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계의 도핑, 개인의 선택에 앞서 국가적 개입이 있다?
스포츠계의 도핑, 개인의 선택에 앞서 국가적 개입이 있다?
  • 이효진 기자
  • 승인 2022.03.14 11: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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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라는 명칭이 쓰이게 된 이유는?

국가에서 조직적으로 도핑 조작...

도핑문제는 우리 사회가 해결해나가야 할 숙제

[한국연예스포츠신문] 이효진 기자 = 언제부턴가 우리는 올림픽에서 ‘러시아’라는 국가의 이름을 볼 수 없었다. 물론 러시아의 국기와 시상식에서 흘러나오는 국가도 마찬가지였다. 불과 지난달에 폐막한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도 러시아 국가대표 선수들은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라는 명칭과 낯선 국기를 달고 올림픽에 참가했다.

원인은 다름 아닌 도핑 때문이었다. 2016년, ‘세계반도핑기구(WADA)’에 의해서 러시아가 국가적 차원에서 주도한 도핑 조작 사건이 밝혀졌다. 이로 인해 러시아 선수들은 국제 대회에서 '러시아'라는 국호를 사용하지 못하게 되었지만,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라는 명칭을 사용해 개인자격으로 국제대회에 출전하는 것은 가능했다. 러시아의 도핑 조작사건에 대한 이러한 솜방망이 처벌은 결국 러시아가 지금까지도 올림픽 무대에 설 수 있게 하는 결과를 낳았다.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도 여전히 러시아의 도핑 문제는 뜨거운 감자다. 그렇다면 도핑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출처: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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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에게 생소한 도핑, 무엇인가?

도핑(doping)은 운동선수가 일시적으로 경기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금지된 약물을 복용 또는 주사하는 것을 의미한다. 도핑의 종류는 워낙 다양해서 정확한 수를 파악할 수는 없지만, 그 중에서 ‘아나볼릭 스테로이드제’가 대표적인 도핑제로서 잘 알려져 있다. 이 약물은 남성 호르몬을 임의적으로 분비시켜 근육을 발달시켜주는 동화 작용제이다.

이처럼 도핑 약물이 단순히 근육을 발달시킨다는 점만 봤을 때, 도핑은 인간의 신체적 한계를 뛰어넘게 해주는 좋은 수단이 아닌가하는 착각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전 세계에서 도핑을 강력하게 제재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선수의 생명에 위협적이기 때문이다. 도핑의 심각한 부작용과 위험성은 이미 공공연히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도핑을 인간의 몸에 주입하게 되면 심하게는 심장마비나 뇌종양, 뇌줄중, 간암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며 이외에도 우울증, 탈모, 불임 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실제로 ‘1960 로마 올림픽’에서 몸에 도핑을 주입한 사이클 선수가 경기 도중에 쓰러져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출처: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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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핑은 개인의 선택이 아닌 국가가 주도한다?

도핑은 선수 개인의 욕심에 의해 투약되기도 하지만, 그보다도 더 심각한 문제는 국가적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도핑을 주도한다는 것이다. 동독의 여성 투포환 선수인 안드레아스 크리거는 국가가 주도한 도핑 스캔들의 대표적인 희생양이었다. 동독은 당시 올림픽에 출전한 국가대표 선수들 중 142명에게 약물을 투여했을 만큼 도핑이 만연한 사회였다. 특히 안드레아스 크리거 본인 스스로도 모르게 주입된 ‘단백동화 스테로이드제’라는 약물은 남성 호르몬을 과도하게 분비시키는 부작용을 지녔고, 결국 그녀는 은퇴 후 여성에서 남성으로의 성전환 수술을 강행해야만 했다. 국가의 조직적인 도핑스캔들은 한 선수의 인생을 송두리째 앗아갔다. 

이번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러시아의 피겨스케이팅 선수인 발리예바도 또 한 번 전 세계를 도핑 스캔들로 떠들썩하게 했다. 지난해 12월에 개최된 러시아선수권대회 당시, 발리예바의 소변 샘플에서 금지약물 성분인 ‘트리메타지딘’이 검출되었단 사실이 밝혀지면서 그녀는 전 세계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발리예바에게서 검출된 ‘트리메타지딘’이라는 성분은 혈류량을 늘려 지구력 증진에 도움을 주는 흥분제이다. 그러나 ‘스포츠중재재판소(CAS)’는 치열한 공방 끝에 선수의 손을 들어주면서 발리예바는 올림픽에 계속해서 출전할 수 있게 되었고, 끝내 개인전 4위라는 높은 순위에 올랐다. 

과연 16세의 어린 소녀가 자신의 몸에 금지약물을 주입하기를 스스로 선택했을까? 이에 대해 현재 외신들과 대중들은 선수의 주변인들인 코치진, 의사, 관계자들 더 나아가 러시아라는 국가 전체에 주목하고 있다. 과거 러시아가 국가적 차원에서 조작한 도핑 사건에 미루어 볼 때, 이번 발리예바의 도핑 논란의 경우도 조직적인 도핑 사건일 가능성을 아예 배제할 수는 없는 것이다.


도핑에 대한 국내외 대응방식

그렇다면 스포츠에서 도핑에 대한 대응은 어떠한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을까? 스포츠에 계속되는 도핑논란과 잇다른 공정성 문제에 힘입어 1999년에 ‘세계도핑방지기구(WADA)’가 설립되었다. ‘세계도핑방지기구(WADA)’는 선수 모두가 공정하고 건강한 경쟁을 펼칠 수 있도록 2004년에 ‘세계도핑방지규약’을 새롭게 제정해 공포했다. 특히 2015년, 세 번의 개정 끝에 탄생한 ‘세계도핑방지규약’에는 기본도핑방지규정 위반에 다른 선수자격정지 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강화, 공모하는 행동에 대한 금지규정을 신설, 규정 위반에 대한 혐의 입증 기한을 8년에서 10년으로 강화하는 등 도핑에 대한 강력한 규제가 명시되어 있다.  

국외뿐만아니라 국내에도 도핑에 대응하기 위해 ‘세계도핑방지기구(KADA)’의 가맹기구이자 국민체육진흥법에 설립 근거를 둔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가 존재한다. 이처럼 도핑을 제재하기 위한 여러 노력들이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이뤄져왔지만 정작 확실한 제재가 이루어져야 할 곳에는 국가 이해관계 등을 사유 삼아 흐린 눈을 뜨는 모습이 현실이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막을 내리고 세계인의 축제라고 불리는 올림픽의 존재이유와 그 의미를 다시 한 번 묻게 되는 요즘이다. 세대를 거듭할수록 올림픽 정신이 더욱 강조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메달의 색과 순위만을 바라보는 잔재들 또한 여전히 남아있다. 이러한 우리 사회의 모습이 수많은 희생양을 만들어낸 건 아닐지, 과연 올림픽 메달이 그만한 가치가 있는 것일지, 도핑과 관련한 문제는 앞으로도 꾸준히 관심을 갖고 풀어나가야 할 우리 사회의 큰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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