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기자's 인터뷰] "후배 코미디언들이 설 수 있는 자리를 더 넓히고 싶어요" 아픔 딛고 날아오른 '숏박스'
[광기자's 인터뷰] "후배 코미디언들이 설 수 있는 자리를 더 넓히고 싶어요" 아픔 딛고 날아오른 '숏박스'
  • 박주광 기자
  • 승인 2022.03.30 09: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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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연예스포츠신문] 박주광 기자= 지난해 10월 30일 첫 영상을 게시한 지 5개월 만에 '숏박스'는 구독자 125만명(3월 28일 기준)을 보유한 대형 채널로 성장했다.

이들의 콘텐츠는 오로지 연기.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5분 분량의 콩트 코미디는 단숨에 구독자들을 사로잡았고, 마니아층에 신규 유입도 빠르게 늘면서 이젠 신규 콘텐츠가 곧바로 인기 동영상 상위권에 오르고 있다.

'숏박스' 성공 비결은 '개콘' 방청객을 구독자로 전환시킨 데에 있다. 옆 사람을 치면서 함께 웃는 공감, 주옥같은 대사는 따라하게 되는 중독성을 고스란히 담았다.

720만 조회수에 이르는 '장기연애' 시리즈는 11년을 만난 연인이 생일선물을 치킨으로 퉁치고, 모텔에서 말 그대로 숙면만 취하는 모습으로 장수 커플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우리 얘기 아니냐"는 댓글이 이어지고 마블시리즈에서나 볼 법한 초 단위 분석과 숨은 의미 찾기에도 열을 올린다. '숏박스'의 구독자들은 알아서 즐거움을 배가시키는 웃음 파이프라인을 만든 셈이다.

KBS 개그맨 출신임을 알리지 않은 것도 이들의 성공을 뒷받침했다. SNS 클립 영상 등을 통해 "재밌는 유튜버"로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자 이들의 천재적 재능과 배우 뺨치는 연기력에 환호하는 반응이 쏟아졌다. 이후 개그맨이라는 사실이 알려진 뒤에는 무대를 옮겨서도 개그 열정을 불사르는 모습에 응원한다는 댓글도 잇따르고 있다.

처음부터 '개그맨'을 전면에 내세웠다면 '개콘'식 개그, 또는 개그맨 출신 유튜버 콘텐츠에 대한 고정관념이 장애물이 됐을지도 모른다. 어렵게 얻은 KBS 공채 개그맨 타이틀을 내려놓고 그냥 '웃긴 사람들'로 돌아간 과감한 결정이 '숏박스'라는 대형 유튜버를 만들었다.

사진= 유튜브 채널 '숏박스'/ 김원훈 SNS

Q. 엄청난 관심을 받고 있는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믿기지 않는 나날들이에요.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콘텐츠 제작에 공을 들이고 있어요. 기획과 대본 수정을 반복하고 있거든요. 또 진세, 지윤과 시간 날 때마다 모여 콘텐츠에 관한 회의를 해요” (김원훈)

“행복하다는 생각 밖에 안 들어요. 또 주변에서 너무 많은 축하를 해주셔서 빨리 보답을 해드리고 싶은 마음이에요” (조진세)

“외출하면 팬분들께서 정말 많이 알아봐 주세요. 지하철에서도 팬분을 만난 적이 있어요. 꿈만 같은 경험들을 하는 중이에요” (엄지윤)

Q. ‘숏박스’ 결성 계기와 채널명이 담고 있는 의미는 무엇인지.

“진세와 함께 2019년 1월부터 ‘우낌표’라는 채널을 운영해 왔어요. 하지만 생각보다 큰 관심을 받지 못해서 콘텐츠 제작에 대한 회의감을 느꼈어요. 이것이 이어지다 보니 슬럼프가 오더라고요. 그러던 중 ‘숏박스’라는 채널을 시작해 상황극을 올리자고 마음 먹게 됐고, 둘이서만 콘텐츠를 제작하는 데 한계가 느껴져 연기파 개그우먼 엄지윤을 섭외했어요” (김원훈)

“ ‘숏박스’는 ‘짧은 이야기를 담는다’는 뜻이에요. KBS 공채 26기 개그맨 임우일 선배가 아이디어를 주셨어요. 감사하다는 말씀드리고 싶어요” (조진세)

사진= 개그우먼 엄지윤/ 엄지윤 SNS

Q. 지윤님은 중간에 합류했어요. 유튜브를 함께 하자는 연락이 왔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크게 고민 안했어요. “Ok, Ok, 좋아, 좋아, 좋아, 뭐든지, 뭐든지” 이렇게 말하며 합류했죠. 평소 ‘선배들 영상 재밌는데 왜 안 뜨지?’라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차라 더 함께 하고 싶었어요. 선배들이 자극적인 콘텐츠는 하지 않고 개그에만 초점을 둘 거라고 말한 것도 좋았죠" (엄지윤)

Q. ‘장기연애’ 시리즈의 인기를 예상했는지?

“기획 회의를 하고, 연기할 때 재미있다고 생각은 했지만, 이 정도로 많은 관심을 둬 주실 거라고는 전혀 예상 못 했었어요. 그래서 조회수가 상승한 것을 보고 ‘유튜브에 오류가 났나’라고 생각했어요. (웃음)” (엄지윤)

Q. ‘장기연애’ 시리즈 아이디어는 어디서 시작됐는가.

“주변에 오랜 만남을 이어오고 있는 커플들이 많아요. 그분들을 보고 무미건조한 사랑을 담으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죠. 사실 첫 시작은 남자가 애인 앞에서 트림을 하는 상황극이었어요. 이걸 엄지윤이 ‘우리 그냥 헤어질까’라며 받아쳐 줬는데, 재미있어서 흐름을 이어갔어요. 그러다 보니 처음에는 ‘장수 커플의 이별’이었지만 회의를 거치다 보니 ‘장기연애를 통해 단단해진 관계’가 됐어요” (조진세)

