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매니얼, 옛 감성에 위안받는 MZ세대
할매니얼, 옛 감성에 위안받는 MZ세대
  • 김규리 기자
  • 승인 2021.04.15 12: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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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픽사베이
출처: 픽사베이

[한국연예스포츠신문] 김규리 기자 = 최근 MZ세대(1980~2000년생 밀레니얼 세대와 1995~2004년생 Z세대)에게 '할매니얼' 열풍이 불고 있다. '할매니얼'은 할매(할머니의 사투리)와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세대)의 합성어로 젊은 세대에 스며든 옛날 감성이나 상품, 트렌드를 말한다. 

2012년 영화 '건축학개론'이 400만 관객을 돌파하고 하반기에 드라마 '응답하라 1997'이 옛 추억에 대한 그리움을 자아내면서 '90년대 복고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수년째 불어오는 복고 열풍이지만, 올해는 특히 MZ세대에게 각광받고 있다. SNS에는 #할미룩, #할미, #할매입맛 등의 게시물이 3만 개가 넘는다. 흑임자, 양갱 등 예로부터 즐겨왔던 간식거리나 옛날 사진에서 볼 수 있었던 과감한 패턴과 화려한 색상의 옷들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출처: 인스타그램 #할미입맛, #할미룩 검색
출처: 인스타그램 '#할미룩', '#할미입맛' 검색

실제로 10, 20대 소비자가 주로 이용하는 패션 플랫폼인 무신사 관계자는 "올해 1~3월 롱스커트, 카디건 제품군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70%, 164% 증가했다"라며 "A라인, 주름치마 등 옛 스타일 제품이 특히 많이 판매되었다"라며 할매니얼 패션이 유행하고 있음을 설명했다. 

스타벅스는 지난 1월 19일 2021년 새해 한정 메뉴로 선보인 '홀그레인 오트 음료'를 구매하는 소비자 중 20대와 30대의 비중이 70%라고 밝혔다. '홀 그레인 오트 음료'는 현미, 보리, 흑미, 백태, 검정콩, 검은깨 등의 통곡물이 들어간 오트우유와 백앙금을 넣거나 흑임자 찹쌀떡을 갈아 넣어 곡물맛을 느낄 수 있는 음료다. 오트우유를 활용해 우유를 마시기 어려운 채식주의자(비건)인 소비자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출처: 스타벅스
홀그레인 오트 음료 / 출처: 스타벅스

MZ세대가 할매니얼에 푹 빠진 이유는?

할머니를 뜻하는 그래니(Granny)와 패션 스타일을 의미하는 룩(look)을 붙인 신조어인 그래니룩의 대표 상품은 니트 카디건과 긴 스커트이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여러 가지 색상을 이어 붙이거나 초록, 빨강 등 강렬한 원색, 다채로운 패턴이나 자수 등이 들어간 제품이 인기"라고 말했다. 이어 "긴 기장의 주름 스커트는 체형을 커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활동성도 뛰어나 편안함을 중요시하는 최근 젊은 세대 패션 트렌드의 필수 아이템으로 여겨진다"라고 밝혔다. 이처럼 복고풍의 할매니얼 열풍은 따뜻함, 포근함 등을 불러온다. 

서울 을지로나 인사동에는 옛 감성을 불러오는 양갱 전문 카페, 양과자점 등이 있다. 쑥케이크, 팥 양갱 같은 디저트류부터 흑임자라떼, 녹차 등의 음료까지 주로 중장년층 입맛에 맞는 것으로 알려진 것들이 주메뉴이다. 전통 재료로 만들어지는 이러한 음식들은 특유의 쌉싸름한 맛과 향으로 젊은 세대가 잘 즐기지 않았지만, 최근에 우유와 함께 넣어 라떼로 먹거나 기존에 인기가 많았던 마카롱 등과 조합하며 새로운 맛으로 인식되어 젊은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대학생 A씨(20)는 "요즘 너무 달고 짠 음식들이 많아서 고소하고 자극적이지 않은 맛을 원하게 되는 것 같다"라며 "처음에는 좋아하지 않았지만, 은은한 단맛에 자꾸 찾게 된다"라고 밝혔다. 어르신들 선물용으로 사가던 여러 옛 디저트들이 '할매니얼' 열풍과 함께 젊은 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지난 5일 쿠키뉴스에서 하재근 대중문화 평론가는 할매니얼 열풍에 대해 "그 시절을 겪어보지 못한 세대에게 신선한 트렌드로 다가왔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지친 젊은이들이 옛 감성을 통해 마음에 위안을 받는 측면도 있다"라고 분석했다. '옛날 음식, 옛날 패션'이라고 한정지으며 고리타분한 옛것으로 여겨진 우리의 전통은 MZ세대에 새롭게 접근하며 하나의 '신선함'이 되었다. 또한, 어린 시절 할머니 댁에서 본 적이 있을 법한 따스하고 그리운 추억과 결합해 젊은 세대에게 힐링을 주기도 한다. 

더불어 한국외식산업학지에 따르면 디지털에 익숙한 젊은 세대가 낯선 아날로그 감성의 음식이나 공간에서 재미를 느껴 옛 감성이 담긴 제품들에 대한 수요가 높아진다고 한다. 이는 가격대비 성능을 뜻하는 '가성비'에 이어 심리적 만족을 추구하는 '가심비' 소비가 각광받는 추세와도 관계가 깊다. 대학생 B씨(23)는 "낡고 오래된 공간 속에서 커피 한잔을 마시며 느끼는 깊은 여운은 바쁜 일상 속에서 쉬어가는 기분이다." 라고 말하며 굳이 오래된 카페나 식당을 찾아가는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할매니얼 열풍에 발맞춰 선보이는 새로운 복고 마케팅

이처럼 유통가와 식품업계, 패션 업계 모두 '할매니얼' 열풍이 불어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젊은 세대에게는 새로움과 신선함을 주고 기성 세대에게는 추억과 향수를 전해주기에 많은 사람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고 분석한다. 

