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하지 않은 재미, 펀슈머 마케팅
뻔하지 않은 재미, 펀슈머 마케팅
  • 최은규 기자
  • 승인 2021.08.23 11: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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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잼비' 따지는 펀슈머를 겨냥한 마케팅

선 넘은 펀슈머 마케팅, 안전사고로 이어져

과시적, 충동적 소비 발생

출처: 픽사베이
출처: 픽사베이

[한국연예스포츠신문] 최은규 기자 = 모바일 빅데이터 분석 솔루션 '모바일인덱스'가 지난 3일 2021 상반기 모바일 앱 사용자 수를 조사한 결과 인스타그램이 1,934만 명, 페이스북이 1,364만 명을 기록했다. 또한, 2020년 7월과 2021년 6월의 인스타그램 사용자 수를 비교한 결과 약 200만 명이 증가했다. SNS 앱이 발달하면서 소비자들은 자신이 구매한 상품에 대한 후기를 SNS를 통해 공유했고 더 많은 팔로워와 공감을 얻기 위해 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재미있는 상품에 관심 가지기 시작했다. 이렇게 소비 과정에서 재미와 만족 모두 추구하는 소비자를 재미(Fun)와 소비자(Consumer)를 합성한 단어인 '펀슈머'라고 부른다.

펀슈머가 증가함에 따라 기업들은 펀슈머를 중요한 소비 주체로 인식해 재미를 강조하는 '펀슈머 마케팅'에 뛰어들었다. 2000년대 초반, 재미있는 CM송을 만들거나 오프라인 체험존을 운영하는 형태와 같이 기업에서 제공하는 펀 요소를 소비자들이 소비하는 '기업 중심형 펀 마케팅'과는 다르다. 2010년대의 펀슈머 마케팅은 소비자가 직접 SNS를 활용해 기업이 제공하는 이벤트에 참여하며 즐기는 '소비자 참여형 펀 마케팅'이다.

 

다양한 형태의 펀슈머 마케팅

펀슈머 마케팅을 통해 탄생한 제품은 크게 3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인터넷이나 일상생활에서 유행하는 트렌드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어 제품이 출시되는 경우이다. 그 예시로 2019년 3월 팔도에서 출시한 '괄도네넴띤' 한정판 제품이 있다. 괄도네넴띤은 신세대 사이에서 유행했던 '멍멍이'를 '댕댕이'로 부르는 식의 모양이 비슷한 한글로 바꿔 쓰는 '야민정음' 유행에 따라 개발되었다. 이 외에도 CU는 뉴트로(복고풍이 새롭게 유행하는 현상) 열풍에 따라 지난해 대한제분, 세븐브로이와 협업해 '곰표 밀맥주'를 출시했다.

이러한 제품들은 SNS를 중심으로 '인증샷' 문화가 확산된 지금, MZ세대를 통해 SNS에서 크게 유행하며 화제가 되었고 그 결과 기업들은 매출 상승의 효과를 누렸다. '곰표 밀맥주'는 첫 판매 이후 하루 평균 17만캔씩 판매되며 CU에서 맥주 매출 1위를 기록 중이다.

출처: CU 인스타그램
출처: CU 인스타그램

다른 하나는 소비자의 의견을 반영해 출시하는 경우이다. 지난해 SNS에서 크게 유행했던 '파맛 첵스'는 2004년 농심켈로그가 제품 홍보를 위해 진행했던 '첵스 초코 나라의 대통령 투표' 이벤트에서 탄생되었다. 투표 과정에서 소비자들은 파맛 첵스에게 많은 지지표를 던졌지만, 최종 투표 결과 파맛 첵스가 2위로 발표되자 네티즌 사이에서 켈로그의 선거조작, 부정선거라는 밈(meme)이 퍼졌고 그 밈이 16년 동안 이어져 파맛 첵스가 출시되었다. 이와 마찬가지로, 롯데제과의 기존 '수박바'의 빨간색 부분과 초록색 부분의 위치를 바꾼 '거꾸로 수박바'와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의 액상 소스만 판매하는 '불닭 소스' 또한 소비자의 지속적인 요구를 반영해 출시된 펀슈머 마케팅 제품이다.

이러한 마케팅을 통해 기업들은 소비자의 기대심리를 활용해 고객들과 소통하는 친근한 이미지로 다가갈 수 있고 펀 요소에 대한 소비자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한다. 또한, 소비자들은 자신이 낸 아이디어가 제품으로 출시되는 것을 보면서 재미를 느껴 제품에 대한 호응도가 높아진다. 이에 따라 '파맛 첵스'는 완판은 물론, 첵스초코 브랜드 판매량이 2배 성장하며 시리얼 전체 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했다. 농심켈로그 측은 "앞으로도 소비자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며, 제품개발과 재미있는 마케팅 활동을 이어나가겠다"고 밝혔다.

출처: 농심켈로그 블로그
출처: 농심켈로그 블로그

또 다른 하나는 과거 단종된 상품을 재출시하는 경우이다. 소비자들은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상품이 단종된 것에 대해 큰 아쉬움을 보였고 다시 먹어보고 싶다는 내용의 게시물이 SNS상에서 퍼지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소비자들의 향수를 자극해 높은 관심을 얻을 수 있는 상품을 재출시했다. 2006년 생산 중단했던 해태제과의 '토마토마 아이스크림', 오리온의 '와클'과 '치킨팝' 등이 그 예이다.

