 등 이유 없는 공격과 성적 희롱이 섞인 악플이 많았다. 

스포츠계도 예외는 아니었다. LG 트윈스 소속 야구 선수 오지환을 향한 악플은 선수 본인을 넘어 가족에게 향했다. '오지환 애 백혈병 걸려 X지길'과 같은 인신공격까지 있었다. 이에 오지환 부부는 악플러 고소를 진행하기도 했다.

네이버와 다음을 비롯한 포털사이트는 연예ㆍ스포츠 뉴스의 댓글 창을 막았지만 여전히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악플을 바탕으로 한 선동은 계속되었다. 심지어 연예인과 선수 개인 SNS에서 악플을 다는 사람들도 등장하고 있다.

 

댓글창 대신 '공감'으로 기사 내용에 대한 의견을 표현하고 있다. (위) 네이버 노출 연예뉴스 (아래) 네이버 노출 스포츠뉴스
댓글창 대신 '공감'으로 기사 내용에 대한 의견을 표현하고 있다. (위) 네이버 노출 연예뉴스 (아래) 네이버 노출 스포츠뉴스

이는 비단 연예계, 스포츠계만의 문제가 아니다. 익명성을 앞세운 일반인 사이버불링과 혐오 표현 사용 사례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2020년 11월 8일, 대학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서 악플에 시달리던 대학생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이 있었다. 피해 학생이 자신의 정신적 괴로움을 호소하는 글을 올리자 익명의 사용자들은 괴로움에 대한 공감보단 "죽을 거면 티 내지 말고 조용히 죽어"와 같은 악플이 달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커뮤니티 운영진 측에선 아무런 조치도 취해지지 않았다.

'에브리타임'은 400개 대학, 454만 대학생이 이용하는 국내 최대 온라인 대학 커뮤니티로 학생 본인의 시간표를 비롯한 각종 학사 정보를 확인할 수 있고, 다양한 게시판을 통해 익명의 소통이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그 규모와 파급력에 비해 악성 댓글에 대한 제재는 제대로 관리가 되고 있지 않다. 피해 내용이 알려지자 2030정치공동체 '청년하다'와 대학생 단체들은 광화문 광장에 모여 '에브리타임'과 정부를 규탄했다. 주최 측은 규모와 파급력에 걸맞은 대책과 관리가 필요함을 촉구했다. 

연예계부터 스포츠계, 일반 대중들에게까지 악플의 피해가 확산되자 정치권에서도 이에 대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2019년 10월 국민의힘 박대출 의원은 '설리법'이라고 불리기도 했던 '인터넷 준(準) 실명제' 첫 개정안을 만들었다. 20대 국회에서는 심사 되지 못한 채 폐기됐으나, 이번 21대 국회가 시작되며 다시 발의하였다. 그리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소위원회는 4월 27일 '인터넷 준(準) 실명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익명성, 표현의 자유?

출처 :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홈페이지
출처 :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홈페이지

'인터넷 준실명제'는 일일 평균 이용자 수가 10만 명 이상이면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게시물이나 댓글을 올리는 이용자의 아이디를 공개하도록 하고 이를 어기면 3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린다는 내용이다. 본래 댓글 작성자의 ID와 IP를 공개하는 내용이었지만 '표현의 자유' 침해 의견을 반영해 IP 공개 부분은 삭제했다. 이 법안이 시행되면 네이버, 다음과 같은 포털 사이트와 대형 웹사이트, 커뮤니티 등에 적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민변 미디어언론위원회와 오픈넷, 참여연대 등은 지난달 29일 이에 반대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아이디 공개 의무화는 아이디의 부여 및 이를 위한 신원정보의 제공, 수집의 의무화를 의미한다. 이는 곧 위헌인 본인 확인제, 실명제를 강제하고 있는 것과 다르지 않다"라며 '인터넷 준(準) 실명제'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여러 누리꾼과 시민들의 반대 의견도 비슷했다. '인터넷은 소통의 장. 실명제 하면 원활한 소통 이루어지지 않을 것.', '악플은 어차피 달린다. 표현의 자유만 위축된다.', '인터넷 실명제 때 이미 위헌 판결을 받았다'라는 내용이었다.

실제로 인터넷 실명제는 2007년에 처음 도입되어, 2012년에 이미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을 받아 5년 만에 폐지된 사례가 있다. 당시 헌재는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는 '표현의 자유'가 제한돼 의사 표현을 위축시킨다"라고 밝힌 바 있다. '표현의 자유'는 헌법 제21조 제1항 "모든 국민은 언론, 출판의 자유와 집회, 결사의 자유를 가진다"라는 내용을 통해 법으로 보장되어 있다.

여기서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는 전통적으로는 사상과 의견의 자유로운 표명을 의미하는 발표의 자유와 그것을 전파할 자유를 의미하는 전달의 자유이다. 하지만 자유로운 사상과 의견이 인권침해로 이어진다면, 그 인권침해가 익명성을 방패로 계속된다면 과연 익명성이 표현의 자유로 계속 보장되어야 할까.