지난해 11월, 이마트24가 재작년 10월부터 작년 9월까지 찰옥수수, 쑥, 인절미 등 아이스크림 7종의 매출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4분기(36.1%)와 올해 1분기(31.0%)가 전체 매출의 67.1%를 차지했다. 따라서 이마트24는 흑임자 이천쌀콘을 출시해 흑임자의 고소한 맛과 이천 찹쌀의 쫀득한 식감을 동시에 즐길 수 있도록 했다. 관계자는 "할매니얼 세대의 입맛을 만족시키기 위해 흑임자에 이천쌀을 더해 고소함을 극대화했다"라고 밝혔다. 

흑임자이천쌀콘 / 출처: 이마트24
흑임자이천쌀콘 / 출처: 이마트24

 

인절미 호떡믹스와 흑임자죽 / 출처: CJ제일제당
인절미 호떡믹스와 흑임자죽 / 출처: CJ제일제당

그밖에도 지난 1월 16일 인절미, 달고나, 미숫가루 등과 관련된 복고풍 제품을 출시하는 식품업계 관계자는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복고 유행이 확대되면서 젊은 세대가 흑임자나 쑥 같은 전통 음식 재료에 대해 열광하고 있는 현상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절미나 달고나 같은 중장년층에게는 촌스러운 느낌을 줄 수 있지만, 오히려 젊은 세대에게는 이런 옛날 간식들이 신기하고 새로운 맛"이라면서 "식품업계들이 복고풍 재료로 신제품을 내놓는 이유도 젊은 소비자들까지 공략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복고 감성, 기업 마케팅에도 효과적

이처럼 MZ세대가 어르신 감성이 담긴 음식과 패션 이외에도 카세트 플레이어나 필름카메라같은 전자기기, 액세서리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유통업계에서는 수많은 할매니얼 관련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무선이어폰(갤럭시버즈 프로) 케이스를 복고 감성을 담아 새롭게 선보였다. 과거 출시되었던 기종인 애니콜 T100, 애니콜 E700을 본뜬 케이스를 출시해 MZ세대를 중심으로 '새롭다', '되게 귀엽다' 등의 뜨거운 반응을 불러 모았다. 

 

삼성 갤럭시버즈 프로 케이스 / 출처:
삼성 갤럭시버즈 프로 케이스 / 출처: 삼성전자

아날로그 감성을 담을 수 있는 대표적인 제품인 '필름카메라'는 몇 년째 꾸준히 인기를 모으고 있다. 대학생 C씨(20)는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은 여러 장을 찍어 그중 잘 나온 사진으로 사용하는데 필름카메라는 다시 찍을 수 없기 때문에 한장 한장 그 순간을 잘 담아내기 위해 노력한다."라며 "인쇄되는 동안 기다리는 시간 또한 설렘이 존재하기에 매력을 느꼈다"라고 필름 카메라가 유행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러한 마케팅이 늘어나고 있는 것에 대해 IT업계 관계자는 "과거 유행하던 제품과 서비스를 새롭게 다시 재출시하는 것은 기존 고객의 관심을 더 불러오는 효과도 있고, 서비스 개발에 드는 비용 측면에서도 경제적"이라며 "새로운 경험을 중시하는 MZ세대에는 신선하고 감각적으로 다가갈 수 있고, 과거 제품 경험이 있는 기존 세대에는 향수를 불러일으킬 수 있어 마케팅 측면에도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필름카메라 / 출처: 픽사베이
출처: 픽사베이

재사용이 아니라 새로운 적절한 마케팅 펼쳐야

복고와 관련해 2017년 더피알에서 정상수 청주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소비자들이 '어, 아는 건데'하고 반가워하는 것은 일시적일 뿐 과거 소재 자체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소재의 반복적인 재사용보다, 기존 것을 조금이라도 비틀면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복고 열풍이 계속 이어져왔지만 최근 MZ세대에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가 또한, 옛것 자체를 다시 불러온 것이 아니라 현대적 변용을 통해 새로움으로 다가왔기 때문일 것이다.

양갱 판매점도 단순히 양갱만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밀크티, 라즈베리, 크림치즈 등 다양한 종류의 재료와 합쳐 원래 양갱을 좋아하지 않았던 사람도 최대한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수록 했다. 또한, 실내 디자인도 한국의 가옥을 모티브로 해 현대적이면서도 예스러운 분위기를 내 차별화된 맛과 분위기를 SNS 등으로 공유하도록 하는 마케팅을 펼쳤다. 

전문가들은 최근 복고풍 디자인이 단순히 옛 것에 대한 향수를 표현하기 위해 과거 제품들의 디자인을 그대로 사용하거나 모방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소비자들로 하여금 이전의 시대적 상황과 감각을 느끼게 하기 위해 복고적 감성을 현대적 요소들과 접목시키면서 지속적으로 소비될 수 있고 소장될 가치가 있는 새로운 의미와 가치를 창조해나가고 있다. 

따라서 이처럼 성공적으로 할매니얼 관련 복고 마케팅을 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트렌드에 발맞춰 M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적절한 전략이 필요하다. 오늘날 소비자는 상품이나 소비스를 구매할 때 합리적인 이성이나 논리적 데이터에 의한 판단이 아니라 개인의 감정과 경험에 의해 이루어지는 만큼, 가심비를 따지는 소비자들의 심미적 가치를 충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 단순하게 기존의 것을 재사용하는 것은 일시적인 향수를 불러일으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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