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미흡한 장애인 이동권 보장, 개선 필요
여전히 미흡한 장애인 이동권 보장, 개선 필요
  • 김연수 기자
  • 승인 2022.04.29 15: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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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이동권 보장 여전히 미흡

편 가르기 다툼 보다는 이해와 존중

 

자료출처:보건복지부 2020 장애인실태조사
자료출처:보건복지부 2020 장애인실태조사

 

[한국연예스포츠신문] 김연수 기자 = 2001년 오이도역 리프트 추락 참사 이후 20년이 지났다. 휠체어를 타고 지하철에 설치된 장애인용 수직 리프트에 올랐다가 일어난 사고이다.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2020 장애인 실태 조사’에 따르면 대한민국 장애등록 인구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08년 기준 2,137,226명에서 2020년 기준 2,622,950명으로 약 50만여 명이 증가했다. 장애인구는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이들을 위한 제도는 여전히 미흡한 점이 많다. 20년이라는 시간 동안 우리 사회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
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

 

장애인들이 겪고 있는 이동의 어려움, 1%가 누군가에게는 전부가 될 수 있다

앞서 공개한 장애인 실태 조사에 의하면 장애인의 39.8%가 교통수단 이용 시 어려움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버스, 택시가 불편해서'(52.6%), '장애인 콜택시 등 전용 교통수단 부족'(17.4%), '지하철 편의시설 부족'(12.1%)이 주된 이유이다. 버스‧편의시설 부족으로 인한 어려움 비율은 2014년, 2017년에 비해서 감소 경향을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장애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대중교통으로는 크게 버스, 지하철, 장애인 콜택시 등이 있다.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의 경우 저상버스를 이용해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 국토교통 통계누리에서 발표한 2020 기준 전국 저상버스 도입률은 27%다. 전체 시내버스 35,445대 중 저상버스는 9,840대에 불과하다. 지역별로 본다면 더욱 열악하다. 9,840대 중 절반가량인 4,272대가 서울에 집중되어 있다. 울산의 경우 저상버스는 104대로 전체 비중의 12.3%에 불과하다. 

 

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
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

 

2015년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은 2022년까지 서울시 내 모든 지하철 역사에 ‘1 역사 1 동선’ (출구부터 승강장까지 휠체어 리프트 없이 엘리베이터만으로 이동 가능한 동선)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2021년 12월 기준으로 여전히 283개의 역 중 21곳은 1 역사 1 동선이 불가능하다. 2022 서울시 예산안에서 예산이 제외되어 있어 설계 시작도 어려운 처지이다.  설령 이미 설치된 경우에도 노후화된 경우가 많아 불안정하다. 99% 설치가 완료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들이 가야 하는 곳이 1%에 해당하는 노선이라면 이들에게는 99%라는 숫자는 무용지물이다. 

이처럼 버스와 지하철, 택시에 따르는 많은 제약 탓에 콜택시와 같은 특별 교통수단에 의존하는 이들도 많다. 하지만 여기에도 한계점은 존재한다. 우선 특별 교통수단의 절대적 수가 부족하다. 서울 지역 장애인 콜택시는 698대, 이용자는 3만 9000여 명에 이른다. 관련법에 따라 확보해야 하는 법정대수(580) 대를 초과한 수치이긴 하지만 수요를 감당하기는 턱없이 부족하다. 50명의 장애인을 단 1대의 콜택시가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출퇴근 등 특정시간대에의 경우 콜택시를 이용하고자 하는 사람이 몰려 배차 대기 시간이 길어진다. 지역 간 이동에도 제약이 따른다. 특별교통수단을 관리하는 이동지원센터가 시군단위로 나누어져 있기 때문이다.  

 

이동권 보장이 중요한 이유 

장애인 이동권 보장이 중요한 이유는 이것이 장애인권 보장의 출발선이기 때문이다. ‘이동권’은 단순히 목적지로의 이동을 위한 편의제공이 아닌 타인 및 환경과 상호작용하며 삶을 영위하는 사회적 일부로서 삶을 가능하게 하는 기능적인 요소이다. 