재출시된 제품들에 대해 소비자들은 "어렸을 때 많이 먹던 제품이 재출시되어 너무 반갑다", "추억의 맛을 다시 느낄 수 있어서 좋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치킨팝'은 재출시 이후 단종 이전 대비 30% 가량 높은 월 평균 매출을 올리며 뜨거운 반응을 얻기도 했다.

 

기업이 유의해야 할 점은?

펀슈머 마케팅으로 인한 매출 상승에도 불구하고 제품에 대한 호의적인 반응만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떤 부정적인 반응이 있었고 그를 개선하기 위해 기업이 유의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

 

① 다양한 소비자들의 의견 반영

일부 소비자들은 펀슈머 제품의 질에 대해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최근 곰표 밀맥주를 구매한 소비자 A씨는 "새로 출시된 곰표 맥주 패키지가 예쁘고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많아 사봤는데 기대했던 것보다 맛이 좋지 않아 실망했다"고 말했다. 또한, 재출시된 제품에 대해 실망감을 표출하기도 했다. 와클을 구매한 일부 소비자들은 "재출시되기를 기다렸지만 모양부터 맛까지 모두 변했다", "요즘 트렌드에 따라 바꾸지 말고 예전의 맛 그대로 재출시하면 좋겠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제품의 화제성과 재미 요소보다 퀄리티와 효율성을 더 추구하는 소비자들도 있어 모두를 만족시키지 못하게 된 것이다.

기업들은 트렌드에 따라가기만 할 것이 아니라 재미와 효율성 측면에서 모두 만족을 줄 수 있는 제품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며, 다양한 소비자들의 의견 모니터링을 통해 제품 개발 및 개선에 힘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② 안전사고에 대한 윤리의식 필요

가격 대비 재미를 추구하는 '가잼비'가 하나의 소비 트렌드가 되면서 재미와 위험의 경계를 넘나드는 제품이 무분별하게 출시되어 '선 넘은 펀슈머 마케팅'이 화두에 올랐다. LG생활건강과 서울우유가 협업해 출시한 '서울우유 밀크 파우더향 바디워시'는 바디워시를 우유인 줄 알고 잘못 구매할 위험이 커 논란되었고, 실제로 일부 마트에서는 이 제품을 우유 판매 라인에 같이 진열해 더욱 심각한 문제가 되었다. GS리테일과 모나미의 '모나미 매직 스파클링'과 CU '말표 초코빈'은 인체에 유해한 제품의 모양을 띠고 있지만 안에는 식품이 내장되어 있어 이러한 펀슈머 마케팅 제품에 익숙해진 어린이·노인·만취자가 인체에 치명적인 제품을 식품으로 오인하고 먹을 수 있다는 것이 큰 문제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15년부터 3년 동안 접수된 생활화학제품 관련 어린이 안전사고는 모두 200건으로, 먹거나 마시는 사고가 전체의 77.5%에 달했으며 사고 발생 횟수가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어른들도 헷갈릴 정도인데 어린이들은 실제 식품으로 생각할 수 있어 매우 위험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에 따라 지난 7월 24일, 펀슈머 제품의 안전사고 발생을 방지하기 위한 '화장품법 개정안'이 통과되었다. 개정안은 식품으로 오인 가능한 화장품의 판매를 제한하며 '식품 등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에 따라 생활용품 등과 유사한 식품의 표시·광고를 금지한다. 이는 공포 후 1개월 이후부터 바로 시행되며 위반할 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앞으로 기업들은 펀슈머 마케팅 제품 개발 시 약자를 배려하는 입장과 안전사고 발생 우려에 대한 윤리의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한 소비자는 "매출 상승에만 급급하지 말고 생각을 깊게 하고 만들었으면 좋겠다. 펀슈머 마케팅 인기에 따라 마구잡이로 콜라보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소비자가 유의해야 할 점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펀슈머 마케팅 제품은 일회적이고 단발성인 이벤트를 통해 출시되는 한정판 제품인 경우가 많다. 이런 특성 때문에 다수의 소비자들은 '예쁜 쓰레기' 상품을 과시적, 충동적으로 소비하기 쉽다. 특히 주 소비자층인 MZ세대는 성능이나 효율성을 따지기보다 자신의 취향에 따라, 남들에게 공유하기 위한 목적으로 소비하는 경향이 있다.

인스타그램에 '#곰표맥주'를 검색하면 구매 인증 게시글이 쏟아진다. 사람들은 취향을 타는 맥주 맛과 별개로 유행하는 상품을 소비하고 SNS에 공유하면서 만족감을 느낀다.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썸트렌드'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올해 5월까지 곰표맥주의 연관 검색어를 분석한 결과, '귀하다', '힘들다', '득템', '품절' 등이 대표적이었다.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는 품절 대란을 일으킨 펀슈머 제품이 고가에 거래되기도 한다. 이처럼 소비자들의 눈길을 끄는 데는 희소성이 크게 작용한다. '희귀템'이라는 인식이 소비자들의 소장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제품을 구매하기 전에 희소성에 넘어가 불필요한 소비를 하고 있지는 않은지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이 필요하며 '가잼비'보다 '가성비'를 따지는 합리적인 소비 자세를 가져야 한다.

 

뻔함보다 색다른 'fun'을 추구하는 펀슈머 마케팅, 호응도 많이 얻었지만 그만큼 시끄러운 문제들도 많았다. 기업은 제품 출시에 앞서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 등 다양한 측면을 고려하고 소비자들의 피드백을 수용해 재미와 효율성 모두 갖춘 제품을 개발하기 위한 노력을, 소비자는 너무 유행에 따르기보다 불필요한 과소비를 줄이고 효율적으로 소비하는 자세를 갖춰 올바른 마케팅 트렌드를 만들어가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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