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위문화였던 힙합, 이제는 대중문화로 발전하다
하위문화였던 힙합, 이제는 대중문화로 발전하다
  • 김수지 기자
  • 승인 2021.05.17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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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연예스포츠신문] 김수지 기자 = “난 가사 써서 그냥 쭉 읽거나 교수님에게 녹음해서 제출하는 건 줄 알았는데, 사람들(학생들) 앞에서 랩 하래” 가톨릭대 에브리타임에 올라온 익명의 글이다. ‘힙합’이라는 장르가 대학의 교양 강의인 ‘한국힙합과랩탐구’로 등장한 것이다. 과거 힙합은 그 장르 자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많았다. 다른 장르에 비해 한국에서 힙합 장르의 역사가 짧다는 점과 빠른 랩 등의 이유로 넓은 세대를 사로잡지 못했다. 이런 하위문화로서의 힙합 장르의 음악이 이젠 1위를 차지하고, 상을 받기도 할 정도로 견고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

 

출처: 가톨릭대학교 에브리타임
출처: 가톨릭대학교 에브리타임

홍서범부터 쇼미더머니까지, 국힙(국내 힙합)이 대중에게 전달되기까지

한국 힙합의 시작을 1980년대 홍서범의 ‘김삿갓’이라고 보는 사람이 있다. ‘김삿갓’은 펑키한 디스코 사운드에 원시적 랩이 들어있는 형태로 1980년대 초반 미국의 힙합 음악의 작법을 인용했다. 이후 서태지와 아이들, 듀스, 현진영 등이 등장하며 한국의 음악 사회는 크게 변화한다. 대중에게 힙합이라는 문화가 생소했던 1990년대에 힙합을 대중에게 본격적으로 알린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춤을 같이 선보이기에 정통 힙합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90년대 후반에 지누션, 드렁큰 타이거, 김진표 등이 출연한다. 이들은 정통 힙합 사운드와 랩만으로 이뤄진 작업물을 선보이며 미국 본토의 힙합을 느낄 수 있었다. 이들의 뒤를 이어 2000년대에는 에픽하이, 다이나믹 듀오 등이 등장하며 단지 그들의 문화라기보다는 대중이 즐길 수 있는 곡을 만들어 냈다. 힙합은 남성의 문화가 아니었다. 그룹 업타운에 속해있던 윤미래는 만 15세에 데뷔하며 보컬과 랩 모든 장르를 사로잡았다.

PC 통신 시절 힙합에 관심이 있던 래퍼들은 믹스테이프(음악 유통 사이트가 아니라 온라인상에서 무료로 공개되는 노래) 등을 내며 그들만의 공간을 만들어 냈다. 가장 활성화된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는 ‘사운드 클라우드’다. 사운드 클라우드는 자신이 개발한 음원이나 타인에게 허가를 받은 음원을 자유롭게 공유할 수 있고, 들을 수 있다.

 

방탄소년단의 사운드 클라우드/ 출처: 사운드 클라우드
방탄소년단의 사운드 클라우드/ 출처: 사운드 클라우드

해외에서는 포스트 말론, 릴 펌 등이 사운드 클라우드를 통해 데뷔했다. 해외 사운드 클라우드에서는 전자음악이 강세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힙합이 강세다. 팔로워 수는 적어도 조회 수는 1000 이상 올라가는 경우가 많을 정도로 음악에서의 등용문 역할을 하고 있다. 실제로 ‘H1GHR MUSIC’의 박재범은 트레이드 엘의 사운드 클라우드를 보고 그와 계약을 맺었다.

이후 힙합에 불이 붙은 것은 힙합 프로그램의 등장이다. 2012년 엠넷(Mnet)에서 ‘쇼미더머니(SMTM)’를 방영했고 이것이 시즌제로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쇼미더머니’는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는 볼 수 없는 방식을 사용해 기존 오디션 프로그램과의 차별화에 성공했고 이는 흥행으로 이어졌다. 시즌 3부터는 ‘슈퍼스타K’의 시청률도 넘어설 정도로 화제가 됐다. 시즌 3에서는 우승자 바비의 ‘가드 올리고 Bounce’가 실시간 차트 1위를 찍으며 힙합의 위력을 다시 보여줬다.

어른들에게만 인기가 있던 것은 아니다. ‘쇼미더머니’의 출연진을 보면 중·고등학생, 심지어 초등학생도 참가자로 등장한 경우가 많았다. 엠넷은 이를 파악하고 고등학생 래퍼만 출연할 수 있는 ‘고등래퍼’ 힙합 서바이벌을 제작했다. 2017년 2월에 첫 방영을 했고, ‘쇼미더머니’와 동일하게 시즌제로 현재까지 방영 중이다. ‘쇼미더머니’에 비해 화제성과 음원 차트 순위는 낮지만, 학생들에게 힙합에 대한 접근성을 낮춰줬다는 점에서 호평을 듣는 프로그램이다.

힙합을 하는 ‘래퍼’가 많아지며, 단순히 말을 빠르게 하는 것이 랩이라는 고정관념이 사라졌다. 랩 가사에 멜로디를 얹어 노래하듯 랩을 하는 ‘싱잉 랩’이 등장했고, 이를 주로 하는 아티스트인 DEAN, 헤이즈, 크러쉬 등이 인기를 끌었다. ‘클라우드 랩’이라는 장르도 있다. 클라우드 랩은 구름처럼 느리고 몽환적인 비트나 그러한 비트에 흐느적거리며 랩 하는 곡들이 대다수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아티스트로는 디보, 오케이션, 루피 등이 있다. 힙합의 폭이 더 넓어진 것이다.