‘장애인 이동권 연대’는 “이동권의 확보는 장애인에게 있어 생존의 전제적인 요소”라며 “궁극적으로는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완전한 참여와 통합을 이루기 위한 선결적인 요소”라고 말했다. 즉, 이동할 수 있는 권리만을 보장하는 것이 아닌 다른 권리보장의 출발선이라는 것이다. 이동권이 보장되어야 교육, 치료, 투표 등 다른 부수적 권리가 지켜질 수 있다. 

실제로 보건복지부가 진행한 2020 장애인 실태조사 결과 장애인의 32.4%가 최근 1년간 병의원에 가고 싶을 때 가지 못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된 이유로는 의료기관까지 이동 불편이 29.8%, 경제적 어려움 20.8%를 차지했다. 

장애인 이동권 미흡은 장애인 소외를 심화시킨다. 이동이 어려운 장애인은 비장애인에 비해 취업의 기회가 적고 이에 따라 열악한 경제적 상황에 놓일 가능성이 높으며 소득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경우가 많다. 또한 교육을 받기 위한 이동과 접근의 면에서 장벽이 존재할 경우 교육의 기회에서 소외될 수 있으며, 취미생활이나 여가생활 등 생활 전반에 걸쳐서 영향을 미치게 되고 결국에는 장애인의 삶의 질 저하로 귀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이들이 찾은 대안 '지하철 시위', 갈등과 해결방안

장애인들은 이동권 보장을 위해 국회 농성을 벌이거나 청와대 앞에서 집회를 벌이는 등의 운동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이러한 지속적인 요구에도 장애인 이동권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가 낮은 것이 현실이었다. 이에 이들이 찾은 대안은 다시 ‘지하철 시위’를 벌이는 것이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의 주도로 지난 1월부터 11월까지 6차례에 걸쳐 승하차를 반복하는 방식의 지하철 시위를 시작했다. 

투쟁 과정에서 다양한 차원의 사회적 갈등이 쏟아져 나왔다. 시위로 인해 열차가 지연된 것을 두고 장애인 권리 표시를 위해 다른 이들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되었다. 최관호 서울경찰청장은 “장애인의 권리 표시도 중요하지만 출근 시간대 시민의 출근을 방해하는 행위는 부적절하다”며 “본인의 권리만큼 타인의 권리도 존중받아야 한다는 게 원칙”이라고 말했다. 

또한 25일 서울교통공사는 박경석 대표 등 전장연 관계자들에 대해 전자교통방해 및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서울 혜화서와 남대문서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이에 박경석 대표는 “시민들의 이동이 늦어지는 문제에 대해서는 항상 죄송하고 사과드리고 있다”며 “사법의 잣대는 오히려 정부에 갖다 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제가 하나 처벌받아서 이동권이 보장되면 사형이라도 당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여기에는 언론의 문제가 한몫을 하고 있다. 장애인 이동권 시위의 본질은 사라지고 대립 갈등 구조만 강조해서 보도하는 행태가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지난 1일 모니터 보고서에서 “장애인의 이동권 보장 요구가 20년간 계속된 데에는 언론의 무관심도 한몫했다”라고 지적한 뒤 “갈등을 조장하는 보도가 아닌 공동체 내 대화와 타협을 통해 문제 해결 방안을 적극 이끌어내는 공론장으로서 역할도 중요하다”며 “(지하철 시위로 인한) ‘지각 속출’만 보도할 게 아니라 ‘지각 속출’을 막기 위해 사회 구성원들이 어떤 고민을 해야 하는지를 화두로 던지는 보도가 많아질 때 공론장은 비로소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애인을 위한 사회는, 궁극적으로 우리 모두를 위한 세상이 된다. 차별이 당연한 세상에서 평등으로 나아가는 길은 조금 불편하고, 또 누군가에게는 비합리적인 모습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의 상황처럼 편을 나누어 대결하는 갈등 상황으로 번지는 것은 올바른 방향이 아니다. 결국 우리 모두가 동등한 사회의 구성원이므로 서로를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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