 

출처 : 픽사베이
출처 : 픽사베이

익명성은 온라인 세계에서 가장 쉽게 관찰되는 특성이다. 얼굴을 마주하고 소통하는 오프라인 세계와는 달리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아도 된다. 익명성이 보장되기 때문에 다양한 의사소통이 이루어진다. 각각 다른 커뮤니티나 SNS를 통해 현실의 '나'와는 다른 다양한 '페르소나'를 만들어 활동할 수 있다. 개인의 자유롭고 솔직한 의사 표현이 온라인 세계를 더욱 발전하게 만들었고, 이는 온라인 세계와 익명성의 순기능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익명성에는 동전의 양면이 존재한다. 자유롭고 솔직한 의사 표현이라는 장점은 남을 공격하는 수단이 되었다. 

 

남을 공격하는 도구가 아닌, 나를 표현하는 수단

익명성이 나를 표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기 위해선 인터넷윤리 교육이 선행되어야 한다. 특히, 아직 윤리적 판단이 쉽지 않은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에게 필수적이다. 현재 방송통신위원회는 국민 대상 맞춤형 인터넷윤리 · 사이버 폭력 예방 교육을 추진하고 비대면 교육과정을 진행 중이다. 올바른 인터넷 이용의 중요성, 사이버 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알리기 위한 기획 방송 프로그램 등을 통해 아름다운 인터넷 세상 대국민 홍보 캠페인을 운영하고 있다. 단순한 교육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실제 활동도 이루어지고 있다. '한국인터넷드림단'은 방송통신위원회와 한국정보화진흥원이 후원하는 자율동아리이다. 건전한 인터넷 문화 조성과 확산을 위해 전국 초 · 중 · 고교에서 학교별로 운영되고 있다. 

출처 : 픽사베이
출처 : 픽사베이

이미 인터넷 윤리와 올바른 인터넷 문화에 대한 중요성이 조명되고 있지만 악플은 계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를 고려해 볼 때 악플러들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는 것도 방법이다. 2020년 방영된 MBC '실화탐사대'에서는 가수 배다해 씨의 피해 사례를 방영하며 악플러들의 범죄 행위와 약한 처벌 수위를 조명했다.

가수 배다해씨는 2017년부터 A 씨에게 '위선자 배다해', '남자와 여관에서 뭐 하고 있느냐'등 지속적인 악플공격을 받았다. 그는 배다해 씨가 출연하는 뮤지컬 공연장을 여러 차례 찾아가 접촉을 시도하는 스토킹까지 저질렀다. 2020년 배다해 씨 측이 법적 대응에 나선이후,  A 씨는 지난 3월 정보통신망법 위반, 업무방해 등 혐의로 징역 2년 실형을 선고 받았다

A 씨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도 배다해 씨를 향해 '벌금형으로 끝날 것이다', '합의금 1000만원이면 되겠냐' 등 조롱의 메시지를 보냈다. 이 배경에는 악플러들의 낮은 처벌 수위가 있다. 해당 프로그램에 등장한 박지훈 변호사는 "악플 적발 시 '모욕죄, 협박죄, 명예훼손죄를 들어 7년 이하의 징역 혹은 5천만 원 미만의 벌금형이 가능" 하다고 설명했지만 피해자들이 겪는 고통에 비해 처벌 수위가 낮다는 의견을 밝혔다. 함께 출연한 이은의 변호사 역시 "벌금이 적게는 5만 원에서 백만 원을 넘기 쉽지 않다"라고 말하며 "악플러 입장에서는 벌금 내고 말겠다는 학습"이 가능하다는 점을 설명했다. 

이를 위해선 기업과 커뮤니티 운영진들의 악성 댓글 관리 감독 강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네이버나 다음과 같은 대기업에서는 AI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댓글을 검열하는 시스템을 적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기술적으로 모든 포털과 커뮤니티에 적용하기란 어려운 상황이다. 철저한 댓글 관리 감독과 이용자 규제 시스템을 통해 깨끗한 댓글 창 및 커뮤니티 운영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표현의 자유, 아무 말이나 할 수 있는 자유는 아니다

김평호 여해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는 한 토론회를 통해 "표현의 자유와 악성 댓글 규제가 상충될 수 있는 것은 딜레마다. 하지만 표현의 자유는 아무 말이나 할 수 있는 자유는 아니다"라고 말하며 악플을 표현의 자유로 보호하는 것은 조심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많은 연예인들과 운동선수들, 심지어는 일반인들까지 익명 악성 댓글을 통해 많은 피해를 입었다. 인터넷 댓글과 악플 근절을 위한 제도 개선과 더불어 올바른 댓글 문화 정착을 위해 정부와 기업, 이용자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는 '인터넷 준실명제'에 대한 논의를 통해 표현의 자유와 익명성이 개인 인권피해로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기업과 운영진은 악성 댓글에 대한 관리 감독으로 포털과 커뮤니티의 원활한 운영에 힘써야 한다. 이용자들 역시 표현의 자유를 바탕으로 한 소통도 좋지만 한 개인의 인격을 무시하는 발언은 삼가고, 올바른 인터넷 문화 정착에 앞장서야 한다. 표현의 자유와 익명성이 올바른 표현 수단으로 자리 잡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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