 

유튜브의 활성화로 더 커진 힙합 

이런 대중매체를 통해서만 힙합이 대중에게 알려진 것은 아니다. 유튜브 ‘딩고 뮤직’이 만든 ‘딩고 프리스타일’은 힙합 위주의 음악을 다루는 채널로 특정 레이블 혹은 크루, 아티스트와의 음원 발매 및 예능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채널이다. 시리즈는 레이블 혹은 크루 별로 제작돼 있다. 첫 시리즈는 ‘H1GHR MUSIC’ 편으로, 음원으로는 ‘iffy’가 제작됐다. 그 뒤로 ‘INDIGO MUSIC’과의 협업으로 ‘Flex’와 ‘띵’을 발매했다. ‘flex’는 TOP 100 누적 6,189시간, ‘띵’은 실시간 차트 1위를 찍는 등의 성과를 보였고, 이 콘텐츠는 2018년도 힙합의 최대 이슈에 올랐다.

 

'INDIGO MUSIC'과 딩고의 협업곡인 '띵'의 앨범 커버 이미지. /출처: 딩고
'INDIGO MUSIC'과 딩고의 협업곡인 '띵'의 앨범 커버 이미지. /출처: 딩고

딩고 뮤직은 젊은 아티스트 뿐만 아니라 이미 힙합 장르에서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사람들을 섭외하기도 했다. ‘둘도 없는 힙합 친구 : DAMOIM’이라는 시리즈에는 염따, 더콰이엇, 딥 플로우, 팔로알토, 사이먼 도미닉 등 84년생 래퍼들이 대거 출연했다. 이들은 각 레이블을 맡고 있는 사장으로, 그들이 한 프로그램에 출연한다는 것이 큰 이슈가 됐고 발매한 음원 또한 큰 인기를 끌었다. 그 중 ‘아마두’는 최고 순위 2위를 달성하고, 크리스마스 캐롤송으로 SNS상에서 화제가 됐다. 12월의 음악 차트는 팝송이나 국내 크리스마스 캐롤 등으로 구성돼있다. 그 가운데 래퍼들의 협업 곡이 차트에 있는 것은 드물었기에 이러한 기록이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

 

힙합이 아이들에게 좋지 않다고? 

힙합 음악은 다른 음악 장르와 달리 욕설이 많이 등장한다. 'K팝 스타'와 같은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는 한 번도 등장하지 않을 욕설이 '쇼미더머니'에서는 거의 매 회 등장한다. 또한, 다른 가수에 비해 래퍼들의 대마 흡연이 적발된 경우가 많았다. 

또한, 그들의 문화인 '디스 문화'도 대중에게 부정적인 시선을 받기 충분했다. 디스 문화는 래퍼들끼리 노래를 만들어내며 서로를 비난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디스전은 스윙스, 개코, 이센스 등이 참여했던 '컨트롤 디스전'이다. 래퍼 블랙넛은 래퍼 키디비에게 노골적인 성희롱 가사가 담긴 디스곡을 발매해 고소를 당했다. 잦은 욕설, 대마 흡연, 부정적인 디스전 등의 이유로 '힙합' 자체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현재 힙합은 하나의 장르로서 인정받고 있다. 힙합이라는 하위문화가 이렇게까지 될 수 있었던 것은 여러 래퍼의 노력 덕분이었다. 힙합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 'FLEX'는 자신의 부, 명예를 과시하는 것을 뜻한다. 이 용어가 등장한 초반에는 괴리감 등으로 인해 힙합을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도 많았다. 지난 2월, 래퍼 이영지는 스마트폰 케이스를 판매한 수익금 전액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했다. 수익금 전액인 1억4천만원을 기부한 것이다. 래퍼 사이먼 도미닉은 아동학대로 숨진 '정인이 사건' 추모에 5천만원을 기부했다. 이런 래퍼들의 행보로 'FLEX' 문화는 대중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고, 이는 힙합 전체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킬 수 있었다. 

 

하나로 정의할 수 없는 힙합

힙합 장르는 음악뿐만이 아니다. 춤, 미술 등 다양한 장르를 갖고 있다. 춤에서의 힙합은 ‘스트릿 댄스’를 의미한다. 스트릿 댄스 안에는 팝핑, 왁킹, 비보잉 등이 속한다. 미술에서의 힙합은 ‘그래피티’를 가리킨다. 그래피티는 각종 건물의 벽이나 다리의 기둥 등에 벽화를 그리는 것을 말한다. 미국의 ‘히피 문화’에서 퍼져 나온 것으로, 이제는 이것을 예술의 일원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만큼 완성도가 높기 때문이다.

힙합은 이제 정의할 수 없을 정도로 폭이 넓어졌고, 대중들이 선호하는 정도도 예전에 비해 커졌다. 힙합 장르의 음악이 실시간 차트 1위를 하는 것, 유튜브 실시간 조회 수 1위를 차지하는 것은 이상한 것이 아니다. “말 빠르게 하는 것이 무슨 음악이냐”고 하던 시대는 지났다. 음악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더 다양한 음악이 나올 수 있도록 그들의 문화를 존중해야 하는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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