“십년지기 친구와 함께 살고 있는데, 그 친구와 평상시에 나누는 대화들을 대사에 녹였어요. 사귀는 관계가 오래가면 우정과 같은 형태를 하는 것 같더라. 많은 시청자분들이 대사나 사소한 디테일에 공감해 주시는 것을 보고 뿌듯했죠” (엄지윤)

사진= 개그맨 김원훈/ 김원훈 SNS

Q. 생활 속 디테일을 엄청 잘 녹이셨던데, 모두 의도한 건지?

"모두는 아니에요. 대본의 디테일을 살리기 위해 회의 때 서로의 경험을 계속 말해요. 그러다 두 명 이상이 공감하면 대본으로 옮겨지죠. 예를 들어 <마감 30분 전>에 나오는 디자이너와 스텝의 캐릭터 설정은 세 명 다 공감하는 디테일이었어요" (조진세)

"의도하지 않은 디테일은 <예쁜 카페> 편에서 제가 크로플을 가지러 총총총 걸어가는 장면이죠. 평소 제 모습이 나온 건데 댓글에서 여자들의 디테일이라고 적혀 있더라고요." (엄지윤)

"<대실> 편에서는 제가 화장실 문을 닫지 않고 나오니까 지윤이가 문을 닫으라고 해요. 원래 없던 장면인데 그 대사를 듣고 찰나에 뒷걸음질 치는 장면이 마음에 들어서 넣게 되었어요" (김원훈)

Q. 구독자가 급격하게 늘며 콘텐츠 제작에 달라진 부분이 있는지?

"감사한 부담을 느끼고 있어요. 한두 시간 만에 아이디어를 짜서 바로 촬영했던 것들도 있는데 이제는 그렇게 하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수정도 많이 거치고 촬영 현장에서도 한 번 더 생각하며 자체 컨펌 과정이 늘었어요" (조진세)

"1시간 만에 찍은 콘텐츠가 많았는데, <장기연애> 시리즈를 기점으로 이제는 5~6시간씩 기본으로 찍고 있어요. 촬영 구도도 많아졌고요" (김원훈)

사진= 개그맨 조진세/ 조진세 SNS

Q. 영상 한 편 제작에 시간이 얼마나 소요되는지?

"장기연애 전에는 오전에 회의하고 오후에 촬영한 다음 편집까지 해서 다음 날 업로드했어요. <손흥민 어떡하냐>가 대표적이죠. 카메라 한 대로 다 찍고 있어요"(조진세)

"지금은 영상 한편에 4일에서 일주일 정도 걸려요. 많은 분이 관심 가져주시는 만큼 업로드를 자주 하고 싶은데 완성도를 생각하니 속도가 더뎌지고 있어요. 모든 일이 그렇지만, 개그도 시간을 많이 들이면 더 재미있어지니까요" (김원훈)

Q. 최근에 주변 반응은 어떤지?

"집에 들어가면 아빠가 갑자기 친구분들에게 전화를 해요. 그리고 저를 바꿔 주세요. 요즘 저를 홍보해 주시는 거에 중독되셨어요. 그동안 잘 챙겨드리지 못해서 이번에 큰 선물을 해드릴 예정이에요" (김원훈)

"얼마 전 엄마가 “모텔에서 찍은 거 되게 리얼하더라?”라고 말하길래 “그거 내 경험담이야”라고 장난을 쳤어요. 그때 웃던 엄마의 얼굴이 굳더라고요. (웃음) 그래도 주변에서 유튜브에 딸이 나온다고 하니까 좋아하시는 거 같아요" (엄지윤)

Q. 조회 수가 상승한 만큼 수익 상승도 엄청날 것 같은데.

“아직 정산이 안 돼서 알 수가 없어요. 정산 후에는 힘든 시기에 주변의 도움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그 감사함을 전하는 데 쓰고 싶어요” (김원훈)

사진= 박주광 기자 제공

Q. 높아진 관심 때문에 향후 콘텐츠 제작이 부담스럽지는 않은지.

“부담이 안 된다고 하면 거짓말이에요. 많은 사랑을 받는 만큼 콘텐츠의 양보다는 질을 높이려고 하고 있어요. 예전보다 더 신중해지는 부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조진세)

“기획, 촬영, 편집 다 우리가 하고 있어서 부족한 부분이 많아요. 이것 저것 찾아보면서 점점 채워가는 중이에요. 또 인원이 적다 보니 대본을 꼼꼼하고 철저하게 써야 촬영이 수월하게 진행되더라고요” (김원훈)

Q. 타 코미디언 출신 유튜브에 비해 성장세가 더뎠는데, 버틸 수 있었던 원동력은?

“2~3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포기하지 않았던 이유는 서로의 존재(김원훈)가 아닐까. 서른이 넘어가는 나이에 월에 50만 원도 벌지 못한다는 사실이 버거울 때가 많았어요. 하지만 선배가 있었기에 무너지지 않고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조진세)

Q. 앞으로의 계획이나 목표가 있다면?

“‘숏박스’를 시작으로 활발하게 활동해서 올해는 개인적인 인지도를 더 높여보고 싶어요. 인정받는 코미디언이 되는 것이 목표에요” (엄지윤)

”'숏박스’ 이외에 특별한 계획은 없어요. 채널을 발전시켜서 후배 코미디언들이 설 수 있는 자리를 더 넓히고 싶어요” (김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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